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살’ 숙모님이 서울에 사는 따님 집에 들르셨습니다. “어머니, 커피 한잔 드실래요?” “그려!” 조금 후에 나온 커피를 마시던 숙모님 왈 “아이고 쓰구라! 한약보담 더 쓰네! 아이고 서울 년들 다 썩을 년들이네! 이런 것을 돈 주고 사먹다니....... 야! 야! 빨리 사까리(사카린) 가져와라!” 이 대화는 나중에 우리 마을에 전해졌습니다. 커피를 마실 때 숙모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나 가끔 혼자서 웃곤 합니다.
사카린은 굵은 소금처럼 생겼으며 소금보다 더 맑고 투명합니다. 이 사카린은 설탕보다 500배의 단맛을 내는 감미료입니다. 보리 짚 하나를 ‘ㄷ’형으로 만들고 그 사이에 가장 굵은 사카린 덩어리 하나를 넣고 조금씩 빨아 먹으면 시골에서 맛볼 수 없는 단맛의 세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당원’이라는 제품이 나왔습니다. ‘당원’은 마치 알약처럼 생겼는데 사카린에 첨가물을 넣어 좀 덜 달고 부드러운 맛을 내도록 만든 감미료였습니다. 중, 고등학교 시절 밀기울(밀의 껍질 부분)로 만든 죽으로 저녁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밀기울로 만든 죽은 꺼끌꺼끌한 느낌과 맛이 없어 ‘당원’으로 단맛을 내어 억지로 배를 채웠던 기억이 납니다. 숟가락에 ‘당원’ 18개를 놓고 물을 조금 부어 잘 개어 죽에 풉니다. 간혹 잘 풀리지 않은 당원 덩어리를 먹으면 너무 달아 놀란 적도 있었습니다.
그 후 ‘뉴-슈가(New-Sugar)’가 나왔습니다. '뉴-슈가‘는 사카린(사카린 나트륨) 약5%에 포도당 약95%를 섞어 분말 형태로 만든 감미료입니다. 우리 논 중에서 몇 마지기는 마을 뒷산을 넘어야 갈 수 있는 곳에 있었습니다. 일꾼을 써서 일할 때는 시원한 물을 드리기 위해 뒷산을 넘어야 했습니다. 물을 푸기 위해 마을 앞에 있는 공동 우물로 갑니다. 좀 더 시원한 물을 뜨기 위해 바가지를 최대한 깊이 내려 물을 뜹니다. 수대(Bucket)에 물을 가득 붓고 ’뉴-슈가‘를 풀면 훌륭한(?) 청량음료가 되었습니다. 더위에 지친 일꾼들은 맛있게 대접으로 떠서 드셨습니다.
당시 추석 선물로 인기를 끌었던 종목은 ‘미원세트’ ‘설탕’ ‘비누치약세트’이었습니다. 한번은 광에 들어갔더니 설탕봉지가 있었습니다. 한 숟가락 가득 퍼서 입안에 넣었는데....... 설탕이 아니고 ‘미원’이었습니다. 얼른 뱉었으나 느끼한 맛으로 뱃속이 울렁거려 몇 시간동안 고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음식을 만들 때 설탕은 너무 귀해 ‘뉴-슈가’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나 설탕을 사용했습니다. 지금은 설탕이 몸에 해롭다고 오히려 ‘스위트너’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설탕이 들어간 제품은 너무 많아 셀 수가 없습니다. 설탕은 사탕수수에서 뽑아내어 만들었기 때문에 천연감미료로 알고 있지만 오히려 화학감미료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사탕수수 원당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설탕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90%에 이르는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 그리고 단백질은 모두 제거되고 당분(칼로리)만 남게 됩니다. 이 설탕을 계속 섭취하다보면 심한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게 됩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맛 중에서 단맛을 가장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단맛의 근본이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단맛을 좋아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살기가 어려웠을 때는 단맛이 귀했습니다. 그러나 형편이 좋아진 지금은 당분으로 인해 점점 비만해지고 당뇨병 같은 질병으로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소설가 H씨는 “집 앞에 있는 빵집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20년 동안 드나들다가 11개의 이빨을 뺐는데도 아직도 식생활을 바꾸지 못했다!”라고 칼럼에 쓴 적이 있습니다. 한 때 인기를 끌었던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주인공 ‘삼순’이는 ‘통통하고 나이 든 노처녀’의 캐릭터였습니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허리와 몸무게가 부담스러워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커피 점에서 주문을 할 때는 우유에 크림과 시럽이 듬뿍 들어간 고칼로리 커피를 주문하고 맙니다.
영적인 분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성경은 마치 사탕수수와 같습니다. 미네랄 비타민 섬유질 단백질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사탕수수와 같이 성경에는 다양한 영적 영양소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이 두껍고 재미없는 것 같아 엑기스만 뽑아 놓은 책이나 세미나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서 성경에 관한 부분적인 지식은 대단하지만 영적인 불균형을 볼 때가 많습니다. 소시지와 같은 가공된 책이 아니라 스테이크와 같은 성경을 직접 맛을 보기를 권해 봅니다! 혀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원하는 것을 먹어야 합니다! 단순히 지식만을 위한 ‘성경에 관한 책’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직접 읽어야 합니다!(포근한 교회 임동섭 목사)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