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요즘엔 국민체조를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지난 3년 동안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열심히 뛰고, 걷고, 윗몸 일으키기 하고, 근력운동을 해왔다. 그래서 결국 20파운드를 빼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했는데도, 갈수록 강박관념이 생기는 이유는 요요 현상이 올까 해서이다. 그러나 먹는 유혹은 언제나 뿌리치기 힘든 법, 그래서 내린 결정은 일단 먹고 운동량을 더 늘리기로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요가다. 피트니스 운동이 슬슬 지겨워지면서 피트니스 센터에서 벗어나 요가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요가는 정말 매력적인 운동이다. 종교적 의미는 전혀 아니다. 다만 요가를 하다 보니 우리 신체의 기본적인 신진대사에 열중하는 것 같아 좋다. 요가를 끝내고 나면 몸 전체가 스트레칭이 되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요즘 스포츠용품 전문매장에 가면 요가 용품을 파는 섹션이 따로 있을 정도로 콜로라도는 물론 전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이 요가를 하다 보면, 마치 우리 한국의 국민체조를 연상케 만든다. 동작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우리의 국민체조에 기초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제자리걷기-숨쉬기-무릎 굽혀 펴기-팔 들어 흔들어 앞뒤로 휘돌리기-목 돌리기-가슴 젖히기-몸 옆으로 굽히기-몸 굽히고 젖히기-몸통 옆으로 틀기-노 젓기-뜀뛰기-팔 흔들며 무릎 굽혀 펴고 들기-팔 들어 숨쉬기>.
초등학교 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하나, 둘, 셋, 넷’하는 구령에 맞춰 했던 국민체조 말이다. 매일 아침이면 경쾌한 반주음과 함께 구령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 퍼지던 시절이 있었다. 이것이 1977년 3월에 확정된 ‘새국민체조법 12가지’이다. 국민체조의 동작은 간단하고 쉬워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어 더욱 친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체조는 단순한 준비운동으로 폄하되어 때로는 하찮은 동작으로 치부될 때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쉽다고만 생각하는 국민체조지만 그 속에는 엄청난 과학이 들어있다. 목, 어깨 등을 움직이는 동작이 많아 평소 운동이 부족한 상체의 경직된 근육을 푸는데 효과적이다. 하체 근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면서 심폐 기능 향상, 자세 교정의 효과가 있어 스트레칭을 계속해줌으로써 몸매라인을 만드는 데에도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또, 최근 다이어트 전문가들은 국민체조는 신체 부위별로 운동이 되며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다고 발표했다. 요가의 효과와 지극히 비슷하다. 국민체조를 한 번 하는데 약 5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총 6번 반복하면 전신을 자극하는 30분 유산소 운동이 될 수 있다. 정말 국민을 건강하게 하는 체조가 맞긴 맞다.
이 체조가 만들어진지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학교의 체육시간, 군대의 기상체조, 스포츠 경기 전 스트레칭 등 대한민국의 몸풀기는 한결같이 이 국민체조로 시작된다. 고국을 떠나 이곳에 살지만 간단한 운동이라도 시작하려면 그 옛날 학교에서 다같이 했던 국민체조를 떠올리며 몇 동작을 더듬어 보기도 한다. 비록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국민체조가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이유는 우리 신체에 가장 적합한 기본 동작으로 충실하게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대입 능력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한 학생의 대답은 항상 이렇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기본은 교과서를 통독하는 일이다. 그 다음에 응용 문제에 익숙해져야 한다. 교과서에 나온 기본적인 이론을 무시하고서는 절대 고난위도의 문제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약간은 고무적이고 식상한 소감이긴 하지만 기본에 충실했다는 수석 학생들의 대답이 이해가 간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기자회견 장소에서도 소감 내용은 비슷하다.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연습의 결과라는 말이다. 연습이라는 것은 똑같은 자세와 기술동작을 지겨울 정도로 반복해야 한다. 하루도 아니고, 몇 년을 밥 먹고 똑같은 연습을 한다는 것은 보통 인내심이 아니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본기를 탄탄히 익혀야만 어려운 상대를 만났을 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에 이들의 지겨운 기본기 익히기는 오늘도 계속된다.
물론 사람에게도 여러 기본이 있다. 그 중 으뜸이 인사가 아닐까 싶다. 어른을 보면 당연히 인사를 해야 하고, 비슷한 연배를 만나더라도 악수를 청해 안부를 묻고, 안면 있는 사람에게는 눈인사라도 보내면 서로 기분 좋다. 그런데 먼저 아는 척을 하는 것을 자존심이 상하는 일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상대방이 먼저 아는 척 하길 기다리면서 눈을 흘깃흘깃하다 어색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기적인 이유로 이웃 어르신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법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이번 주는 추석 명절이 들었다. 인사만 잘해도 밥은 얻어먹고 산다고 했다. 망각하고 있던 인사를 가족과 친척들에게 먼저 실천해봄도 좋을 듯하다.
우린 가끔 가장 원초적인 것들에 소홀한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몸풀기부터, 시험치기 전에는 교과서 통독부터, 사람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는 인사부터 라는 기본 마음가짐을 잊지 말고 살길 바란다. 행승어언(行勝於言)이라고 했다.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상대가 가족이든, 회사이든, 친구이든 상관없다. 이번 주 각자의 위치에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기본을 찾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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