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에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있어서 성행위를 아예 피했습니다. 아내에게 옮길까 봐 걱정돼서요.”
가끔 극단적으로 성행위를 피하는 사람 중에 헤르페스 공포에 빠진 남성들을 만난다. 사실 이런 회피는 오버다. 실제 심각한 사례는 다른 데 있다.
“눈이 감기지 않고, 입이 돌아가고….”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신체의 일부가 마비되는 ‘뇌졸중’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안면신경을 침범했을 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처음엔 뇌졸중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어린 시절부터 피곤하면 입술 주변에 물집이 잡히는 사람은 몸 안에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있다는 얘기다. 이 바이러스는 몸 안에 들어오면 완전히 사라지기는 힘들다. 주로 신경절에 기생하다가 신체의 면역기능이 떨어질 때 활개를 친다. 과거엔 헤르페스를 주로 구강 주위에 물집이 생기는 바이러스 I형, 성기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바이러스 II형으로 나눴지만, 근래 학계는 이런 구분이 별 의미 없다고 보고 있다. 아주 많은 사람이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갖고 있지만 관리만 잘하면 대부분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한번 들어오면 평생 몸에 남고, 완치가 안 된다는 말에 절망해 결혼을 포기하거나 성행위를 무작정 피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구강이나 성기에 물집(수포)이 생겼을 때는 바이러스의 활성화 시기이므로 성행위를 피해야 한다. 하지만 신경절에 잠복해 달리 증상이 없는 헤르페스는 전염력이 거의 없으므로 이때 성관계는 별문제가 안 된다. 물집이 잡혀 있을 때 간혹 이를 없애려고 터뜨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무지한 짓이다. 물집이 터지면서 수포 속에 있던 바이러스가 쏟아져 나오는 꼴이 되고 만다. 따라서 절대로 물집을 터뜨리지 말아야 한다.
물집뿐 아니라 가려움·통증 등 증상이 생길 때는 조기에 항바이러스 연고와 약제로 바이러스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항바이러스 연고나 약제는 헤르페스의 활성화와 이차적인 합병증을 최대한 예방하지만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는 완치법은 아직 없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신체에 치명적이진 않지만 건강상태가 나빠지면 조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령층이나 소아처럼 상대적으로 면역이 떨어지는 연령대의 환자나 전신적인 신체상태가 좋지 않거나 면역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는 대상포진·신경마비·통증 등 제법 어려운 문제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헤르페스를 가진 여성은 임신 시에 산부인과 의사에게 이를 미리 알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태반이나 자궁을 통해 태아에게 전파되지는 않지만 산모의 자궁경부나 질에 헤르페스 바이러스 활성상태의 감염증이 있는 경우 출산 시 태아에 감염될 가능성이 크므로 면밀한 대처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성병은 콘돔 사용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헤르페스와 같은 바이러스 질환은 콘돔으로 완전히 방어가 안 된다. 제일 안전한 방법은 믿을 만한, 사랑하는 사람과 안전한 성생활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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