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덴버 포스트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최효진 덴버 광역한인회장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신문 1면을 장식했기 때문이다. 1면이라면 으레 범죄에 연루된 사연이 대서특필된 것을 봐 온 터라 더욱 놀랐다. 그러나 이번 기사는 나쁜 소식이 아니라, 오히려 한인사회로서는 상당한 인지도를 높이는 기사였다.
 
    몇주전부턴가 마이클 송 변호사와 본지 이하린 기자는 뭔가 열심히 대화를 나눠왔다. 워싱턴에 주재하는 덴버 포스트지 기자가 콜로라도 하원의원 선거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마이크 코프만 현 하원의원과 로마노프 전 하원의장의 전쟁터가 될 제6하원구역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구역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고, 타인종에 비해 그리 많지 않은 수의 한인이 유권자로 등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인사회가 이들의 당락을 좌지우지하게 될 열쇠가 될 것이라는 설득력 있는 가정을 내놓았다. 그래서 기자는 두 의원의 한인사회내 활동을 조명하면서 한인 커뮤니티의 몇 명에게 이와 관련된 견해를 듣고 싶어했다. 그래서 송 변호사와 본지 이 기자는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인사들 몇명을 덴버 포스트지에 천거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최효진 덴버 광역한인회장과 마이클 송 변호사, 새문 교회 청년팀 리더 그리고 본지 이하린 기자의 코멘트를 받아 작성됐다. 그러나 우리 한인사회가 여기서 주목해야 될 점은 이들의 인터뷰 내용이 아니라 주류사회가 올 11월에 있을 선거에서 한인사회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했다는데 있다.
 하지만 다소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덴버 포스트지의 기사처럼 정말 한인들이 투표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실질적인 파워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6구역의 745,000명 인구에서 등록된 유권자의 수는 471,000명. 이중 한인 유권자는 약 4천여명 밖에 되질 않는다. 이런 미미한 숫자에도 불구하고 주류사회에서 ‘선거의 핵심역할을 하게 될 한인사회’라면서 집중조명한 부분은 다소 과장된 내용임을 우리 내부적으로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위상이 높아지긴 했다. 다른 주만 보더라도 조지아주, 뉴욕주 등 전 미주에서 한인2세들이 정치계에 입문하고 있고, 미주 한인의 날도 제정되어 비록 소수 이민족이지만 그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우리 가까이에서도 느낄 수 있다. 몇 년전만 해도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한인사회 행사에 초대를 받으면 10-20분 정도 고작 자신의 연설 시간만 채우고 자리를 떠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요즘  정치인들이 한인행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만 보아도 이들 정치인들에게 있어 한인사회의 관심도가 높아진 건 확실하다.        
 
    올 11월에 있을 연방하원 선거의 접전지가 될 제6연방하원구역은 오로라를 포함해 그린우드 빌리지, 센테니얼, 하일랜드 랜치, 리틀턴, 톨톤, 브라이튼까지 매우 광범위한 지역을 아우른다. 한인 상가 밀집 지역뿐 아니라 한인들이 가장 많이 생활하고 있는 지역이 여럿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실 선거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느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걸고 출마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선거 때마다 본지는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 분석하는 기사를 매번 실어왔다. 지난달 본지는 마이크 코프만과 로마노프가 한인커뮤니티에 가지고 있는 열정을 알아보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했다. 그래서 독도는 당연히 대한민국의 땅이고, 위안부와 과거 침략 역사에 대해 일본의 참회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그들의 입으로 직접 들었다.
 
    미국에 사는 백인들이 흑인인 버락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그가 말하는 미래와 공약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오랜 관행으로 ‘피 한 방울의 원칙(One Drop Rule)’이 적용되어 왔다. 선조 중에 흑인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이면 흑인으로 분류하는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라 백인 어머니가 키운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으로 분류됐다. 이런 원칙까지 만들어가며 백인 우월주의에 빠져있었던 미국의 백인들이 흑인인 그에게 표를 던진 것은 관심을 가지고 오바마를 잘 따져봤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해서 우리도 후보자들의 공약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를 대변할 정치인을 선출하는데 힘을 모아야겠다.   
한인들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전미주에서 운전면허 시험을 한글로 볼 수 있을지도, 미국 교과서에 동해 표기가 당연한 일이 될 수도, 모든 학교에 한국어과가 의무적으로 설치될 수도, 뉴욕 한복판에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라는 광고를 더 이상 걸지 않아도 될 수 있다. 혹은 한인 커뮤니티 행사에 정부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을지도 모른다. 투표율이야말로 한인의 날을 굳이 정하지 않아도 항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민족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좋은 척도가 될 것이다.

     11월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주류 사회로부터 정치적인 관심을 받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런 관심은 한인 커뮤니티가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에만 유효한 것이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히스패닉계 주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그들 중 불체자가 많기는 해도 투표에 참여하는 비율도 높기 때문이다. 투표용지가 복잡해 보인다고 포기하지 말고,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사전을 찾아보더라도 우리의 권리를 꼭 행사해야겠다. 한인들의 머리‘수’가 우리 2세들이 이 땅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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