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의 불륜을 독창적으로 표현하다

     사랑이라는 이름을 뒤집어쓰고 있는 불륜처럼 흥미를 주는 것은 없다. 생활의 냄새를 벗은 불륜은 욕망의 탈출구지만 허락된 시간이 짧고 상대의 마음을 반만 차지할 수밖에 없어 항상 목마르다. 해갈되지 않는 욕망이기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렇기 때문에 불륜을 주제로 한 그림들은 인기가 많았다.
초기 르네상스 시대에 불륜을 소재로 한 작품 중에 가장 에로틱한 그림이 코레조의 ‘제우스와 이오’다. 이 작품은 불륜을 소재로 했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의 변신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에 충실한 작품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상류층이었던 만토바 공작 페데리코 곤치가가 의뢰하여 제작되었다.
제우스는 어느 날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 이오의 아름다움에 반한다. 제우스는 사랑을 속삭이지만 이오는 그에게서 도망간다.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 제우스는 도망가는 이오에게 어둠의 장막을 내린다. 어둠에 익숙지 않은 이오는 도망가지 못하고 제우스에게 잡힌다. 완강하게 거부하는 이오를 달래기 위해 제우스는 구름으로 변한다. 구름으로 변한 제우스는 이오와 사랑을 속삭인다.
한편 한낮의 먹구름을 수상하게 여긴 헤라가 급히 내려온다. 헤라의 등장으로 놀란 제우스는 이오를 흰 암소로 둔갑시키지만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헤라는 100개의 눈을 가진 거인 아르고스에게 이오를 감시하도록 명한다. 암소로 변한 이오를 위해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시켜 아르고스를 죽이도록 한다. 헤라는 헤르메스가 자신의 심복인 아르고스를 죽인 것을 알고 분노한다. 이오는 헤라를 피해 온 세상을 떠돌아다닌다. 이오가 고생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던 제우스는 헤라에게 용서를 구하고 그녀를 사람으로 환생시킨다.
‘제우스와 이오’ 작품에서 허리를 감싸고 있는 구름이 제우스다. 제우스는 아름다운 이오를 껴안고 있고 이오의 왼손은 구름의 손을 잡고 있다. 이오의 입술 위에 있는 구름을 자세히 보면 남자의 얼굴이 어렴풋이 보인다. 구름 속의 남자는 이오에게 입을 맞추고 있다.
한편 제우스의 손길에 수줍음을 느낀 이오는 얼굴을 살짝 돌리고 있지만 황홀감에 홍조를 띠고 있다. 이오를 황홀경에 빠져 있는 여인으로 묘사한 것은 이 작품의 후원자가 특별하게 주문해서다.
제우스가 구름으로 변해 이오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코레조 이전의 화가들은 이 이야기를 그린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코레조는 두 가지 방법으로 신화의 내용을 표현했다. 첫째가 이오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는 제우스의 얼굴이고 둘째가 그녀를 껴안고 있는 사람의 손을 닮은 구름이다.
코레조(1494~1534년)는 이 작품을 비롯해서 제우스의 불륜을 주제로 네 편의 연작을 제작했는데, 모두 제우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으나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묘사했다. 이 작품은 제우스의 변신을 표현한 작품 중에 가장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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