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 갑자기 노인회장 자리가 최고의 감투로 급부상했다. 노인회장 자리를 놓고 분란이 일면서 콜로라도에서는 ‘노인회장’이 한인회 회장보다 더 인기가 있어 보인다.
표면적인 개요는 이렇다. 현 노인회장인 문재만 회장의 임기는 12월까지다. 하지만 개인 사정에 의해 6월까지만 임기를 마치고 회장 자리를 넘기고자 했다. 그러나 지난달 후보 등록마감일까지 입후보자가 나오지 않자 강종모 전 회장에 의해 조석산씨가 추대(혹은 추천)됐다. 회칙에 따라 고문, 임원, 이사로 구성된 전형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곧바로 차기 회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회장 후보를 결정짓기 위해 모인 지난 6월22일, 또다른 후보가 갑자기 출마를 했지만 경선을 거쳐 2:1로 조석산씨가 당선되는 듯했다.
그러나 노인회 이사회의 입장은 이랬다.  <회장의 피선거권은 본회 정회원으로 만 1년이상 재적한 회원이 갖는다> 등의 회칙에 의거, 조석산 후보의 자격 미달을 지적하면서 회장 후보 당선을 무효라고 했다. 또한 조 후보는 추대가 아니라 추천되었으며, 전형 위원회는 선거관리 위원회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이에 조씨 측은 노인회 측이 원하는 절차를 통해 후보경선을 마쳤고 모두 축하한다고 박수까지 쳐 놓고 결과를 뒤집으려 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또한 추대였기 때문에 회칙에 나온 회장 후보의 조건은 자신의 경우에 해당되지 않고, 관례적으로 노인회에서는 전형위가 선관위 역할을 해왔다고 전한다.
회장 후보로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이사회를 거쳐, 총회의 인준을 받아야만 모든 절차가 완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조 후보가 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총회의 인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총회에 참석해 투표권을 사용할 수 있는 회원 기준에 대한 의견도 일치점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쌍방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지난 한달간 노인회에서는 고성과 폭언이 오갔고 급기야 곧 열릴 총회에는 경찰까지 입회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노인회가 회장 후보가 없어 등록 시일을 연기하고, 할 수 없이 전 노인회장 겸 고문의 추대로 조씨가 입후보하게 되었고, 이어 갑자기 등장한 또 한명의 후보자와 경선까지 모두 진행한 것으로 볼 때 결과를 번복한다면, 정당성을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더욱이 회칙에서 규정하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후보가 추대되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현재의 노인회가 주장하는 회칙 부분은 자칫 핑계로 들릴 수 있다는 말이다.
콜로라도에서 단체장 회장 선거로 논란이 불거진 것은 오랜만이다. 한번 회장은 영원한 회장일 수 밖에 없었던 이 곳 대부분의 단체들에게는 낯선 풍경일 수 있다. 하지만 격정의 시간도 있었다. 콜로라도주 한인회장 선거에 나섰다가 회칙에 의거 자격미달이라는 이유로 공탁금을 날린 사례도 있었다.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기 위해 총회를 개최하고자 했지만 총회에 참석해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도 현 집행부가 유리한 쪽으로 정해져서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또, 노인회와 한인회의 법정 싸움으로 우리의 금쪽같은 한인회관이 매각되었고, 건물 매각 금액은 변호사비로 모두 날렸다. 그리고 지난 10여 년 동안 조용했다. 만족스러워서 조용했던 것이 아니라, 한인회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싸움만 하는 진흙탕에 더 이상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았기에 한인회장을 하고자 나선 사람들이 없었고, 관심도 사라졌다. 그래서 하던 사람만 계속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도 한인회는 공탁금 없이 이사회의 추대를 받아 회장직을 수행한 지 오래다.
 분쟁이 생기면 법정을 찾고, 회칙에 따라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하지만 이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왜냐하면 회칙은 그 동안 가진 자에 의해 자주 바뀌었고 이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법원은 모든 단체를 친목단체로 규정하고 돈이 결부된 일에는 각자 나누어 가지고, 알아서 싸우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몇 명 때문에 한인사회의 위상이 떨어지고, 공동재산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그래서 이러한 분쟁을 지켜본 한인사회는 이제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기 이전에 무조건 “또 시작이다”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더구나 이미 양측 모두 법원에까지 제소할 마음도 가지고 있어 식상한 패턴도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법원이 무엇을 판결내릴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까지 해서 현 집행부를 지키고, 또 회장이 된다면 명예로울 수 있을까?

    사실 지난주에 콜로라도주 노인회의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회장 당선공고문을 전해 받았다. 여느 때 같으면 노인회에서 보내온 정보에 간단한 교정교열 과정을 거쳐 신문에 실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 노인회 이사진 및 집행부와 전형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회장 당선자의 사실확인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 되자, 섣불리 공고를 게재하는 것이 오히려 분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조만간 노인회에서 정식으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 동안 노인회는 매년마다 삼일절, 광복절 기념식, 구정, 추석 잔치, 어버이날 행사, 모국 방문 행사, 전용 차량 구입 등 각종 다양하고 생산적인 행사를 주최함으로써 지난 10년 동안 가장 모범적인 콜로라도 한인 단체로서 한인사회의 중심역할을 해왔다. 이런 노인회인 만큼 지난 시절의 답보가 아닌,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잘 해결되어 “역시 노인회”라는 칭찬과 함께 노인회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