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에 시애틀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공부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첫째 아이가 들어섰다. 그렇게도 원할 때는 안 생기던 아이가, 마음먹고 공부 좀 하려고 하니까 덜컥 임신이 됐다. 유학생 부부들의 생활이 비슷비슷하겠지만 당시 우리 부부는 방 1칸짜리 아파트에서 살았다. 공부만 마치면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떠나온 유학길이었기에 미국에서의 단촐한 살림살이가 그리 불만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일단 남편이 아이와 함께 미국에 살기를 원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미국은 노력만 하면 잘 살 수 있는 곳이라는 믿음에 미국 정착을 결심했다.

   세월이 흘러 벌써 포커스를 창간한지 7년이 됐다. 6개월 만에 문을 닫을 것이라고 했던 소문은 정말 소문으로 남게 됐다. 그 동안 꽤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콜로라도 언론역사상 최초로 동포를 대상으로 ‘신문기사 내용 선호도 설문조사’를 실시해 ‘독자와 함께 만드는 신문’이라는 이미지를 발전시켰고, 매 분기마다 ‘광고 바르게 읽기 캠페인’으로 광고주의 광고효과를 높였다. 문화센터를 개원해 무료건강검진, 교양강의, 각종 세미나, 월드컵 응원전 등을 개최했으며, 웹사이트와 전자신문을 개설해 신문이 닿지 않는 곳까지 구석구석 콜로라도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인사회 내에서 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포커스는 신속 정확한 보도를 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고, ‘이민 칠전팔기’ 수기공모전과 콜로라도 청소년 문화축제, 어린이 동요대회를 개최해 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이민사회에 단비를 뿌려주었다. 나아가 이러한 문화 행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획기사와 전문가 칼럼, 기사 실명제를 도입하면서 나름 정확한 신문으로서 위상을 정립했다. 지난주부터 광고지면 부족으로 한시적으로나마 104면으로 늘려야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몇 년 동안 콜로라도를 강타한 불황은 콜로라도의 언론사에도 찾아왔다. 1백 년의 역사를 자랑했던 콜로라도 유력 일간지인 락키 마운틴 뉴스가 문을 닫았고, 2009년 덴버 중앙일보, 같은 해 주간 신문사, 다음해 한국일보 덴버지사가 줄줄이 문을 닫았다. 지금도 형편이 썩 나아진 것은 아니다. 내년에 비즈니스가 어떻게 될지 몰라 업소록 광고를 생각지도 못하는 업체도 더러 있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아직도 불경기는 진행 중이다. 그러나 포커스가 불황을 잊은 채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포커스를 사랑해준 콜로라도 한인 동포사회 덕분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왔다. 때로는 할 일이 너무 많아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도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신문사 일을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아이들이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면 그랬고, 열심히 만든 신문을 무시하는 비상식적인 독자를 만나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항상 응원해주는 독자들이 훨씬 많았기에 포커스가 벌써 7년의 세월을 동포사회와 함께 할 수 있었다. 일명 ‘까는 기사’를 쓸 때마다 툭하면 전화해서 가만두지 않겠다, 고소하겠다, 밤길 조심해라 등의 협박도 많이 받았다. 광고주한테 건방지다고 비난을 들은 적도 있었다. 주위의 질투 어린 시선으로 폄하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우리 포커스 직원들이 있어 감사했다. 때로는 필자보다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그들의 자부심과 애정이 포커스의 나아갈 방향을 정한 일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또한 오늘이 있기까지 남편의 외조의 힘이 가장 컸다. 결혼 전에 필자가 하는 일은 모두 후원해 주겠다는 약속을 오늘날까지 꾸준히 지켜준 남편은 매주 수요일 신문 마감날이면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면서 신문제작에 한 몫을 해왔다.
변함없는 애정으로 필자를 이끌어준 광고주를 포함한 독자들에게도 일년의 한번 창간일을 맞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매주마다 빠짐없이 전화를 걸어 응원해주는 독자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포커스가 당당히 설 수 있었다.

   필자만 보면 팬이라고 악수를 청하며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이는 독자들, 기사 잘 봤다면서 만두 사다 놓고 가는 독자들, 감사 메일을 보내준 독자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신문사로 전화해 제보해주는 독자들, 행사 때마다 끊임없이 후원해준 독자들, 이런 독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포커스가 가능했다. 그러나 포커스는 아직도 목이 마르다.
어린 아이들이 말하는 것을 가끔 못 알아들을 때가 있다. 아직 어려서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고, 자신의 세계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꺼내니 듣는 사람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들의 말을 가장 잘 알아듣는 사람은 바로 엄마다. 왜냐하면 이들에 대한 무한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하는 얘기도 못 알아들을 때가 있다. 듣고 있지만 들리지 않는다.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내뱉는 모든 얘기에 관심을 가지고 들어준다면, 말하고자 하는 요지를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포커스는 동포사회의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일 것이며, 칭찬에 인색하지 않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히 질타하는 정론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다. 더불어 포커스는 기사 한 줄 한 줄이 동포사회를 움직인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창간 7년을 맞아 더욱 정진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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