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아이한테 그래요, 짐승 아닌가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최근의 아동 성범죄 사건에,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힘없고 무고한 아이를 대상으로 삼으니 극악무도한 범죄이기도 하지만, 전문가의 눈엔 그야말로 ‘콤플렉스’ 덩어리로 똘똘 뭉친 측은한 존재가 소아기호증을 가진 아동성범죄자다. 누구나 다양한 성애와 성적 취향을 갖고 있다. 가끔은 색다른 호기심이 생길 수도 있다. 가끔 음란물을 통해 관음 성향을 충족한다든지, 다소 야한 옷을 입고 남들의 시선을 즐기는 노출 성향을 변태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정상인이라면 경계를 넘지 않는다. 일반적인 성애의 범주를 넘어서 타인에게 혐오와 피해를 주고 성충동을 조절하기 힘든 경우, 성도착증(paraphilia)이라는 정신질환에 해당한다. 훔쳐보기 위해 남의 담을 뛰어넘는 관음증이나 ‘바바리맨’ 같은 노출증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가장 병적인 것이 13세 이하의 소아를 성적대상으로 삼는 소아기호증(pedophilia)이다. 성도착증 환자들을 분석해 보면 이성관계와 성생활에 취약성을 가진 성적 콤플렉스가 많다. 특히 소아기호증은 실제적인 성 경험이 없는 자, 성인여성과의 성생활에서 회피나 결함이 있는 자, 정상적인 기능이 어려운 노인이나 병약자에서 자주 나타난다.
또한 그들의 성도착은 어린 시절 자위 등 초기 성 반응에서 겪었던 죄책감과 쾌감의 불안정한 양가감정(兩價感情·두 가지의 상호 대립되거나 모순되는 감정의 공존) 상태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다. 죄책감이 일부 있다 해도 쾌감의 충동 때문에 못 참고, 그 양가감정을 소아기를 통해 재 경험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아기호증 환자들은 자신이 어릴 적 아동성범죄나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던 경우가 많다. 가해자가 가족이나 친척인 경우도 많은데, 근친상간의 경우는 쉬쉬하며 덮어버리다보니 피해아동은 나중에 가해자로 거듭나는 끔찍한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 통계를 보면 소아기호증 환자의 상당수가 그 이전에 노출증이나 관음증, 강간 등에 연루됐던 적이 있다. 또 50% 이상은 과도한 음주 상태에서 행동화한다. 술이 정상적인 충동조절을 막기에 술은 모든 폭력성과 성범죄의 강력한 위험요소다.
특히 최근 아동 성범죄 사례를 보면 술 문제와 음란물에 심취했던 경우가 허다하다. 오히려 요즘은 극단적이고 뿌리깊은 고전적 콤플렉스보다 경계선 수준의 콤플렉스가 음란물을 통해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추세다.
음란물과 성범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캐나다의 연구에서도, 음란물을 많이 본 성범죄자일수록 성도착의 위험성과 성폭행에 대한 잘못된 관념이 컸다. 이 대목이 바로 범람하는 소아 음란물을 규제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된다. 경계선에 있던 잠재적 위험 인물들이 성범죄로 행동화되는 방아쇠가 바로 술과 음란물이다.
성범죄에 있어 극악무도하고 치료가 쉽지 않은 사이코패스도 있지만, 각자의 잠재의식에 좁쌀만 한 성도착적 충동이 통제불가의 암 덩어리로 커지는 불행은 막아야 한다. 내가 정상적인 이성관계에서 멀어지고, 자꾸 음란물에 심취하거나, 그 내용이 변태적으로 치닫거나, 술만 먹으면 변태적 성충동이 커지거나, 행동화하고 싶은 충동이 꿈틀댄다면 당신도 성범죄의 위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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