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도 다 갔다. 독자 여러분은 올 한해 자신에게 몇 점의 점수를 줄 수 있을까. 이번 호에 나갈 2013년 한인타운 주요뉴스를 정리하면서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 반대로 희망찬 미래의 청사진도 함께 볼 수 있어 그리 실망스러운 한해는 아니었다. 
올 한해 콜로라도 주류사회 뉴스 중 단연 이슈는 10살짜리 제시카 리지웨이가 납치당해 잔인하게 토막 살해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범인은 종신형에다 추가로 86년형을 더 선고받아 실질적으로 사회에 나올 가능성이 전혀 없어졌다. 또, 지난 6월에 발생한 산불로 인해 캠핑족들이 떠나고, 캐년 시티나 로열고지가 완전히 전소되면서 콜로라도의 관광산업은 크게 타격을 입었다. 하염없이 타들어가는 콜로라도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덴버 도쿄간 직항이 개설된 것도 중요사안이다. 주간 포커스 신문사는 도쿄 직항을 결정한 덴버시장 및 공항 관계자들과 한인 단체장들과의 간담회를 주선해 도쿄에 이어 인천 직항 개설에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했고, 그 결과 덴버시 또한 직항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덴버 주택가격이 제자리를 찾으며 지난 9월에는 2007년 이후 최고가를 갱신했고, 콜로라도주내 불체자 학생에게 주민 등록금 혜택 승인이 떨어졌으며, 지난해 온 국민에게 상흔을 남긴 오로라 극장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극장도 리모델링 후 재오픈을 했고, 신앙심이 없는 주로서 콜로라도주가 랭킹에 오른 내용도 눈에 띄는 기사였다. 지난주에 발생한 아라파호 고등학교 총기 사건을 끝으로 주류사회 주요 기사들은 대충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올 한해는 굵직한 일이 많았다. 지난 4월18일, 한국정부와 콜로라도 주정부와의 운전면허 상호인정 협정이 체결되면서 관련규정이 정식으로 발효됐다. 이에 따라 한국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콜로라도 거주 한인들은 별도의 운전면허 시험을 보지 않고도 콜로라도 운전면허증으로 교환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한인사회 역사상 한 획을 그을만한 중요사안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야심작인 건강보험 개혁법은 한인사회에 일대의 혼란을 일으켰고, 한인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의 하나로 기록될 박해춘씨 살인사건은 이중희씨가 법정 최고형인 48년 형을 선고 받으면서 3여년간의 지루한 법정공방도 막을 내렸다. 또 하나의 경악할 만한 사건은 우리에게 친숙하게 알려졌던 벨라 사진관의 허윤미씨가 딸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일이었다.

    올해 한인사회에는 유독 문화축제가 많은 해였다. 주간 포커스 신문사 주최로 청소년 문화축제가 성대하게 열렸고, 2회째를 맞은 어린이 동요대회 또한 반응이 대단했다. 특히 청소년 축제는 상금이나 출연자들의 수준이 월등히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행사가 지닌 사회적인 의미 또한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다. 콜로라도 어린이 합창단의 정기공연은 매번 멋지게 마무리되고 있고, 한인 합창단의 연주회도 올해 어김없이 열렸다. 이외에도 한인 커뮤니티 재단이 주최한 한국의 날 행사와 미술전시회, 음악회, 그리고 교회안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사회의 문화생활에 기여하고자 하는 여러 교회들의 콘서트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지속적으로 열렸다. 이처럼 행사가 많았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 많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풍요로웠던 한 해였다고 믿고 싶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커뮤티니 발전을 위해 노력한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그동안 분열과 분쟁을 계속 이어왔던 한인회에도 변화가 있었다. 콜로라도주 한인회, 덴버 광역한인회의 회장단 및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화합의 물꼬가 터진 것도 눈여겨볼만하다. 특히 덴버 광역한인회는 문화강좌를 개설하고 교민 노래자랑을 시도하면서 한인사회에 적극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면서 한인회의 단일화를 가장 큰 과제로 여겼고, 그동안 한인사회가 가진 한인회에 대한 불신을 종식시킬 찬스를 만들려고 노력 중인 것에 큰 점수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H-mart 웨스트민스트 지점이 오픈하면서 주류사회 내 한국 마켓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것도 한인사회에서 손꼽을만한 뉴스다. 그리고 한인들을 위한 사회복지관이 개설되었고, 영사관의 인사들이 교체되면서 다소 실질적인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버섯, 고사리 채취에 나선 한인들이 경찰 단속의 타켓이 된 것은 다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계속 잘못되게 마련이다. 잘못 꿴 첫 단추부터 풀지 않으면 이런저런 수단을 동원할지라도 결국 시간과 비용, 노력을 낭비하는 헛수고를 해야 한다. 어떨 때는 오히려 일이 더 꼬이기도 한다. 그런데도 잘못 꿴 첫 단추를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고, 심지어는 불가능한 성과까지 기대하는 모순이 현실일 때가 많다. 올해를 뒤돌아보니 덴버 한인사회에도 첫 단추가 잘못 끼어진 일들이 더러 있다. 여전히 존재하는 노인회간의 분열, 각 단체간의 쓸데없는 명예욕 열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었던 단체들의 분쟁이야 말로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당사자들은 삐뚤어진 첫 단추가 모두 주변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떠넘긴다. 하지만 첫 단추도 본인이 채워야 하고, 잘못 끼워진 단추도 본인이 다시 풀어 고쳐 끼워야 한다. 2013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잘못 채워진 단추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들의 ‘존재의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면 2014년 갑오년은 좀더 책임감 넘치는 신중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당신의 올 한해 점수는 얼마쯤 받을 수 있을까. 반성의 시간을 통해 잘못 채워진 단추를 찾아 낸다면 가산점도 줄 수 있겠다. 내년을 위해 포커스부터 먼저 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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