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뉴욕타임스는 ‘맥도날드가 경로당? 뉴욕한인 노인들 자리싸움 갈등’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대서특필하며, 한인 노인들에게 단골 쉼터로 인기를 끌고 있는 뉴욕 플러싱의 한 맥도날드 가게와 한인 노인들과의 분쟁을 소개했다. 문제의 맥도날드 매장은 노던 블러바드와 파슨스 블러바드 입구에 위치한 비교적 작은 매장이다. 이 곳에서는 몇 그룹의 한인 노인들이 여러 시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1.09짜리의 미디엄 사이즈 커피나 $1.39짜리 감자튀김 하나를 시켜놓고 거의 하루 종일 머무르는 한인 노인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는 문을 여는 오전5시부터 들어와 밤이 깊도록 앉아 있기도 한다는 것이다. 맥도날드 측은 ‘주문한 식음료를 20분 안에 끝내달라’는 안내문을 게시하고 오랫동안 앉아있는 고객들에게 나가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인 노인 이모씨는 두시간여를 앉아 있다가 나가달라는 요구에 골목길을 한번 돌고 다시 들어와 같은 자리에 앉았다.  또다른 한인 노인은 이렇게 많은 커피를 어떻게 20분 안에 마시냐며 업주의 요구에 항변하기도 한다.

    지난 15일 뉴욕타임스 A섹션 18면에 따르면 한인 노인들이 이 맥도날드 업주와 갈등이 고조된 것은 몇 달 전부터였다며, 나가달라는 업주의 요구에 한인 노인들이 부당하다고 맞서 경찰이 출동한 것이 지난 11월 이후 벌써 4차례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몇 번의 분쟁이 있었고 단순한 헤프닝 쯤으로 넘어가려던 사태가 지난주 뉴욕타임스에 대서특필되면서 맥도날드와 한인 노인들의 분쟁이 가시화 되었고, 인종차별이라는 갈등으로까지 치달았다. 경찰에 신고한 맥도날드 매장 매니저는 “여기는 맥도날드지, 시니어 센터가 아니다. 다른 고객들이 자리가 없어 환불을 요구했다”며 화를 냈다고 한다. 경찰 측에서도 가게에서 업주와 고객이 충돌하는 경우는 대부분 10대들의 소란 때문인데, 70대 노인들의 자리싸움으로 인해 신고를 받은 것은 이 가게가 처음이었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타임스 기자와 인터뷰를 한 노인 두 명은 경찰에 의해 억지로 나간 것이 세번째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매번 이런 일을 겪으면서 왜 맥도날드를 오는지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경찰이 오면 버티고 있거나, 잠시 나갔다가 경찰이 간 다음에 다시 오면 된다고 답변했다. 이런 사태로 인해 뉴욕 한인사회는 맥도날드에 대해 불매운동에 나섰다. 특히 뉴욕한인학부모협회라는 단체에서는 한인 노인들이 오래 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하여 내쫓는 사건은 명백한 인종차별이자 노인 차별이라며 2월 한달간 맥도날드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이렇게 일이 커지자 맥도널드 플러싱점장은노인들을 위압적으로 대한 매니저를 교체하고 한인 고객을 위해 한인 종업원도 채용할 것이며, 매장 이용시간을 기존20분에서 1시간으로 늘리고 이를 알리는 한국어 안내판도 설치하겠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사과를 받아냈으니 진정 우리 한인 노인들이 승리를 한 것일까. 물론 미국의 어느 타운에 가든 아침에는 델리나 커피샵에서 은퇴한 노인들이 자리를 잡고 담소를 나누며 커피를 즐기는 것은 미국의 문화이며 일상이다. 하지만 모든 일은 정도껏 해야 한다. 이 사태에 대한 한국 내 네티즌들의 반응은 미국 사람들보다 더 싸늘하다. 아무리 문화적 차이가 있다고 해도 하루종일 한국 정치얘기같은 잡담을 하면서 영업방해를 한 것이라는 시각이 짙다. 한국의 언론은 뉴욕타임스에 나온 사진을 게재하지 않고 그냥 한인 노인들이 쫓겨난 단순 기사만 적어 인종차별이라는 의미를 내포했지만, 실상을 파악한 한인2세들과 네티즌들은 그 사진을 본다면 그런 말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전한다. 사진에는 좁은 매장에 한인 노인들 다섯명이 앉아 있고 한명은 커피를 들고 서서 대화에 열중하면서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그대로 담겨 있다. 그 주변 테이블도 한인들이 앉아 있다. 이를 하루 종일 봐야 하는 업주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매우 못마땅한 상황임은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응징의 대가로 맥도날드 불매운동을 주도한 한 단체의 정체성 또한 네티즌과 한인사회의 심판대에 올랐다. 한인사회를 대표할 만한 단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인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단체가 하나라도 있다는 것이 한인사회의 일원으로서 조금은 다행스러운 면도 있다. 그러나 일단 상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곳 오로라 한인 타운 내에 있는 맥도날드 역시 한인들의 아지트라는 말이 있을 만큼 늘 한인들로 북적댄다. 비록 지금까지는 이 점장이 한인들이 자주 찾아주어서 감사하다며 한인 신문에 광고까지 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이 언제 뉴욕의 그 점장처럼 바뀔지 모른다. 뉴욕의 맥도널드에 진을 치고 앉아있는 한인들과 이곳 매장의 모습이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맥도날드가 이같은 상황을 하루 이틀 참아온 것은 아닐 것이다. 참다 참다 못해 경찰을 부른 맥도날드의 처사는 앞뒤 상황을 알게 되면 무조건 비난하거나 질타할 수 없게 느껴질 정도이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다. 한인 이민자들도 기꺼이 포용한 미국에서 더불어 살면서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문화의 차이를 운운하기 전에 상식을 지키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입장을 바꾸어놓고 내가 점주의 입장이라면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이번 사건을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성숙한 한인 사회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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