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 사이언스 모니터에는 매주 한 번씩 나오는 PMAD라는 기획기사가 있다. PMAD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People Make A Difference)의 약자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헌신과 섬김으로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만들어 내는 주인공들을 매주 한 명씩 소개를 한다. PMAD 기획기사를 보면 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싱싱하고 가슴 따뜻하다. 지난 10월 첫 째 주에 주인공으로 나온 사람은 이스라엘의 랍비인 사울 주들만과 팔레스타인 농부인 지아드 사바틴이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수 천 년에 걸친 싸움을 하고 있다. 같은 땅에 살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고 이해 못하는 원수로 살아간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10m 도 넘는 장벽으로 서로를 차단하고 살아간다. 랍비는 이스라엘의 정신 그 자체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진 생각과 기준은 곧 랍비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주들만은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원수인 팔레스타인 지아드와 함께 농장을 운영한다. 원래 씨애틀에서 살던 주들만은 얼마 전 고향인 이스라엘로 귀국을 했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는 아예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웨스트 뱅크로 들어갔다. 팔레스탄인 사람들 사이에서 살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그리고 지아드를 만나서 친구가 되었다. 지아드는 이스라엘을 대항해서 싸우던 급진주의자였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있기도 했다. 하지만 랍비인 주들만을 만나면서 그의 분노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오개닉 농장을 같이 운영한다. 가난하게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돕기 위해서이다. 벌써 40여 가족이 그 농장에서 일을 하면서 사랑을 나누고 있다. 한 사람의 헌신과 사랑이 그들 가슴 속에 응어리져 있는 분노를 눈 녹듯이 녹이고 있는 것이다.

      인도 웨스트 벵갈의 가난한 마을에 사는 바바르 알리라는 소년이 있다. 17살인 그는 집 뒷마당에 동네 아이들을 모아 놓고 공부를 가르친다. 벌써 8년이 되었다. 그는 학교 이름을 ‘기쁨 학교’라고 붙였다. 매일 오후 수 백 명의 학생들이 몰려온다. 신발을 제대로 신은 아이들도 없다. 때가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 마당에 비닐 봉지를 깔고 앉아서 공부를 한다. 선생님은 바바르 같은 10대 소년들이다. 바바르는 교장 선생님이다. 인도에서도 초등학교 중등학교 교육은 의무교육이다. 학비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하류 계층 주민들에게는 의무교육이 별로 의미가 없다. 교복도 사서 입지 못한다. 교제비도 감당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가족이 하는 일을 돕지 않으면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그러니 학교는 갈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바바르는 어느 날 아침 학교에 가던 중 동네 친구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친구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에 소를 끌고 들판으로 갔다. 가축들에게 풀을 먹이기 위해서다. 그때 바바르는 9살이었다. 그날 학교를 마친 후 그는 친구들을 자기 집으로 불러 모았다. 그리고 글 읽는 법을 가르쳤다. 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 얼마나 기뻐하고 좋아했는지 모른다. 매일 오후 그의 집을 찾아오는 아이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명이던 것이 몇 십 명으로 불어났다. 시작한지 1년이 지나면서 몇 백 명으로 늘었다. 그렇게 공부를 한 아이들이 글을 깨우친 다음에는 선생님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글을 알게 되면서 직업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신분 상승이 조금씩 일어나게 된 것이다. 자녀대대로 까막눈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삶이 미래의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삶으로 바뀐 것이다. 바바르는 그들에게 천사나 다름이 없다.

     호주의 시드니에는 돈 리치라는 80대 노인이 있다. 그는 40년 전 시드니 부근 경치 좋은 곳에 집을 샀다. 거실에서 밖을 내다보면 ‘갭’이라는 아름다운 절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는 이 집으로 이사오자 마자 그 아름다운 절벽이 자살 명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한 우울증이나 인생에서 절망감을 느낀 사람들이 ‘갭’이라는 절벽에서 매년 평균 50명씩 자살을 한다. 매주 한 명씩 자살을 하는 장소이다. 그때부터 돈 리치는 풍경을 감상하려고 절벽을 보지 않았다. 대신에 그곳에 서 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관광객들과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은 손에 카메라가 없다. 관광객들은 아무리 아름다운 장소라고 해도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러나 자살을 하려는 사람은 필요이상으로 그곳에 오래 서 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곧 절벽으로 뛰어 올라간다. 그리고는 “우리 집에 가서 차나 한 잔 하자”고 청한다. 그 사람을 집에 데리고 가서는 따뜻한 차를 대접하면서 여러 가지 인생 이야기를 나눈다. 그 사람이 가진 아픔이 무엇인지도 물어본다. 이상하게도 자살 직전에 따뜻한 사랑을 느낀 사람은 자살을 하지 않는다. 그가 지금까지 살린 사람이 수 백 명이 넘는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결코 이론이나 구호를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교재를 가지고 가르친다고 사람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욕심 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사람을 만나야 변화가 온다. 얼마 전 ‘Food Network TV’ 에 나왔던 랜스 니타하라의 경우도 그 사실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그는 뉴욕에 있는 어느 기독교 수양관에서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다. 요리 경연대회에서 그는 1등을 했다. 하지만 2등을 한 요앤 마그리스가 실망을 하면서 스튜디오를 빠져나갈 때 그를 불러 세웠다. 요앤은 상금을 받아서 아프신 할머니에게 찾아가 보아야 할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랜스는 선뜻 그가 받은 만 불의 상금을 그 자리에서 요앤에게 주었다. 그리고는 “빨리 할머니에게 가보세요.”라고 따뜻하게 격려를 했다. 뜻하지 않은 광경을 본 심사위원들과 방청객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 광경을 TV로 본 시청자들의 가슴도 뜨거워졌다. 이 모습에 감동을 받은 사람들 중에 이런 고백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당신의 행동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믿는 하나님에 대해 나도 알고 싶어서 교회에 나가겠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헌신과 섬김으로 서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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