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30여 년 만에 등장한 ‘내란음모죄’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현역의원의 신분으로 형법의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이적 동조 등의 혐의로 체포된 것은 자유민주주의 헌정사에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군부시대도 아닌, 국민 참여시대에 이러한 내란음모죄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더구나 남파된 간첩이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국가의 중심부 역할을 이행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범인이라는 것이 더욱 놀랍다.
헌법을 무력화하고 국가기능을 마비시킬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려 한 것이 내란음모죄이다. 한국정부가 제출한 체포동의요구서에 따르면, 이석기 의원과 그의 비밀 조직원들은 정치권과 사회단체에 침투해 이른바 ‘혁명의 결정적 시기’를 기다려왔다. 국정원이 현역 의원을 그것도 회기 중에 구속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석기 의원의 혐의가 내란음모죄라는 중범죄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적’으로, 북한 체제를 ‘조국’처럼 묘사하는 사람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일 수는 없다. 이 의원이 지난 5월 12일 130여명의 조직원들과의 비밀회합에서 했다는 발언은 충격적이다. 62쪽 분량의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기조발언을 통해 “거기(북한)는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이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행위가 북한 입장에서는 애국이고, 한국 입장에서는 반역임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도 “이번에 이룬 게 엄청난 거다”고 자랑했다. 대한민국 편이 아닌 북한 편에 서 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이 의원은 특히  “전면전 아닌 국지전, 정규전 아닌 비정규전, 이런 상태가 앞으로 전개될 것”이라면서 “정치 군사적으로 전쟁을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또 ‘북한 남침 등 유사시에 북한을 돕기 위해 통신시설, 유류시설 같은 주요 시설을 타격할 수 있도록 총기를 준비해 두라’고 지시했다. 이에 다른 참석자들은 “폭탄 제조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 참석시키자” “저격용 총을 준비해야 한다”는 등의 논의를 이어갔다. 또 이 의원은 작년부터 미군 기지 이전,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 통제권 등 국방부 기밀 자료 20여건을 재촉했다. 그는 국회의 미래창조과학 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다. 소속 상임위와 직접 관련도 없는 군사적 기밀을 요구한 것이다. 그는 “북은 다 애국이고 남은 다 반역”이고 한 사람이다. 우리 군사 기밀을 빼내 북으로 넘기려 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의원과 같은 맹목적 북한 추종자가 국회의원이 돼 정부의 기밀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다. 이 의원은 1989년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하는 ‘반제청년동맹’ 결성을 주도한 사람이다. 결국 2002년 민혁당 주요 간부로 활동하다 체포됐다. 당시 법원은 민혁당에 대해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 삼아 혁명을 달성하고자 하는 전위 정당으로서 국가 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반국가 단체”라고 판결했다. 그는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사람을 정부 출범 첫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어줬다. 노 정부는 다시 2년 뒤에 이석기를 특별 복권시켜 선거에 나설 수 있게 했다. 사면복권 때의 법무부 장관은 각각 강금실, 천정배씨였고,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재인 의원이었다. 이 세 사람은 반국가 단체를 만든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변신해 국회를 대한민국 타격의 근거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지난해 이석기가 국회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과 이룬 선거 연대에 힘입은 것이다.

    대한민국을 적으로 보고 총기와 폭탄을 구해 기간 통신망과 유류저장소를 폭파하려고 사전 답사하는 행태는 이석기 집단의 정신 상태가 광적 집단과 유사하다. 이석기는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실시된 통합진보당 내부 경선에서 부정을 저지르면서까지 국회의원 배지에 대한 집착을 나타냈었다. 여야는 이석기가 그때 저지른 부정 혐의로 국회의원 자격 심사 대상에 올라있는데도 1년 넘게 팽개쳐 놓았다. 그 사이 이석기는 의원이라는 신분을 마음껏 이용했고 이제는 그 휘하 대원들에게 ‘전쟁 준비’를 지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 투쟁은 1980년대 말 이후 뚜렷하게 변질됐다.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하는 투쟁에서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하는 친북, 종북 투쟁으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야권의 뿌리는 자유민주 회복을 위해 싸웠던 사람들이지만, 어느 때부터 여기에 주사파와 같은 종북 세력이 섞여 들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주사파에게도 ‘민주화 세력’이라는 가당치 않은 훈장을 달아줬고, 이런 풍조가 결국 이석기 같은 사람조차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야권이 대한민국의 존재를 바탕에 두고 여당에 반대하는 것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주사파 종북 세력과 뜻을 함께 한다면 야권의 의미가 사라진다.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 때마다 연대 유혹에 빠져 제2, 제3의 이석기가 계속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종북이 급기야 국민 일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괴물’ 수준까지 도달했다. ‘대한민국=반역’이라는 수식을 만드는 패악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석기 RO 모임의 참석자 상당수가 통합진보당 당원이다. 그렇다면 통진당 자체가 이적단체로서, 정당 해산 사유에 해당된다는 일각의 지적 역시 타당성이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방치하는 것은 국가 존립을 해치는 공범임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의 진보정치는 잘 나가고 싶었지만, 종북세력에 늘 발목이 잡혀왔다. 야권의 이러한 어긋난 진보정치는 결국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국가보호를 받으며 당당하게 빨갱이 짓을 할 수 있게 멍석을 깔아준 셈이 되었다. 국정에 찬반여론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무리는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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