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나 미시건 대학과 로스쿨을 졸업한 존 크랠릭은 루이지애나 주의 대법원 판사를 지냈다. 그 후 변호사가 되어 안정되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어느 날 갑자기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두 번의 결혼실패는 그의 삶에 어두운 그림자가 가져다 주었다. 설상가상으로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그가 운영하던 변호사 사무실 역시 렌트비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지난 2007년 겨울 그는 자신이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음을 알아차렸다. 사건을 맡긴 의뢰인이 수임료를 거절하는 바람에 사무실 직원들에게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의뢰인은 소송을 진행하는 가운데 입장을 바꾸어 오히려 변호사 존 크랠릭을 고소하기도 했다. 2008년 1월 1일 그는 쓸쓸히 산에 올랐다. 아무리 인생의 희망을 찾아보려고 해도 어두움만이 그에게 남아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너는 실패자’라는 목소리만이 그의 마음 속에 들려왔다. 결국 모든 걸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 순간 어릴 적 할아버지와의 일이 떠올랐다. 할아버지는 그에게 1달러짜리 은화 한 닢을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은화에 대해 감사편지를 쓴다면 은화를 한 닢 더 주마.” 당시 어린 소년이었던 그는 감사편지를 써서 은화 한 닢을 더 얻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할아버지는 감사편지를 쓸 때마다 은화를 한 닢씩 주겠다고 하셨지만 흥미를 잃어버리고 감사편지 쓰는 것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감사편지를 쓰라고 당부하실때마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네가 가진 것에 감사해라. 그렇지 않으면 네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거야.”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져서 인생을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 이런 할아버지의 가르침이 그에게 갑자기 떠오른 것이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한 번 할아버지의 말씀을 따라서 해보자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는 예쁜 편지지를 수백 장 구했다. 그리고는 고심 끝에 하루에 한 사람씩 정해서 365통의 감사 편지를 쓰기로 결심을 했다. 가장 먼저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낸 큰 아들에게 감사 편지를 썼다. “커피 메이커 고맙다. 잘 쓸게.” 그런데 편지를 넣고 봉투에 주소를 적으려는 순간, 아들이 사는 곳을 정확히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버지로서 아들의 삶에 한 번도 궁금해 하지 않았던 사실에 너무나 안타까웠다. 주소를 확인한다는 구실로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아들과 모처럼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한 것이다. 아들은 점심을 먹고 헤어지면서 100달러짜리 현금이 들어있는 봉투를 아버지에게 건넸다. 예전에 아버지로부터 빌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들에게 다시 편지를 보냈다. “너에게 자랑스러움을 또 한 번 느끼게 해줘 고맙다.” 그 감사편지를 계기로 아들과의 관계는 놀랍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감사편지를 통해 인간관계의 소중한 교훈을 배우게 된 것이다.
친한 친구에게 편지를 쓰면서 쓰디쓴 인생에 분노하느라 잊고 지낸 친구의 존재를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 또한 변호사 수임료를 빨리 지급해준 고객에게 편지를 쓰면서 고객을 소중히 대하는 법도 배웠다. 딸의 피아노 선생님, 머리를 깍아준 미용사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가득 찬 편지를 보냈다. 커피 전문점 점원에겐 “내 이름을 기억해줘 고맙습니다”라고 썼다. 존은 매일 감사 편지를 쓰면서 두려움과 분노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기분도 한결 나아지는 걸 느꼈다. 더 이상 자신의 문제와 불편한 상황에 초점을 맞추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존은 15개월 만에 365통의 편지를 마무리했다. 손으로 쓴 감사 편지는 그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고객들은 수임료를 더 빨리 지급해주기 시작했고 변호 의로 건수도 급증했다. 감사편지를 쓰는 사이에 답장도 수없이 받았다. 서먹하던 형제들과도 가까워졌다. 거의 만나기조차 하지 않았던 두 아들과의 관계도 회복이 되었다. 감사가 그의 인생을 완전히 역전시키게 된 것이다. 그는 그 동안 쓴 감사 편지를 엮어 ‘365 Thank you’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지금도 많은 독자들에게 감사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감사가 어떻게 이런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첫 번째 감사는 긍정적인 생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감사할 줄 안다.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면 우리 삶의 모든 조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장미꽃에도 감사하지만 장미꽃 가시에도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일이 잘 풀릴 때도 감사하지만 풀리지 않을 때도 감사해야 한다. 둘째 감사는 공감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에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상대방의 처지를 충분히 헤아리고 공감해 줄 때 진정한 감사가 가능하다. 나를 이해해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즐겁고 행복한 삶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세 번째 감사는 상대방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감사는 상대방을 칭찬하는 것만이 아니다. 인정해 주고 격려해 주는 것까지 포함되는 것이 감사이다. 그러니 상대방을 움직이는 힘이 아주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감사는 상황을 역전시키는 힘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실패가 실패가 아니다. 절망이 절망이 아니다. 실패해도 감사하는 사람에게 성공의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절망 중에도 감사하는 사람은 소망을 잃지 않게 된다. 별로 감사할 일이 없는 세상이다. 답답하고 짜증도 많이 난다.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우리는 남의 탓을 하기가 쉽다. 하지만 남의 탓이나 세상 탓은 우리 삶을 역전시키지 못한다. 순간적으로는 현실을 회피할 수는 있어도 어려움을 이겨내는 능력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사는 다르다. 감사는 현실을 바꾸는 능력이 있다. 감사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다. 감사는 실패를 성공으로 바꾼다. 감사는 피곤과 무력을 활력과 기쁨으로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 누구에게든, 어떤 상황이든 감사의 말을 해보면 좋겠다. 감사라는 말 자체가 감사할 ‘거리’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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