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며 눈물짓는 아내, 어찌 이리도 답답하냐며 버럭 소리만 지르는 남편…. 성격 차이로 인한 갈등에 고통받고 심지어 결별하는 부부들의 모습엔 늘 안타까움이 따른다. 게다가 부부간의 성격 차이는 성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마음이 안 맞는데 몸이 따라갈 리 없지 않은가.
절대 극복할 수 없는 ‘벽’ 같은 부부간의 차이. 이는 극도의 갈등 요소지만, 적절히 균형만 잡으면 희망을 줄 수도 있다. 최근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부부간의 차이는 본능적 운명인 듯하다. 프라나 대학 Bicalho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를 선택할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유전자와 가능한 한 다른 상대를 찾는다고 한다. 연구팀은 무작위로 선발한 (부부가 아닌) 남녀 152쌍과 실제 결혼한 부부 90쌍의 유전자 차이를 비교·분석했더니 실제 결혼한 부부에서 그 차이가 더 확연했다.
즉 선택해 결혼한 부부가 유전자적으로는 오히려 ‘남남’보다 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차이는 면역기능을 관장하는 DNA 영역에서 뚜렷했다.
그동안 동물의 짝짓기 특성에 관한 연구들에서 MHC 조직적합성의 차이가 큰 상대를 선택한다는 특성이 확인된 경우가 많다. MHC는 면역기능과 관련된 유전 요소로, 부모 간의 MHC 차이가 클수록 그 자손은 면역계의 다양성이 확보되어 그만큼 감염 등의 위험에 생존율이 높다. 그런데 MHC의 상이성이 인간의 짝짓기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것이다.
유전적으로 원거리에 있는 개체 간의 짝짓기는 자손의 번식과 생존에 긍정적이다. 이는 문화인류학적으로 근친결혼이 터부시되고 먼 종족과 결혼해 왔던 풍습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했던 이유다.
‘그이와는 너무 잘 맞아! 척하면 척, 천생연분이지’.
흔히 우리는 짝짓기에서 자신과 여러모로 잘 맞고 비슷한 배우자를 택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실제 연구 결과는 반대다. 결국엔 인간도 배우자를 선택할 때 얼마나 자손이 번성할 수 있을지 본능적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과 다른 유전자를 가진 이성을 찾아낼까? 쉬운 방법으로 친족관계가 없는 대상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보다 본능적으로는 상대의 체취나 얼굴 생김새 등을 통해 유전적으로 차이가 큰 배우자를 찾아낸다고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개체의 성격도 상당 부분 유전적 기질에 영향을 받기에, 성격 차이와 부부 갈등엔 운명론적인 측면도 있는 셈이다. 가장 극적이고 흔한 사례가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여성적인 남편과, 강하고 적극적이며 억센 아내의 만남이다. 그래도 연애할 때는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이 상호 보완되고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한마디로 콩깍지 씐 것인데, 결혼 후 성격 차로 갈등이 깊어지면 후회막급일 뿐이다. 하지만 자신과 너무 달라 밉고 실망스러운 내 반쪽이, 내 자손을 위한 관점에서 보자면 본능이 짝지어 준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서로의 장단점이 톱니바퀴 물듯 매끄럽게 돌아갈지, 날카로운 톱니끼리 부딪치다 결국 깨져 버릴지 부부 상호 간의 이해와 노력에 달린 것이다. 그래도 안 된다면 전문가의 힘을 빌리는 게 옳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