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은 연예인이 대거 연루된 온라인 스포츠 도박 파문 때문에 난리다. 검찰 수사 대상인 연예인 수만 10여 명인데다, 대부분 스타급이다. 개그맨 이수근, 방송인 탁재훈,붐, 가수 토니 안 등 연예인 8명이 사설 스포츠 토토 사이트에서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이미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축구 경기의 승리 팀을 예측해 문자 메시지로 돈을 거는 일명 ‘맞대기’ 도박을 했다. 개인별 판돈은 2천만원에서 4억 원에 이른다. 올해 초 인기 개그맨 김용만이 불법 도박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아 사회적 지탄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어서 충격적이다.
온라인 쪽으로 급속히 이동중인 불법 도박은 ‘한국이 왕국’으로 불릴 만큼 만연돼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 규모만 연간 13조∼39조 원으로, 합법인 스포츠 토토 시장 규모인 2조 원에 비하면 20배 규모다. 특히 인터넷 등을 통한 온라인 도박은 24시간 베팅에, 베팅 상한액도 제한이 없는데다 익명성이 보장돼 중독성과 후유증은 더 심각하다. 더욱이 이번에 적발된 대부분이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연예인이어서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불법 도박 사이트는 수시로 주소를 바꾸거나 해외 서버를 이용하고, 베팅 관리도 대포통장으로 이뤄져 적발이 쉽지 않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 그만 두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다.

     올해 초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인터넷 도박사이트와 관련된 광고 의뢰 문의였다. 그쪽에서 광고 가격을 물어 대답을 해주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영 개운하지가 않았다. 신문지면에 실리는 광고주들의 라이센스 유무나 인간성, 그리고 정직성 등을 일일이 조사해서 광고를 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눈에 떡하니 보이는 사행성 조장 광고를 싣기가 영 찜찜했다. 그래서 다시 연락 온 도박 사이트 회사에 광고를 싣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그쪽에서는 자신들은 합법적인 사이트라고 강조했고, 타주에 있는 일간 신문들도 광고를 받아주었다면서, 우리 포커스가 광고를 받지 않는 타당한 이유를 들어달라고 다그쳤다. 그래서 필자는 그냥 ‘내 맘’이라고 말하고 끊었다. 그 뒤 한 번 더 연락이 왔다. 인터넷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언론사가 덴버에는 포커스밖에 없기 때문에 웹사이트에라도 광고를 실어달라고 했다. 광고료도 깎지 않고 더 낼 수도 있다며 말이다. 하지만 그때도 필자는 거절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 단지 도박 때문에 망한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고, 신문광고로 인해 심약한 도박 중독자들이 혹여 발동이 걸릴까 염려스러웠을 뿐이다.

    작년에도 한국의 유명 사학재단인 신직학원의 이사장인 김용식씨는 원정도박에서 630만 달러를 날리며 ‘역대 최대 규모의 원정 도박’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이 재단의 수익금이 김씨의 돈줄이었다. 방송인 신정환의 필리핀 원정 도박 사건도 한 때 떠들썩했던 여운도 아직 남아있다. 물론 이 두 사람 외에도 사회적 인지도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도박에 미쳐있다. 하지만 돈많은 그들은 도박 빚에 허덕여도 돈을 해결할 길은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 도박 중독에 걸린 사람들은 그 도박 빚을 어쩔 것인가. 도박 중독으로 블랙 호크나 센츄럴 시티에 살다시피 하는 한인들의 인구가 족히 2천명이 된다고 한다. 심각한 수준이다. 콜로라도 한인 비즈니스 업계는 벌써 몇 년째 불황이라는 단어를 달고 살지만, 카지노 사업이 날로 번창하는 이유에 한인들의 협조가 다분히 있다는 것은 씁쓸한 현실이다.
일단 100달러만 주머니에 있어도 무조건 그 날은 산에 올라가는 날이라고 정하고, 오후 스케줄을 아예 제쳐 버렸던 한 사람이 있었다. 가지고 있던 모텔, 집을 홀랑 날렸고, 타고 다니던 자동차의 페이먼트를 내지 못해 은행에서 가져갔다. 또, 지난 20여년 동안 집보다 도박장에서 밤을 샌 날이 많았던 한 남자는 결국 아내와 아이들에게 외면당하고, 이혼을 하게 됐다. 그는 아직도 카지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노부모의 신용카드를 훔치고, 시계, 반지, 카메라를 저당잡혀 가면서 카지노를 전전하다가 이제는 아예 알코올 중독자까지 되어버렸다.

    도박에 중독된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중독 과정은 대략 이랬다. 재미 삼아 가끔씩 도박을 시작한다. 흥분을 느낀다. 우연히 대박을 경험한다. 같은 흥분을 얻기 위해 도박 시간이 점점 늘고 거는 돈의 액수가 차차 커진다. 그러다가 이제는 도박 사실을 주변에 숨기기 시작한다. 빚이 늘어나면서 가족들에게 무관심해진다. 어제 잃었으니 오늘은 딸 것이라고 확신한다. 따고 나면 어제 땄으니 오늘도 딸 것이라고 다른 계산을 한다. 과거 크게 땄던 경험만 기억하고 그 쾌감을 잊지 못한다. 도박을 하지 않으면 초조하고 불안해 어디에도 집중할 수 없다. 이 증상을 견디기 어려워 또 도박장을 찾는데 이쯤 되면 스스로 도박을 그만두기 힘든 수준에 이르게 된다.
더 이상 가족에게 의미 없는 당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당신이 되기 전에 그만 두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도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추수감사절을 기점으로 곧 연말연시 연휴에 돌입한다. 벌써부터 산에 올라가려고 마음먹고 있는 당신, 적당한 즐거움만 찾길 바란다. 혹여, 지금 도박에 빠져 있다면 진정 자신의 어릴적 꿈이 노름꾼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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