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월이다. 새해를 맞으며 신년각오를 단단히 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그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고, 미국의 가장 큰 휴가철인 독립기념일 주간이 돌아왔다. 독립기념일에는 신문 인쇄소도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호 신문은 일찍 마감을 해야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신문을 만들면서 늘 두려웠던 것 같다. 이번 주에도 무사히 신문은 만들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유난히 까다롭게 집착하는 기사 교정, 교열 과정 때문에 우리 직원들 또한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여서, 대충대충 기사를 마무리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내내 박인비를 보면서 필자의 생활에도 새로운 도전의 힘이 솟았다.

    요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박인비가 연일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살아있는 전설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같은 한인으로서 여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인비는 지난 일요일에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다음날부터 뉴욕의 언론사들을 잇달아 방문하는 ‘미디어투어’를 진행했다. 미디어 투어는 PGA 투어의 메이저대회 챔피언에게는 흔한 일이었지만 LPGA투어 선수로서는 박인비가 처음이다. 그는 맨 먼저 NBC ‘투데이쇼’에 출연해 “베이브 자하리아스와 같은 선수와 함께 US여자오픈 트로피에 이름을 새길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메이저대회 3연승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투데이쇼 뿐만 아니라 ESPN 스포츠센터, 골프채널의 TV토크쇼 ‘모닝드라이브’에도 잇달아 출연해 높아진 위상을 실감했다. 그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이번 시즌 열린 첫 3개의 메이저대회(나비스코 챔피언십,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에서 모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LPGA에서 메이저대회 3연승은 지난 63년간 아무도 이뤄내지 못한 역사적인 사건이다. 오는 8월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박인비는 LPGA 투어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세계 여자 골프 1위에 우뚝 섰지만 그를 보면 분명 연구 대상이다. 파워풀한 드라이버 샷도 아니고, 카리스마 넘치는 강인함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세계여자골프 정상에 우뚝 섰다. 그는 지난해 가을 이후 시즌 6승을 올렸다. 그에게서 주목할 기록에는 퍼팅도 있다. 전체 퍼팅기록 평균은 18홀당 28타로 4위지만, 그린 적중 이후 버디 찬스를 노린 퍼팅은 평균 1.7타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린에서 찬스가 오면 버디를 그만큼 많이 만들어낸다는 얘기다. 분명 쉽지 않은 결과이다. 그가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성적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14세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세리 키즈의 핵심 멤버로 성장했지만 이제 박세리보다 더 엄청난 역사를 써가고 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긍정의 힘’이라고 밝혔다. 이번 US여자오픈에서 ‘메이저대회 3연승’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그는 마지막 라운드 초반 6, 7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흔들렸다. 이때 그는 실수를 자책하지 않았다. 아직 홀이 많이 남았다며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꿨다. 결국 9, 10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이를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3라운드까지 압도적인 선두를 달릴 때는 스스로 “인비, 참 잘한다”며 자신을 칭찬했다. 칭찬은 경기 내내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니게 만들었다.

    남들이 보기에 유난히 천천히 올라가는 백 스윙 또한 그녀는 한번도 고민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몸에는 지금의 백 스윙 동작이 맞다고 확신하면서, 다른 부분들을 보완해 성공확률 90%가 넘는 ‘컴퓨터 스윙’을 구사하게 만들었다. 자신을 믿은 것이다. 긍정의 마인드, ‘YES’ 가 가져다 준 결과는 이처럼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박인비 뿐 아니라 박세리, 박찬호, 박태환, 김연아, 류현진, 손연재가 이어가고 있는 세기의 스포츠 역사 또한 ‘그래, 할 수 있다!’라는 긍정의 생각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오래전 필자는 여러 가지 공포증에 가지고 있었다. 결국 도전했었고,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긍정적인 마인드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릴적 장난끼 발동한 오빠 때문에 바다에 빠져 물이 무서웠던 필자는 성장한 후에야 수영을 배우겠다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수영강습 첫날 스포츠 센터로 향하던 나에게 수영은 즐거운 취미활동이 아닌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수영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잘하게 되었다. 그러나 난 여전히 물이 무섭다. 단지 두려움을 즐기기로 한 것 뿐이다. 
우리는 가끔 긍정의 마인드를 잊어버리기도 한다. 첫 아이를 낳고 알 수 없는 공포, 포비아에 잠깐 휩싸인 적이 있었다. 의사는 심한 산통과 극심한 책임감에서 오는 산후 우울증이라면서 약물 치료를 권했다. 하지만 약보다 의지로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벗어났던 기억이 난다. 고소 공포증을 이기기 위해 패러 글라이딩을 탄 적도 있다. 처음 산 정상에서 뛰어내릴 때 터질 것 같은 심장소리를 들었다. 1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난 즈음에는 이 심장 소리는 짜릿함으로 변해있었다. 공포감을 즐기기로 한 것이다.
박인비는 2008 미국여자골프대회에서 최연소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두 번째 우승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극심한 슬럼프까지 겹쳐 ‘어쩌다 한 번 튄 선수’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원인 모를 부진에 빠지면서 몇 년 동안 고생을 했다. 하지만 그 시간에 느꼈던 두려움과 공포를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꿀 수 있었기에 오늘의 그가 가능했다. 이런 그녀의 마인드가 우리의 무덤덤해진 생활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어 준 것 같아 고맙다.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은 오늘도 계속 되고 있다. 우리도 중간점검을 하면서 남은 반년 동안 해야 할 도전을 계획해도 좋을 듯싶다. 모두 올해 마지막 날 쓰는 일기장에는 긍정의 힘으로 시련과 고통을 이겨낸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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