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배란일이니 술·담배 하지 말고 몸 관리 좀 해.” 30대 중반의 남성 B씨는 매달 아내로부터 이런 요구를 습관처럼 듣는다. B씨 부부는 양가 부모로부터 받는 임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닌데, 배란일만 잘 보내면 된다는 생각뿐이다. 하지만 B씨 부부의 부부생활과 임신에는 분명한 오류가 있다.
불임 문제로 고민하는 부부는 그 배후를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의학적으로는 1~2년간 적절한 성행위를 통한 임신 시도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을 시 불임이라 진단한다. 그런데 요즘 젊은 부부들 중엔 사실은 성기능이 부실하거나 행위 자체가 없는 섹스리스라서 임신을 못한 부부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경우는 당연히 성기능이나 섹스리스 문제를 치료·해결해 정상적인 성행위에 따른 임신을 유도하는 게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보다 우선이다. 이왕이면 부부 사이의 애정을 통한 자연스러운 아이의 탄생이 아이와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시켜주기 때문이다.

    임신이 쉽지 않은 부부들을 보면 성 이외에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만사에 지쳐서인지 남성들이 건강한 정자의 생산 관리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정자의 수와 활동성은 남성 측면의 임신 가능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제 생식의학회에서 발표된 일련의 연구들은 건강한 정자를 위해 운동과 음식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남성 215명의 평균 운동량과 정자의 활동성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빠르게 걷기, 달리기, 수영 등 적절한 수준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 남성에게서 정자의 활동성이 왕성하게 관찰됐다. 반면 거의 운동을 하지 않거나 일상생활이나 직무에서 움직임이 없는 남성의 경우 정자 활동성이 확연히 떨어졌다.
하버드의대의 다른 연구에서는 불임 문제가 있는 남성 99명을 조사한 결과 트랜스지방의 섭취량이 많은 그룹과 적은 그룹에서 정자의 수는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또 대학생 188명의 식습관을 비교해봤더니 생선, 야채, 과일을 많이 먹는 그룹이 육류와 피자, 스낵 등을 많이 먹는 그룹에 비해 정자의 활동성이 11%나 높았다.

     사실 오래전부터 운동이나 비만이 임신 기능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반복돼 왔다. 이외에도 높은 고환의 온도, 만성피로, 긴장, 스트레스, 비뇨생식기계의 염증, 손상 등도 영향을 주니 관리를 요한다. 또한 배란일 전후 며칠만 신경 쓰는 습관은 실은 때를 놓친 것일 수 있다. 오늘 성행위를 통해 나오는 정자는 3개월 전에 생성되기 시작해 그 기간 동안 숙성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 이틀의 자기관리는 별 효력이 없다. 건강한 아이를 바란다면 적어도 3개월 이상 건강관리를 통해 이왕이면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주는 게 부모의 도리다.
중년 남성들은 남의 일처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자 관리를 위한 위의 내용들은 임신계획이 없는 중년 남성에게도 똑같이 해당된다. 왜냐하면 건강한 정자를 위한 내용들이 성기능 차원에서도 고스란히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즉 정자뿐 아니라 성기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남성 호르몬도 고환에서 생성된다. 성기능을 걱정하는 중년이라면 성기능 및 남성 호르몬의 관리 측면에서 이 글을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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