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참 능력도 좋아. 축하하네.”
결혼하자마자 간 신혼여행에서 임신을 한 K씨부부는 마냥 기뻤다. 말 그대로 ‘허니문 베이비’다. 부부의 건강도 과시하는 것 같아 우쭐했다. 이는 임신이 잘 안 돼 고민하는 불임 부부들에게는 꿈같이 달콤하고 부럽기만 한 얘기다.
하지만 허니문 베이비의 경사는 부부의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는 필자의 시각에서는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고 그만큼 서로가 잘 맞다는 얘긴데, 도대체 뭘 더 조율하느냐고 반문도 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하나의 팀이 되기까지엔 충분한 시간적 조율이 필요하다. 따로 살던 두 사람이 연애라는 틀에서 서로를 맞춰보는 것과 실제 함께 살면서 맞춰 나가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특히 성문제에 국한해 보면 더욱 그렇다. 애초에 임신과 출산은 부부의 성적 문제 해결 측면에선 위험한 단계다. 부부 사이를 악화시키는 요소가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결혼 후 임신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 기간동안 서로 간에 성적 조율을 하는 게 좋다.
많은 사람의 생각과 달리 속궁합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함께 맞춰가는 퍼즐이다. 신혼부부들이 서로 간의 성적 불일치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반복된 경험이다. 허니문 베이비를 가진 부부는 그런 조율의 시간 없이 바로 악화의 시기로 들어가는 게 문제다. 신혼 초기에는 둘만의 자유롭고 은밀한 시간이 필요한데, 임신은 이를 방해한다. 아내의 몸은 무겁고, 남편은 성충동이 너무 동물적이고 이기적인 것 같아 은근히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결혼에 따른 가장으로서 책임감은 아이의 임신으로 두 배가 되고, 더 능력 있는 아빠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일에 매진한다. 야근에, 회식에 귀가시간은 늦어지고 일에 에너지를 쏟아붓다 보니 집에 돌아오면 기진맥진이다. 그나마 아내가 임신 중일 때는 덜한 편이다. 출산 이후는 더 힘들다. 거기다가 아내는 힘든데 도와주지 않는다고 구박만 하고, 아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집에서 남편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아내의 입장에서도 허니문 베이비는 수월치 않은 문제다. 임신과 출산, 양육으로 몸과 마음이 힘든데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편이 짐승같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둘만의 시간은 아기로 인해 번번이 방해받기 일쑤이고 점점 늦어지는 남편의 귀가시간에 불만이 쌓여간다.
이런 점에서 허니문 베이비는 부부가 초기 안정감을 찾아가는 데는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맞춰 나가는 신혼기간이 필요하다. 최소한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 까지 가도 좋다. 물론 예외가 있는데, 이미 연애기간에 동거 등을 통해 충분히 서로 실질적인 신혼기를 보낸 사이일 경우다. 서로에게 맞춰진 상대라면 괜찮다는 것이다.
속궁합을 점쟁이의 판단에 맡기는 건 옳은 일이 아니다. 그런 판단만 듣고 제대로 노력하지 않는 건 잘못이다. 애초에 완벽하게 맞는 부부는 없다. 오히려 잘 맞춰가는 노력을 하는 시기가 신혼기, 즉 허니문이니 아무리 아이의 출산을 빨리 원하더라도 좀 즐기고 느끼고 서로의 차이점을 이 시기에 조율해야 한다. 아무래도 허니문은 허니문답게 부부 사이로 좀 즐기는 게 낫다. 아이는 그런 둘만의 행복 후 자연스러운 결실로 찾아오는 게 더욱 바람직하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