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용서와 화해’의 아이콘으로 살았던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이 얼마 전 타계했습니다. 1995년 그가 쓴 ‘자유를 위한 여정’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피부 색깔이나 가정, 환경, 종교 등의 이유로 다른 사람을 증오하도록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이 증오를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증오를 배운다면 사랑도 배울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랑은 증오보다 사람의 본성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인간의 선함이란 감춰져 있지만 결코 꺾이지 않는 불꽃이다.” 그는 남아공 '백인정부'의 극단적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27년간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또 악명 높았던 케이프타운 앞바다 로벤섬에서 18년간 투옥됐고, 폴스무어와 빅터버스터 교도소에도 수감됐습니다. 그러나 만델라는 1990년 71세의 나이로 자유의 몸이 된 지 4년만에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올라서도 '화해와 용서'를 외쳤습니다. "남아공 국민들은 끔찍했던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을 용서해야 한다. 용서하되 잊지 않아야 한다." 한마디로 넬슨 만델라 그는 관용의 사람이었고 평화의 사람이었습니다.

    만델라처럼 감옥 속에서 살다가 죽음을 맞이했던 사도 바울 선생님은 감옥에서 쓴 옥중서신을 통해 빌립보 교회 교인들에게 이런 권면을 했습니다.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빌립보서 4:5) 바울 선생님의 이 권면은 실천하기에 퍽 힘겨운 요구처럼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냥 “너희 관용을 알게 하라”고 하지 않고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너그럽게 용서해 줄만한 사람이면 용서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다 관용의 증거를 보이는 것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바울 선생님은 이런 무리한 요구를 우리에게 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크리스챤의 삶으로서의 아주 중요한 인격적 정체성이 관용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도 바울 선생님은 또한 우리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평화 하라.”(로마서 12:18) 사실 이 말씀 역시 대단히 부담스러운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과 더불어 평화 한다는 일 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는 어쩔 수 없이 ‘경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도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경쟁만이 아니라 사느냐 죽느냐, 흥하느냐 망하느냐의 경쟁에 휘말리게 되면 그것은 경쟁이 아니라 ‘전쟁’이 됩니다. 우리 주변에는 소리 없는 전쟁을 치루며 오늘도 보이지 않는 비수를 겨누며 살아가야 하는 관계들이 참 많습니다.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사람들과의 ‘관계 전쟁’을 치러야 하는 버거운 현실 속에서 모든 사람과 평화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말씀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인간 현실을 알고계시는 하나님께서는 ‘할 수 있거든’이라는 단서를 이 말씀의 서두에  붙이고 계신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아무리 우리가 모든 사람과 좋게 지내려고 해도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입니다.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과 평화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할 수 있거든’입니다.

    넬슨 만델라에게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그는 세계 많은 나라의 정상들 중에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감옥 생활을 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려 27년간 감옥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수감 생활 초기에 만델라는 아무 잘못도 없는 자신이 감옥에 수감되었다는 사실에 대하여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열악하기 그지없는 감옥의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없어서 분노가 일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면회 오는 변호사에게 “여긴 지옥이야. 지옥!”하며 울분을 터트렸다고 합니다. 자신을 감옥에 쳐 넣은 사람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사람들을 이런 말이 되지 않는 환경 속에 쳐 넣어 인권을 유린하는 감옥이라는 환경에 대한 울분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세월이 흘렀지만 환경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인권을 유린하는 인종 차별자들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만델라는 자신을 바꾸기로, 자신이 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느 날 변호사가 다시 면회를 왔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아직도 수감생활이 지옥처럼 고통스럽습니까?” 그가 대답했습니다. “아니, 지금은 천국이요!” 다시 변호사가 물었습니다. “그사이 감옥의 환경이 많이 개선되어 변한 모양이군요.” 만델라가 다시 대답합니다. “아니, 감옥도 사람도 그대로인데 내 마음이 변했소!” 27년의 감옥 생활을 끝내고 출감하는 날 사람들은 만델라가 아주 허약한 상태로 감옥을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이 70세가 훨씬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아주 건강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취재를 나온 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5년만 감옥살이를 해도 건강이 망가져서 나오는데, 어떻게 27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서도 이렇게 건강할 수 있습니까?” 그러자 그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감옥에서 하나님께 늘 감사했습니다. 하늘을 보고 감사하고, 땅을 보고 감사하고, 물을 마시며 감사하고, 음식을 먹으며 감사하고, 강제 노동을 할 때도 감사하고.... 나는 늘 감사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관용하고 모든 사람과 평화할 수 있는 관계 기적의 비밀 중의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먼저 내 마음을 바꾸고 내가 변하는 것입니다. 내가 변하면 인간관계에 평화가 오지만, 상대를 향해 ‘왜 너는 바뀌지 않느냐’고 따지고만 있으면 관계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넬슨 만델라가 추구했던 관용과 평화가 늘 아쉬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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