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은 몇 년도에 일어났을까? 지난주 한국에서는 6.25 전쟁이 언제 발발했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1950년이라고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가 66%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20대의 절반 가량이 모른다고 대답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곳에 사는 우리들은 한국전쟁 발발연도를 정확히 알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갑자기 든다. 1950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올해는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3년째가 되는 해이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 강행과 개성공단 폐쇄 등 북한의 잇단 도발 위협으로 남북 관계는 어느 때보다 경직되어 있다. 반세기를 훌쩍 넘겼지만 우리에게 6.25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대한민국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늘 약자였고, 당하는 입장이었다. 약자로서 살 수 밖에 없었던 시대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면 강자로 거듭날 수 있는 힌트를 찾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늘 약자일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청년들이 한국 전쟁의 의미를 배우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발발 연도조차 모르고, 김정일과 김정은을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쭉 그럴 공산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국에서는 점차 잊혀서 가는 사실들이 주변국에서는 왜곡되어 자신들만의 역사책으로 새로 작성된 지 오래다. 한국전쟁에 대한 북한의 입장도 그럴 것이다. 한국전쟁이 북한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50% 밖에 되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국가정보원이 2007년에 열렸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을 무단 공개하면서 떠들썩하다.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첫번째는 국가 원수로서 북한에 애걸한 저자세에 대한 국민적 배신감과 국익을 배제한 정치싸움에 국가 기밀을 누설한 국가정보원의 무책임함으로 분석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정제되지 않은 말투로 ‘애걸’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품위를 의심케 하는 ‘아마추어리즘’을 노출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화록에서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전략에 동조하며, 현재의 해상 영토선인 NLL을 부인했다.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까지 나선 상황에서,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고 미국하고 싸워왔다며 북한 핵개발을 위한 변호인 역할을 김정일 앞에서 자랑하듯 보고했다. “여론조사를 해 봤는데 제일 미운 나라가 어디냐고 했을 때 그 중에 미국이 상당 숫자가 나온다”는 얘기도 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 입장을 옹호했다. 대한민국을 비하하고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어이없는 발언도 수두룩하다. 김정일이 “최근에는 기자가 아니라 작가”라며 한국과 일본 기자들을 비판하자 노 전 대통령은 “북측 기자들은 그런 기자들이 없죠”라며 북한 언론이 더 나은 듯한 발언도 했다. 이번에 전모가 공개된 발언은 한마디로 ‘반(反)대한민국’이라고 규정하기에 충분하다. 노 전 대통령은 생을 마감했지만 당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했던 책임자들은 남아 있다.

     대한민국은 60년 전 체결된 정전협정으로 전투행위만 중단되었을 뿐 잠정적으로 전쟁중인 상태이다. 이런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2007년 남북회담에서의 노 대통령의 발언은 과연 ‘대한민국의 대통령’인지 의심케 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수위였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틀어 국가 원수가 전쟁상태에 있는 주적의 수괴 앞에서 굽실거리는 사례는 없었다.
 이번 사례로 국민들은 의심을 하게 되었다. 북한이 저리 날뛰는 이유가 한국의 대통령도 굽실거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일본이 저리 오만방자한 것도 친일파가 득실대는 한국 정치권이 만만해서일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김정일 앞에 굽실거렸던 노무현 대통령도, 일본의 역사왜곡 횡포에도 눈 뜬 장님 행사를 해온 정치인들 모두가 국민의 손으로 뽑았던 일꾼들이 아니었던가.
옛말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린 시절 익혔던 것이 평생 간다는 뜻이다. 한국 역사와 현실 또한 어릴 적부터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국사에 대한 인식이 정립되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일본은 독도를 자신의 영토로 만들고 있다. 이번 달부터는 아예 국제적으로 대놓고 홍보까지 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지금 세 살 배기 일본 아이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쭉 독도를 당연하게 자신의 땅으로 알게 될 것이다. 한국 전쟁의 북한 침략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민족의 참극이었고, 앞으로 일어나서도 안 된다. 독도 또한 역사적 증거와 함께 절대 일본의 땅이 될 수 없음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비록 지도자들의 행보가 답답하기 그지 없더라고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대한민국의 진실된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다.
이번에 민주평통 16기가 새롭게 구성되었다. 새 민주평통은 주류사회와 연계해 통일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책을 알리고, 이에 협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북한과의 통일 전략, 나아가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역사 바로 알리기 활동에도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특히 우리 2세들에게 여든 살까지의 확고한 가치관을 만들어 주기 위해, 한국 전쟁의 의미를 전하는 것을 16기 민주평통 활동의 출발선으로 삼아도 좋을 듯싶다. 한국 전쟁이야말로 ‘한반도 통일’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계기였고, 이는 민주평통의 창설 취지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번 16기 민주 평통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