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요즘 앉아서 소변을 보라고 성화예요. 지저분하다고….”
   요즘 아내로부터 이런 소리를 듣는 남편들이 많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남자들은 대부분 뭔가 어색하고 거부감을 느낀다.
이슬람권에서는 오래전부터 남성들이 앉아서 소변보는 관습이 있어서 공공화장실에 남성용 소변기가 없는 경우도 많다. 또한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는 앉아서 소변보는 남성의 비율이 꽤 높다고 한다. 이슬람권에서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그들의 엄격한 율법 때문이다. 남성이라 해도 성기를 남에게 보여주는 것을 금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건물 때문에 생기는 층간소음으로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부의 주장처럼 앉아서 소변보는 게 남성의 전립선 건강이나 성기능에 도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일관되거나 명확하게 나온 연구 결과는 없다. 2008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연구에 따르면 앉아서 소변을 보면 배뇨 속도가 빠르고 방광의 잔뇨가 더 적다는 보고가 있다. 그런데 이는 젊은 남성이고 소변량이 많을 때에 한한다. 2005년 스칸디나비아의 연구에서는 건강한 남성이 앉아서 소변을 보나 서서 보나 잔뇨량이나 배뇨 속도 등에 전혀 차이가 없었다. 다만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경우에는 앉아서 소변볼 때 잔뇨량이 더 적다고 보고되었다. 2010년 인도의 연구에서는 정반대로 서서 소변을 보는 경우 요속이 빠르고 잔뇨도 더 적다고 보고되었다.
  
    배뇨 속도가 빠르고 잔뇨가 적으면 비뇨기계 염증이나 결석의 위험성이 줄 수는 있다. 이를 근거로 앉아서 소변을 보면 간접적으로 전립선에 도움이 되고 성기능에도 도움이 될 것처럼 추측하는데, 이는 논리의 비약이다. 서서 보는 것이 더 낫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 때문이다.
중년 남성이 습관처럼 앉아서 소변을 본다면 혹시 전립선 비대증 때문일 수 있다. 전립선 비대증으로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으니 복압을 올려서라도 배뇨를 시키려 하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스칸디나비아 연구에서도 밝혀진 바다.
사실 현재의 좌변이나 좌뇨는 건강에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학계에서는 앉은 상태(sitting)의 좌변보다 차라리 우리 과거 문화의 뒷간처럼 웅크리고 쪼그린 배변 자세(squatting)가 여러모로 건강에 효율적이란 주장이 더 깊이가 있다. 요즘 흔히 쓰는 좌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좌변기에 앉아 배변이나 배뇨를 위해 복압을 상승시키는 습관은 골반근육과 성기로 가는 신경에 만성적인 손상을 주기도 한다. 쪼그린 자세는 그런 악영향이 없다. 앉은 채 대소변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쪼그린 채 배변이나 배뇨를 하는 게 건강엔 낫다는 얘기다.
소변을 앉아서 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엇보다 소변이 주변에 튀어서 위생상 불결하고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앉아서 소변을 보라는 요구보다는 그동안 익숙한 대로 서서 보게 하되, 정확히 조준해 다음에 쓰는 여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게 낫다. 그리고 남자들이 화장실 청소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앉은 자세보다는 쪼그린 자세를 권유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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