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말띠 해가 밝았다. 말띠 해라는 생각만으로도 활기찬 기운이 감도는 듯 하다. 한 해를 정리할 시간도 부족했기에 신년 계획을 세우는 일은 여간 벅찬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올해 이것만은 해야겠다는 각오가 필요하기에 크게 세가지 정도를 다짐해본다.

    첫째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말의 예절을 배우는 일이다. 얼마 전 한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라는 전화상의 첫마디도 없이 대뜸 “내년이 무슨 해냐”며 반말을 시작했다. 누구시냐고 물어도 내년이 무슨 해냐며 반말 물음을 계속할 뿐이었다. 갑오년 말띠해라고 답하니까 이제는 정확하냐며 두번씩이나 반말로 따지기 시작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주말에는 사무실 오픈을 하지 않으니 월요일에 사무실로 들리거나 전화를 주면 자세히 말씀해 드리겠다고 하자 “왜 토요일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느냐, 서비스를 해야지 임마”라며 다그쳤다. 그 뒤로는 신문사가 주말에 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쌍욕이 이어졌다. 네번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고 그의 욕설은 끝나지 않았다. 급기야 마지막 네번째 전화를 받지 앉자 아예 보이스 메일에까지 욕을 남겨 놓았다. 그 욕은 빌어먹을 년에서 시작되어 개 같은 년으로 끝났다. 어리석게도 음성 사서함에 전화번호가 버젓이 남겨져 있었기에 발신자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 때 한인사회의 단체장도 했을 뿐 아니라 지금은 한 종교기관에서 중책까지 맞고 있는 사람이었다. 신문사로 전화해서 반말에, 막말에 쌍욕까지 서슴없이 하는 이런 사람이 집에서는 어떨지 뻔한 일이다. 옷만 번드르하게 입고 다닌다고 자신의 품격이 의심받지 않는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가족에게 상처가 되는 말, 상대를 비하하는 말쯤은 절제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둘째는 한인사회의 화합을 위해 노우회관의 거처를 매듭짓는 일이다. 지난 주말 노인회관에서는 제21대 노인회장 취임식이 열렸다. 회관은 취임을 축하하기 위한 지역인사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좁은 회관에서 주요행사를 마치면 일단 모두 밖에서 대기를 해야 한다. 식탁을 펼치기 위해서인데 겨우 회관 내에 식탁을 펼쳐도 모두 앉지 못한다. 급기야 회관 앞마당에까지 식탁을 차려야 하는데, 서로 등을 기대고 앉아 먹어야 할 정도로 좁은 회관에 앉아있다 보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노인회관에서 불과 3분 정도 떨어진 곳에는 널찍한 노우회관이 있다. 노인회관에서 취임식이 있었던 날도, 삼일절, 광복절 행사가 있을 때에도 노우회관은 텅텅 비어진 채로 문이 잠겨 있었다. 덴버 한인사회에는 노인회와 노우회 두 개의 노인관련 단체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노우회의 존재에 대해 모를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노우회는 지난 몇 년 동안 아무런 대외 활동도 없었고 회원이 없다는 이유로 노우회관은 잠정 폐쇄되어 있는 상태다. 원래 노우회관은 한인사회와 오로라시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엄연한 한인사회의 공공시설이다. 그 동안 관계자 몇 명의 고집으로 인해 덴버의 노인들은 그들의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이제 이 아집들을 내려 놓을 때도 되었다. 올해는 노우회관이 한인사회에서 진정 노인들을 위해 사용되길 바란다.  

    셋째는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해 인천 직항노선 개설을 위해 힘쓰는 일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덴버-도쿄 직항노선의 운항을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다. 탑승율이 90%에 육박해 일단 이 항공편은 성공으로 간주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콜로라도 주민들은 매일 덴버와 도쿄를 편안하게 오갈 수 있다. 핸콕 시장이 시장에 당선되기 전 기금 모금 행사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참석한 아시안의 대부분이 일본인이었다. 이렇게 일본인들은 물심양면으로 핸콕을 도왔고, 그를 시장에 당선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물론 자신을 적극적으로 후원한 보답 차원으로 일본 직항 노선을 개설한 것은 아니겠지만, 핸콕 시장의 일본에 대한 관심이 한국보다 훨씬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한국보다는 일본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독도 영유권 주장, 말도 안 되는 역사왜곡, 계속된 망언 속에서도 일본이 꿋꿋하게 미국의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역시 본국의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참 질투나게 부럽다. 마냥 부러워할 수만 없는 일, 이제는 현지 한인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일단 덴버-인천 직항노선이 개설되면 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 될 것이다. 주류사회로 진출하는 많은 한인 비즈니스가 생길 것이고, 이민 오는 한국인도 많아져 부동산 경기도 함께 좋아질 것이다. 한국 제품의 유입도 쉬워져 한국산을 더욱 저렴하고 다양하게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코리아’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이와 더불어 한인사회에 대한 주류사회내의 인지도 또한 함께 높아질 것이다. 한국까지 가는 시간만 줄이더라도 우리의 생활은 더욱 여유로워진다.
다행히 여러 한인 단체들이 이름만 고수하지 않고 활발한 활동들을 준비 중에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인천 직항 노선은 우리 한인사회가 힘을 모아 꼭 이루어내야 할 막중한 임무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외에도 포커스 신문은 내부적으로 다짐을 해본다. 사람들 이야기가 넘치는 신문으로 거듭날 생각이다. 잘한 사람은 더 큰 칭찬으로, 공공의 적은 냉철하게 동포사회에 알릴 것이다. 모범이 될 수 있다면 작은 기사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덴버, 오로라 시장, 각 교육감 등 많은 주류사회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면으로나마 주류사회와의 교량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도 계속 알찬 기획기사를 준비해 차별화된 신문을 읽을 수 있도록 독자들의 시야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킬 생각이다.또, 문화센터와 웹사이트, 전자신문 활성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올해는 이를 더욱 활성화시켜 또 다른 여론 수렴의 장으로의 역할을 담당하게 할 생각이다.
무언가 시도를 해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니 실패해도 좋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도 좋다. 작심삼일이라도 좋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중요하다. 2013년에 얻은 경험과 자신감으로 더 큰 2014년을 그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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