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와 마르스의 몰래한 사랑

    언제나 공적인 일보다 금지된 일이 사람들을 열광시키지만 특히 다른 그 어떤 것보다 배우자 몰래 하는 사랑은 재미를 넘어 스릴까지 준다. 하지만 몰래 하는 사랑은 멈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주인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제우스(주피터)만큼이나 바람둥이 여신이 비너스다. 미와 사랑을 상징하는 비너스는 특별히 하는 일은 없지만 사랑만큼은 확실하게, 열심히 했다. 그렇지만 비너스는 남편 몰래 저지른 불륜이 들켜 다른 신들의 웃음거리가 된다.
호로메스의 <오디세이아>와 오비디우스의 <변신>에는 비너스와 마르스가 정사를 나누다가 비너스의 남편 불카누스에게 현장을 들키는 이야기가 나온다.
‘못생기고 다리가 불편한 불카누스는 올림푸스산에 있으면 마음이 편치 못해 에트나 화산 밑에 있는 자신의 대장간에서 주로 지내고 있었다. 아버지 주피터 신은 못생긴 아들을 보고 여신 중에 가장 아름다운 비너스와 결혼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두 신을 결혼하게 만든다.
주피터의 장난으로 결혼한 비너스지만 바람둥이의 천성을 버리지 못한다. 비너스는 남편 불카누스를 속이고 유명한 바람둥이 전쟁의 신 마르스와 바람을 피기 시작한다. 태양으로부터 비너스와 마르스의 정사를 전해들은 불카누스는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불카누스는 유독 질투심이 강했다. 불카누스는 아내의 불륜 장면을 덮치기로 마음을 먹고 두 신이 정사를 할 침대에 청동 그물을 설치한다.’
이 우스꽝스러운 장면은 화가들에게 좋은 소재였다. 틴토레토의 <비너스와 마르스를 놀라게 하는 불카누스> 이 작품은 불카누스가 불륜의 현장을 찾아온 장면을 묘사했다.
불카누스는 의혹의 눈초리를 한 채 비너스의 허리에 걸쳐져 있는 침대 시트를 들추며 확인하고 있다. 비너스는 남편의 급습에 놀라 얼굴이 붉어져 있지만 비너스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침대 시트를 들어올리고 있다.
전쟁의 신 마르스는 갑옷을 입은 채 자신의 명성과 어울리지 않게 탁자 밑에 숨고 있다. 급박한 상황을 암시하기 위해 마르스는 투구만 쓴 채 고개만 내밀고 있다. 하지만 비너스 침대 밑에 있는 개가 마르스를 보고 짖고 있고 마르스는 개가 짖지 못하도록 애를 쓰고 있다.
화면 뒤쪽에 보이는 마르스의 방패에는 침대에 있는 두 신의 모습이 보인다. 방패는 불카누스에게 들킨 불륜의 현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침대와 금발은 비너스의 바람기를 상징하고 있다. 그 당시 베네치아 매춘부들 사이에서 금발로 염색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야코포 틴토레토(1519~1594)는 종교와 신화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제작했지만 이 작품은 신화의 내용에 충실하기보다 장면을 희극적으로 연출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