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최후의 심판>, 1537~1541, 13×12m, 프레스코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유럽은 일찍이 가톨릭교회를 중심으로 대중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종교화를 발전시켜 왔다.  중세나 르네상스 시대에는 성경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종교화야말로 문맹인 대중들의 신앙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최고의 도구였다.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종교화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의 ‘최후의 심판’이다. 1536년 시스티나 천장화 ‘창세기’를 완성한 지 25년이 지난 후에 제작된 이 작품은 시스틴 성당 제단 뒤에 채색된 프레스코 벽화이다. 성당 천장에 새겨진 구약의 창세기 이야기가 20여년이 흐르는 동안 유럽이 신, 구교로 분열되고 로마가 약탈당하면서 교황의 권위는 하락하고 있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후의 심판’은 그리스도가 죽은 자들의 죄를 가려 선한 자는 천국으로 악한 자는 지옥으로 보낸다는 내용을 그린 작품으로,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천국을 상징한 전통적인 소재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인물 중심으로 천국을 표현해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미켈란젤로는 공간과 시간적 배경을 무시한 채 동일한 하늘을 배경으로 떠 있는 인물들을 그리면서 영웅적인 모습보다 인간적인 모습에 치중했다.
거대한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그리기 위해서 미켈란젤로는 4년 동안 그 작품에 매달린다. 특히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기에 미켈란젤로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만들어놓은 선반에서 일을 하면서 잠을 자야 했다.
프레스코 기법이란 젖은 석회 위에 물감을 입혀 그리는 기법으로, 화가는 석회가 마르기 전에 그림을 그려야 한다. 프레스코화의 가장 큰 어려움은 한 번 그린 그림은 수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을 제작할 때 사람들에게 “나는 좋은 곳에 있지도 않고 화가도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작품에는 400여 명의 인물이 그려져 있다. 성인과 사도에 둘러싸인 그리스도가 이 작품의 구심점이다. 여기서 황금빛 후광이 비추는 옥좌에 앉은 그리스도는 심판자의 모습으로 오른손을 들고 있고 구원받지 못한 자들에게 눈길을 주고 있는 성모는 왼쪽에 앉아 있다. 최후의 심판에 나오는 전형적인 그리스도의 포즈다. 이 작품에서 수염도 없이 잘생긴 근육질의 젊은 남자로 묘사된 그리스도의 모습은 그 당시 사람들에게 충격적이었다. 미켈란젤로 이전에 그린 최후의 심판에 나오는 그리스도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에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모든 포즈를 형상화시키고 있다. 과거가 기록된 책을 읽게 하는 천사들 속에서 절망에 찬 인간들의 모습이 보인다. 무덤에서 일어난 수많은 죽은 자들, 옷을 걸치거나 벗은 사람들, 아직 잠에 취한 사람, 벼랑에 매달리거나 땅 위로 추락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들을 감시하는 천사들 위에서 한 성자는 불구덩이 속에 죄인을 던져버리고, 천국에 몰래 들어온 자들을 다시 지옥으로 밀어내며, 사탄은 악한 자들을 집어내어 끌고 간다. 다른 한편으로는 순교자임을 나타내는 이들, 살이 벗겨진 성 바르톨로메오, 십자가를 든 성 안드레가 보이고, 예수의 머리 위에는 그가 못 박혔던 십자가, 기둥, 그리고 가시 면류관을 든 천사들이 보인다. 그리스도 아래 일곱 명의 천사들은 심판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나팔을 불며 알리고 있다. 다른 천사들은 묵시록을 읽고 있다. 화면 맨 오른쪽 하단에 큰 뱀이 몸을 감고 있는 인물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옥의 신 하네스의 재판관 중 하나인 마노스고, 배 위에서 노를 잡고 있는 사람이 카론이다. 이 모두가 성당 내부가 전율하듯 생동감있게 재현되고 있다. 
‘최후의 심판’이 완성됐을 때 인물들의 나체상을 본 사람들은 목욕탕에나 어울리는 그림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미켈란젤로는 사람들의 비난에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지만 성스러운 성당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철거를 요구하는 비난의 소리가 거세지자 교황 파울루스 4세는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해 화가 다니엘레 다 볼테라에게 이 그림 속 나체의 인물들에게 옷을 입히는 작업을 맡겼다. 그 이후 요하네스 파울루스 2세가 이 작품을 복원했다.
흰색과 푸른색의 공간 위로 상승하는 인간의 구원으로의 욕망은 선악을 주관하는 예수의 최후 심판에 따라 환희와 절망이 한곳에서 교차하고 있다. 육체의 이상미를 추구하던 신 플라톤주의와는 거리가 먼, 인간의 가장 더럽고 추한 모든 것들이 숨김없이 꿈틀대고 있다. 이 작품은 교만한 인간들에게 경건하고 겸손하게 신앙으로 복귀할 것을 외치는 미켈란젤로 최후의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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