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필자는 올해의 마지막 칼럼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지난 일년을 뒤돌아 보면 올해도 ‘어렵다’라는 말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정말이지 2013년은 인고의 한 해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난 일년을 뒤돌아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즐거운 일들도 있었고, 슬픈 일들, 안타까운 일들도 있었다. 항상 일년을 되새겨 보면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지금 한국과 미국에서 단연 이슈는 북한의 장성택 위원장의 처형소식이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후 전세계의 이목이 대책 없는 북한에 집중해 있던 시점에서 김정은 위의 권력이라고 칭송 받았던 장성택의 급작스런 처형은 주변국을 혼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장성택의 처형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김정은을 놓고 전 세계는 지금까지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장성택의 처형소식이 전해지자 북한의 권력 구조를 예측하고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곳곳에서 비상대책 회의가 열리고 있다. 장성택의 사망 뉴스에 일각에서는 곧 붕괴될지도 모를 북한체제를 예상하고, 김정은과 장성택의 사진이 하루 종일 TV 뉴스를 장식하자, 큰 아이가 “엄마 저 뚱뚱한 형이 왜 uncle을 죽였어?”라고 물었다. 참, 난감한 질문이었다. 그래서 간단히 “둘 다 Bad Guy인데 지네들끼리 서로 많이 먹으려고 욕심 내다 뚱뚱한 형이 먼저 선방을 날렸어”라고 만화스럽게 설명했다. 이로 인해 아이가 아직 어리다는 생각에 차일피일 미뤄왔던 한반도의 역사 공부를 내년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 해야 할 일이 한가지 더 늘어난 셈이다.

     올 한해 콜로라도는 지난해에 일어났던 끔찍한 사건들에 대해 하나씩 매듭을 지었다. 지난해 오로라를 단숨에 유명도시로 만들었던 오로라 극장 총기난사 사건. 그 사건 발생 장소였던 센추리 극장은 새롭게 단장하고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지난해 10월에 제시카 리지웨이를 등교길에 납치해서 살해한 후 시신을 토막까지 낸 오스틴 시그는 종신형에다 86년을 더 선고 받았다. 범행 당시 17세의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시그는 사형은 면할 수 있었으나, 성인으로서 재판을 받았다. 선고공판을 주도한 스티븐 먼싱어 판사는 시그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비난하며 다시는 사회에 나오지 못하도록 종신형에다 86년형을 추가로 선고해 평생을 감옥에서 살다가 죽도록 못을 박았다. 아시안계인 우리 한인으로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일은 덴버-도쿄간 직항개설 건이다.

    아시안계인 우리 한인으로서 가장 주목해야 할 뉴스는 덴버-도쿄간 직항개설 건이다. 통계적으로 일본인이 한인 인구보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도교 직항 노선의 개설은 우리에게 또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콜로라도에서 조차도 일본인에 대한 인지도와 정치적 위상이 한인보다 높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내년 2014년에는 인천 직항 노선 개설을 위해 덴버 시장과 다시 한번 더 대화를 나누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내년에 해야 할 일이 또 한가지 늘어난 셈이다. 이렇게 내년에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계획도 세워보니 갑자기 2014년이 기대되어진다.

     더불어 올 한 해를 정리해보자면, 경제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풍요로웠던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커뮤티니 발전을 위해 노력한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서로를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힘든 현실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12여년 전 1960~70년대 한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자 한국의 광부와 간호사들은 독일에 가서 달러를 벌어 보냈다. 독일로 파견된 광부들은 지하 1천 미터 막장에서 탄가루 묻은 검은 빵을 먹으면서 서로를 응원했고, 광부와 간호사 2만여 명이 연간 1천만 달러를 한국에 부쳤다. 또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2개월 동안 350만 명이 장롱 속 금붙이를 꺼내 225톤, 1억7000만 달러 상당을 모았다. 전체 가구 중 23%가 동참한 것이었다. 1년 뒤 신용평가회사 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투자적격’으로 올리며 ‘금 모으기 운동’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잠재 의식 속엔 세계 어느 나라의 국민보다 강렬한 운명 공동체 의식이 깔려 있다.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예외 없이 공동체를 생각하는 집단 에너지가 분출됐고, 그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곤 했다. 때때로 서로를 욕하고 헐뜯지만, 대의가 필요할 땐 서로 응원하고 뭉쳤다. 이런 저력을 믿기에 미래를 생각한다. 넉넉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들이 지갑이 빌수록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아무래도 마음의 여유가 부족해서일 것이다. 갑오년 말띠 새해가 곧 밝는다. 연말연시를 맞아 비록 넉넉한 곡간의 인심을 베풀지는 못하더라도 서로 원색적인 비난을 일삼으며 물어뜯는 것만은 피했으면 한다. 올 한해 돈 못 벌었다고 속상해 하지 말고, 그나마 이 정도라도 버틸 수 있게 해준 자신의 의지를 칭찬하고 다독여 주면서 한 해를 마무리 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는 한국인의 저력을 가지고 있음을 잊지 말자. 동포 여러분, 올 한해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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