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휴양 도시인 소치에서 개최된 제22회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개최국인 러시아가 금메달 13개로 1위를, 노르웨이가 2위, 캐나다가 3위, 미국 4위순으로 최종 순위가 정해졌다. 역대 최다인 71명의 선수가 출전한 한국은 종합 13위에 머물러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4개 이상, 동계올림픽 3회 연속 ‘톱10’ 달성에는 실패했다. 비록 한국은 목표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우리 선수들의 투혼은 1위인 러시아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선수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한국이 소치에서 획득한 금메달은 3개, 은메달과 동메달까지 합하면 8개다. 이 중 은메달 1개를 제외한 모든 메달의 주인공은 여자 선수들이었다.  이쯤 되니 쇼트 트랙의 박승희가 2연패를 달성하는 순간 해설위원이 자기도 모르게 “대한민국 여자 만세”를 외친 것도 그리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시작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좀처럼 터지지 않던 메달 소식으로 온 국민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을 무렵이었다.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가 첫번째 금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태극기를 휘날리며 관중의 환호에 화답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을 딴 선수로는 빙속 경기 전체에서 한국 최초인데다 세계를 통틀어서도 여자 500m 종목 역사상 세 번째여서 더욱 그랬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8년 만에 올림픽 우승을 차지한 장면도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주자로 결승선까지 반 바퀴를 남긴 심석희 선수가 이를 악물고 혼신의 힘을 쏟아 중국 선수를 추월하는 장면은 보고 또봐도 질리지 않는 명장면이다. 
박승희는 1000m 쇼트트랙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거머 쥐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박승희와 심석희의 협력 플레이가 빛난 경기였다. 빠른 스타트로 선두로 나선 박승희는 레이스 중반까지 심석희와 나란히 달리며 중국을 견제했고 선두자리를 바꿔가며 레이스를 이끈 두 선수는 끝내 중국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1위 자리를 지켰다.  이 경기의 금메달은 박승희가 땄지만 심석희가 없었으면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함께 일궈낸 값진 메달이 아닐 수 없다.
클린 연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은메달을 받은 김연아는 전세계를 또한번 주목시켰다. 소치올림픽은 김연아에게 준 야박한 점수로 인해 편파 판정이라는 불명예를 안았고, 김연아 대신 러시아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함으로써 더욱 공정하지 못했다는 오명을 씻기 힘들어졌다. 일명 ‘소치의 만행’이라고 불리는 이번 연아의 금메달 획득 실패는 전세계의 피겨인으로부터 다시 한번 연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한 시사지는 ‘슬프고도 완벽했던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시대의 마지막’이라는 제하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챔피언인 한국의 김연아는 흠잡을 데 없는 연기로 은메달을 차지하며 은퇴를 알렸다. 많은 이들이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어야 했다고 믿고 있다”며 그의 빼앗긴 올림픽 금메달을 집중 조명했고, 미국의 한 시인은 ‘예의가 아닌 은메달’이라는 제목으로 김연아에게 시를 헌정했다.  한국 국민 뿐만 아니라 전세계 언론과 피겨인들까지 나서 은메달의 부당함을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오히려 당사자인 연아는 담담했다. 그러기에 더욱 아름다운 챔피언으로 기억될 것이다.
역경을 이겨낸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소치의 시대는 끝이 났다. 이제 평창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피슈트 올림픽스타디움에서 거행된 소치 올림픽 폐막식에서 2018년 제23회 대회 개최지인 한국 강원도 평창의 이석래 평창군수가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으로부터 올림픽기를 건네받았다.‘겨울 왕국’ 평창의 막이 오른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기 위해서는 소치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얻은 교훈은 두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 소치올림픽은 54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투자로 인해 장기적으로 러시아에 경제적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평창 올림픽에 책정된 예산은 당초 8조에서 11조 8천억원으로 늘었다.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평창올림픽이 안팎으로 성공한 대회로 남기 위해선 높은 경기 수준과 치밀한 대회 운영, 그리고 지출을 최소화하는 ‘경제 올림픽’을 이뤄내야 한다.
두번째, 안현수와 같은 선수를 포기하는 상황은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된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파벌의 희생양으로 결국 조국을 버려야 했던 안현수, 그를 보면서 선수의 미래를 가볍게 여기는 한국 스포츠계의 안이함이 한심스럽다. 전세계가 소치 올림픽의 최고 선수로 3관왕 빅토르 안(안현수)을 꼽았다. 그리고 그는 푸틴으로부터 집과 훈장, 포상금까지 받으며 러시아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만약 그가 한국 선수로서 3관왕이 되었다면 저만큼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
큰 댓가를 바라지도 않는다. 운동 선수가 부상을 입는 것은 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눈 앞의 이익에만 눈멀어 선수들을 기다려주지 않고 배려도 하지 않는다면 한국 스포츠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선수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연습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연맹차원의 적극적인 후원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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