청소년 문화축제를 마친 지난주 토요일은 쉽사리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큰 일을 무사히 치렀다는 안도감보다도 상을 받지 못한 참가자들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려서였다.   
500석 규모의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함성과 출연자들의 열정적인 무대는 이 곳 콜로라도 한인 커뮤니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여기에다 이미 탄탄한 실력을 검증받은 이들이 펼친 축하공연은 객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대상 시상을 앞두고 시상대에 오른 필자는 무릎팍 도사라는 오락 프로그램에 나온 가수 김경호씨의 예를 잠깐 들었다. 한국 최고의 보컬 대열에 당당히 서있는 락커 김경호씨는 학창시절 목포지역에서 개최된 청소년 가요제가 출전한 후 가수의 꿈을 가지게 되었단다. 그때 김씨는 대상을 받지 못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소질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우리 청소년 문화축제에서 입상하지 못한 참가자들 역시 입상하지 못했다고 좌절하지 말고, 이 행사로 인해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정말 열심히 연습했던 참가자들의 얼굴이 떠올라서였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에게 상을 주고 싶었다. 그들이 무대에 서기 위해 기울였던 많은 노력의 의미를 알기에 더욱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다음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했다는 아이들의 문자를 받고서야, 정말 좋았다 라는 진심어린 인사를 받고서야 웃음을 지을 수가 있었다.
이번 참가자들의 수준은 최고였다. 예선때 보지 못했던 실력들이 뿜어져 나오면서 레인지뷰 고등학교 오디토리움을 함성의 도가니로 밀어넣었다. 지금까지 다소 노래에 치우쳐 있었던 청소년 문화축제의 올해 무대는 댄스 열풍이 불었다. 프로 수준의 실력을 갖춘 댄스팀들의 등장으로 모두가 깜짝 놀랐다. 여기에 바쁜 시간을 쪼개어 기꺼이 축하공연을 펼쳐준 작년 입상자들의 무대와 두드림의 공연은 관객들은 물론 참가자들에게도 큰 감동과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벌써 네번째 행사를 치뤄냈지만 늘 가장 큰 문제는 공연장이었다. 음향 시스템이 되어 있는 강당을 가진 고등학교를 찾다 보니 오로라에 위치해 참가자들인 청소년들이 쉽게 올 수 있는 레인지뷰 고등학교 오디토리움이 낙점됐다. 하지만 이 곳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길고 긴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수차례 전화를 걸고, 수차례 이메일을 보내고, 제때 답변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학교를 직접 찾아 간 일도 여러 번이었다. 그렇게 해서 공연장 사용을 마무리 짓는데 3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행사 당일 우리와 함께 고생해준 학교 담당자들에게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또 주말 비즈니스까지 포기하면서 행사 기획에 힘써 준 스카이 뮤직 스테이션의 이재훈 원장과 박용환 선생, 이번 행사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 준 임혜란, 임동진 심사위원, 더욱 무대를 알차게 만들어준 사회자 이준석, 정애리, 남혜민 양 등 많은 이들이 최고의 행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주었다. 이들 덕분에 청소년 문화축제는 더욱 더 빛이 날 수 있었다.
후원업체들의 공도 컸다. 사실 아이들에게 줄 상금을 마련하는 일은 공연장 섭외에 비하면 훨씬 수월했다. 많은 업체에서 자발적으로 친히 후원금을 건네주었다. 자기 주머니에서 1백 달러도 나오기 힘든 요즘 같은 시기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우리 청소년들을 위해 선뜻 후원금을 쾌척해 주셨다. 형식적으로 이름만 한 줄 쓰여지는 후원자가 아니라, 매년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이런 이들이 있기에 우리 한인 커뮤니티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그런데 많은 기성세대들에게는 뭔가가 빠진 듯하다. 이번 행사처럼 참가 대상을 한국말로 ‘청소년’이란 단어를 선택했지만, 영어로는 ‘Youth’이다. 24세 이하의 초등학생, 중고생, 대학생까지 모두 아우른다. 그렇다면 이는 단순히 어린 아이들만의 행사가 아니다. 이제는 범 동포적 차원에서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일 때가 아닐까 싶다. 지금 금쪽같이 아끼는 내 자식에게 태어날, 먼 미래의 손녀 손자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관심이다. 초대장을 받지 못해서 참석을 안했다는 진부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입장료가 없기 때문에 초대장도 애초부터 없었다. 애들 노는데 어른들이 왜 끼냐는 생각도 틀렸다. 와서 박수를 쳐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는 메시지를 우리 아이들에게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 참가팀, 후원자, 관객 모두는 충분히 그 역할을 해냈다. 객석을 가득 메운 2세들을 보면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콜로라도에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청소년 문화축제는 포커스 신문사만의 행사가 아니다. 앞으로도 온 동포가 즐기고 관심을 가져야 할 콜로라도 한인 동포사회의 큰 잔치라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