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그 그로츠의 <사회의 기등들>

      사회를 움직이는 소수의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사회를 구성하는 다수의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과대 포장된 그들의 능력에 다수의 사람은 경의를 표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책임의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요즘같이 도덕성이 요구되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사회 지도층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 작품이 그로츠의 ‘사회의 기둥들’이다. 부패한 부르주아 사회를 풍자한 이 작품을 그로츠는 헨리크 입센의 희곡 제목에서 따왔다.
게오르그 그로츠(1893~1959)는 1920년대 중반 나이트클럽, 카바레 등 향락에 물든 베를린의 현실을 공격했다. 그는 베를린 향락의 밤을 즐기는 사람들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그는 권위에 대한 끊임없는 반감 속에 특히 1차 세계대전 후 막 부상한 히틀러와 나치당을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로츠는 1920년대 연극, 음악, 문학, 건축,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베를린 문화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예술적 재능으로 민중을 도덕적으로 교육하고 개혁하고자 했다.
‘사회의 기둥들’은 그 당시 몰락의 길을 가고 있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현실을 가차 없이 폭로했다.
화면 맨 앞 맥줏잔과 펜싱 검을 들고 있는 남자는 귀족 정치주의자다. 뺨은 칼에 벤 상처 탓에 보기 흉하게 일그러져 있으며 귀가 없다. 또 눈에는 불투명한 외알 맹인용 안경을 쓰고 있다. 맹인용 안경은 그가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은 기병대 제복으로, 이 옷은 독일민족주의를 상징한다. 열린 그의 머리에는 법조항과 동방의 기사가 있는데 법조항은 그가 법학도로서 전쟁에 참가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화면 왼쪽 머리에 요강을 쓰고 있는 남자는 신문을 놓치지 않으려고 가슴에 꼭 붙들고 있다. 이 남자는 당시 정치가이자 언론의 최고 권력자인 알프레드 후겐베르크다. 그는 히틀러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는 평화의 상징인 종려나무 잎을 들고 있지만 그 종려나무 잎에는 피가 묻어 있다.
그 옆으로 사회민주주의당 소속의 국회의원이 있다. 그의 머리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똥이 가득 차 있으며 손에는 깃발과 사회주의 전단을 들고 있다.
그 위로 살찐 성직자의 모습이 보이는데 술에 취해 코가 빨갛다. 성직자 뒤로 철모를 쓴 군인들에 의해 도시가 불타고 있다. 하지만 성직자는 현실을 외면하고 평화를 위한 설교를 하고 있다. 그는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데도 그것을 외면하고 있는 교회의 위선적인 태도를 상징한다.
그로츠는 이 작품에서 사법부, 언론, 의회, 교회 등 전후 독일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을 표현했다. 나치에 미움을 산 그로츠는 나치가 권력을 잡자 미국으로 건너간다. 나치가 퇴폐미술이라는 이유로 몰수했지만 이 작품은 그로츠가 죽기 전에 1958년 베를린 국립 미술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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