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몬태나, 그레이스 폴스의 한 은행이 수익률 높은 5년 만기 CD상품을 새로 내놓았다. 그때 한 노신사가 은행을 방문했다. 그리고는 그 CD상품을 사겠다고 주문을 했다. 하지만 은행 직원들은 아주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5년짜리 대신 2년 짜리를 구입하는 게 어떻겠느냐”며 정중하게 만류를 했다. 그 이유는 그 노신사의 나이가 자그마치 100세였기 때문이다. 언제 세상을 떠날 지 모르는데 5년짜리 CD라니! 은행 직원들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노인은 단호했다. “5년짜리를 사서 만기가 되면 내가 직접 와서 돈을 타가겠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고객의 요구를 끝까지 거절할 수 없었던 은행은 결국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5년 후 그는 실제로 직접 은행에 가서 그 돈을 타갔다. 그는 115세로 지난 201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세계 최고령자였던 월터 브루닝이다.

     그는 죽기 1년 전 114세 생일을 맞이하면서 전세계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반듯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 또박또박한 말씨로 여러 앵커들과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최고령은 기록으로만 의미가 있을 뿐 보기에 안쓰러운 경우가 많았다. 너무 노쇠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터 브루닝은 114세 생일을 맞이할 때까지 아주 깔끔한 신사였다. 비록 눈이 침침해져 신문을 읽거나 작은 글자를 보지는 못하지만 전혀 장애가 없는 귀로 라디오도 매일 듣고 TV 뉴스를 통해 하루 하루 세상 돌아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기억력도 생생했다. 얼굴에 주름도 별로 없고 피부는 깨끗했다. 자세도 반듯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는 114세 생일 맞이한 인터뷰에서 1차 세계대전 당시의 경험했던 순간들뿐만 아니라 1929년 대공황 당시의 생생한 상황까지 소상하게 말할 정도였다.
그는 아주 멋지게 장수하는 비결을 단 두 가지로 이야기를 했다. 첫째는 몸을 바쁘게 하라는 것이다. 일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꾸준하게 하면 몸도 좋아지고 기분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죽기 며칠 전까지도 항상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반듯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 새날을 맞이했다. 할 일이 없다고 잠옷차림으로 하루를 그냥 보내는 법이 없었다. 그에게는 “매일 매일이 좋은 날” 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철도회사 사무직원으로 50년을 일한 후 그는 66세에 은퇴를 했다. 하지만 곧 식당 매니저로 취직을 해서 99세까지 현역으로 일을 했다. 100세가 넘어가면서 현직에서 일을 할 수는 없지만 마치 매일 출근하는 것처럼 정장을 입고는 식당에 가서 친구들과 대화도 나누고 자원 봉사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니면서 봉사하는 생활을 했다. 그것이 그를 하루하루 행복하게 만든 것이다. 멋지게 장수하는 비결 두 번째는 모든 사람에게 좋게 대하라는 것이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 하라고 권면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좋은 세상에 미움이 넘친다. 서로에게 따뜻하게 대하라” 내가 남에게 따뜻한 것이 내 마음에 즐거움과 평안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이런 행복의 느낌 없이 100살, 110살을 산다는 것은 오히려 고통일지 모른다.

    인간의 삶과 행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에게는 행복을 결정하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의미를 가져다 주는가? 이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교우들 중에 은퇴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 주변에서 이제 그만 하면 되었으니 은퇴를 하라고 권유를 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은퇴를 가급적 미루려고 한다. 은퇴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해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정상적인 기대 수명이 90을 바라보고 있다. 80중반이 되신 어르신들이 아직도 활동하는데 별 지장이 없으시고 기억력도 전혀 감소하지 않은 것을 볼 때가 있다. 기대 수명 90은 이제 미리 준비해야 할 일이 되었다. 은퇴 후에도 20년 30년은 족히 살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할 일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지렛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만 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이웃을 섬기는 일이다. 젊어서는 그런 여가가 별로 없다. 열심히 일해서 가정도 세우고 자녀들도 키워야 한다. 돈이 모든 생활에 중심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다르다.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젊을 때처럼 악착같이 돈을 벌고 모으는 일은 하지 못한다. 그럴 힘도 기회도 없다. 그러기에 좀더 시야가 넓어진다. 주변에 힘든 사람들이 보이고 섬기고 봉사할 수 일에 눈길이 머물게 된다. 그 생각을 발전시켜가야 한다. 일본에서 65세 이상 은퇴한 사람들을 20년 동안 연구한 결과가 있다. 연구 대상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그룹은 은퇴 후에 자기 자신이나 가족에게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 그룹의 사람들은 그 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는 쉬고 즐기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또 한 그룹은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할 일을 찾는 사람들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자선 기관에 가서 정기적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20년 동안의 추적조사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자신만을 돌보고 남은 인생을 즐기는 쪽을 택한 사람들보다 이웃을 섬기고 봉사하는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5년이 높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수명만 길어진 것이 아니다. 몸도 더 건강했고, 행복감도 훨씬 높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의미가 있느냐고 종종 질문해 볼 수 있어야 한다. 행복은 의미 있는 일을 할 때 느껴지기 때문이다.

    행복을 결정하는 두 번째 질문은 나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은가? 이다. 월터 브루닝이 115세까지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했기 때문이다. 그의 주변에는 늘 친구가 많았다. 그러기에 나이가 들어서도 결코 외롭지 않았던 것이다. 하버드 대학이 6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도 정확하게 일치했다.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적 능력도, 재산이 많은 여부도, 사회에서의 성공도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가 절대적으로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라는 것이 밝혀졌다. 비록 남들보다 돈이 없어도, 머리가 우수하지 않아도 좋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사람은 행복을 느끼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결코 관념적인 것이 아니다. 좋은 친구의 존재가 행복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좋은 관계의 행위가 있어야 한다. 그 사람과 연결되어 있는 상태가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지난 연말 어느 교우가 아주 감격해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룹원들이 1년 동안 수고했다고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예쁜 감사 카드와 함께 리더 가족이 오붓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티켓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힘든 일도 많았고, 내가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라는 고민도 있었지만 그 선물 하나로 감사가 몰려온 것이다. 그룹을 섬기는 기쁨이 다시 생겨났다. 행복은 결코 큰 일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 직접적인 접촉이 이루어지면 곧 행복이 찾아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편지를 보는 순간 애착 호르몬인 ‘옥시토신’의 분비가 촉진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연결이 우리 교우들과 이웃들 사이에 많아야 한다. 그때 우리 삶은 행복하고 삶의 의미도 새로워지는 것이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