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운동의 상징이자 인류의 스승이라 불리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95세의 일기로 서거했다. 요하네스버그 FNB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의 추모식에는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은 물론 세계100여국의 대표가 참석해 전세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도 지미 카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함께 전용기로 참석했다. 공식추도식장에는 약 9만5000명이 참석했고,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엘리스파크 스타디움 등 경기장 3곳이 추가 개방됐다. 이들 경기장의 수용인원만해도 약 22만 명이나 된다.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인 양키스디움 내 기념공원에는 만델라의 동판이 제작 중에 있다. 내년 4월15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 때 공개될 예정이다. 이날은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이 1947년 빅리그에 데뷔한 날로 메이저리그 전체 선수가 그의 등번호 42번을 달고 뛰는 ‘재키 로빈슨 데이’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27년간의 옥고를 치르고 석방된 지 4개월 만인 1990년 6월 22일 양키스타디움을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양키스 모자를 쓰고 점퍼를 걸친 그는 팬들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나는 양키스 팬”이라고 말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양키스 구단은 미국 최대 노조인 국제서비스노동조합(SEIU)의 제안을 수용해 만델라의 역사적인 양키스타디움 방문과 자유를 위해 헌신한 그의 인생을 기리고자 동판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백인 우월주의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에 애도의 물결을 일으킨 만델라는 진심으로 존경을 받을 만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자, 세계인권운동의 상징이다. 191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동남부지역 마을 족장의 아들로 태어나 비교적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다. 대학에 법학도로 입학했지만 정학을 당했고, 이후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흑인집단 거주 구역에서 살아온 그는 변호사로서 아프리카 민족회의에 가입해 흑백 인종차별 철폐운동에 참여한다. 그리고 청년동맹을 창설해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1948년 백인정당인 국민당이 집권하면서 아파르트헤이트라는 흑백차별법을 제정했는데, 이로 인해 공공시설이나 토지 등 모든 일상에서 흑인과 백인이 분리되어 차별을 받기 시작했다.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흑인은 남아공 면적의 10%안에 갇혀 지내야 했던 것이다. 만델라는 이 법에 맞서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벌이다 체포당했지만 이 일을 계기로 민족회의 단체의 회원들은 10만명으로 늘어났고 해외에까지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만델라는 ‘민족의 창’이라는 단체를 조직해 인종차별 철폐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로 인해 1962년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 받아 악명높은 케이에프타운 로벤섬 교도소에서 감옥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감옥에서도 채소밭을 가꾸는 등 주변을 아름답게 변화시켜 나갔다. 옥중에서도 자와할랄네루상, 브루노 크리이스키 인권상, 유네스코 시몬 볼리바 국제상을 받았다. 그는 감옥에서 환갑을 맞았고 70세 생일이 되던 1988년, 영국 런던 웸블리 운동장에서는 그를 위한 음악회가 열렸다. 이 음악회 또한 전 세계에 중계되며 감동을 전했다.

     1990년 자국내의 저항과 세계 여론, 그리고 서구 열강들의 제재로 만델라는 27년간의 감옥생활에서 석방된다. 그는 이듬해 국민회의 의장으로 선출되었지만 남아프리카의 현실은 여전히 백인정부와의 반목과 갈등이 계속되었다. 만델라는 흑인 극단주의자들에게서 온건하다는 비난과 줄루족 등 흑인 종족간의 갈등으로 복잡해지는 상황 속에서도 백인정부와 협상을 지속했다. 그는 아파르트헤이트는 종식되어야 마땅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만델라는 이 신념을 바탕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파국을 막기 위해 드 클레르크의 백인정부와 줄루족 등과 협상을 벌여 민주적인 선거를 관철시켰다. 이러한 공로로 1993년 드 클레르크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며, 1994년 4월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참여 자유총선거에 의하여 구성된 다인종(36개의 분파가 존재) 의회에서 대통령에 선출되어 350여 년에 걸친 인종분규를 종식시켰다.
화해와 공존의 리더십으로 무지개 국가를 건설한 지도자, 민주화와 세계인권운동의 상징이었던 그를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가장 위대한 무기는 평화입니다.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습니다. 나는 대단한 인간이 아닙니다. 단지 노력하는 노인일 뿐입니다. 용기있는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을 정복하고 이를 뛰어 넘는 사람입니다.” 넬슨 만델라의 명언은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왔다. 그 분의 삶과 업적, 그리고 이 같은 명언은 앞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자유, 그러한 자유를 향한 외침으로 전생애를 걸었고 적대자들까지 품에 안고 함께 걸어간 넬슨 만델라, 그의 자서전의 제목처럼 그는 이제 영원히‘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을 떠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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