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4학년이 되던 첫날, 학교에서는 ‘백 투 스쿨 나잇’이라는 행사를 통해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 간의 첫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큰 아이 반에는 약 20명의 학부모들이 한 반에 모였다. 담임 선생님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 선생님은 필자와 필자의 남편을 제외한 모든 부모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다. 계속해서 우리를 본체만체 했다. 참석한 부모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인사를 하기 힘든 것도 아니었고 더구나 좁은 교실이었기 때문에 눈 한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고의적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었다. 결국 남편과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넸고 이렇게 개운치 않은 감정으로 우리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3학년때 까지 큰 아이는 성적우수상, 리더쉽상, 굿 헬퍼상, 전체학년 인기상 등 학교에서 주는 상은 거의 다 받을 만큼 학교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4학년이 되면서 학교 가기가 싫다고 징징대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몇달 전 큰 애는 수업을 마치고 스쿨버스를 타러 가는 도중 반 친구 3명과 함께 놀다가 부교장에게 지적을 당했다. 친구들은 곧잘 우리 집에 와서 함께 노는 아이들인데, 그날 눈이 많이 와서 버스타러 가는 길에 눈싸움을 했단다. 10살짜리 남자아이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온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단순히 주의를 주는 것만으로 끝낼 수 있었던 것을 그 담임 선생이 걷잡을 수 없이 화를 내면서 일이 커지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부교장에게 혼나고, 다음날 쉬는 시간에 밖에 나가지 못하는 처벌은 받았다. 그런데 그걸로 끝냈으면 됐을 텐데, 담임 선생은 이후 일주일 동안 수업시간에 틈만 나면 세 아이들을 들먹이며 계속 비아냥거렸다. 아이들이 받은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부모로서 선생의 자질을 또 한번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날 큰 아이가 선생님으로부터 경고 편지를 받아왔다. 쉬는 시간에 풋볼을 하다가 다른 백인 아이가 먼저 목을 졸라 그 애를 밀쳤는데, 목을 조른 아이가 담임 선생님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일렀다. 담임은 우리 아이의 말은 듣지도 않고 고자질한 아이 말만 믿고 큰 소리로 야단을 쳤고 경고 편지를 보냈다. 이런 일이 벌써 2번째였다. 특히 상대 아이가 백인이고, 담임이 그 아이 말만 믿은 탓에 자칫 인종차별의 분위기까지 감지되었다. 나는 큰 아이의 담임에게 그때까지 5번의 소소한 이메일을 보냈다. 첫번째 이메일의 답장은 3일만에 왔고, 두번째 이메일의 답장은 2주만에, 그 이후에로는 전혀 답장을 받지 못했다. 반면, 작은 아이의 담임에게 이메일을 보내면 다음날 빠짐없이 답변을 보내왔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이 교사의 자질을 더욱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자꾸 따지면 그 교사가 큰 아이에게 불이익을 줄지도 몰라 고민했다. 하지만 더 이상 참으면 오히려 아이한테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담임에게 다시 이메일을 보냈다. 알 수 없는 차별을 당하고 있는 아이와 필요 이상으로 야단을 치는 행태, 인종차별적 행위에 대해 조근조근 물었다. 필자의 화난 상태를 눈치챘는지 필자의 이메일을 무시하기 일쑤던 담임이 다음날 득달같이 답변을 보내왔고 바로 다음주에 미팅을 가졌다. 그 미팅에서 우리 아이의 잘못은 그다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교사는 10살짜리 남자아이들의 흔한 장난과 습성에 대한 너그러움과 이해가 전혀 없었다.
부모와의 소통을 무시하고, 고자질하는 아이의 말만 믿고, 한번 혼낸 잘못을 일주일 동안이나 곱씹어 괴롭힌 사건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그녀는 이제부터 이메일 답장을 잘 하겠고, 고자질하는 아이 말만 듣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세번째 불만사항이었던 자신의 기분에 따라 일부러 아이들을 괴롭힌 행동에 대해서는 답변을 꺼렸다. 이후 그녀의 행동은 며칠간 달라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두어달이 지난 지금은 예전의 ‘이상한 선생님’으로 복귀했다. 큰애와 친구들은 필자의 집에 올 때마다 ‘나는 생애 최악의 선생을 만났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작은 실수를 크게 혼내고, 아이들이 부탁해도 한번도 ‘예스’라고 대답한 적이 없으며, 아이들의 단점만 찾아 끝까지 파헤치고, 아이들의 자신감을 상실시키며,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지르는 선생, 이런 선생과 공부를 해야 하는 학교에 가기 싫다는 아이를 보면서 필자는 어떤 말을 해 줘야 할 지 난감했다. 아이를 애써 다독이긴 했지만, 사실 나라도 저런 선생이 있는 학교라면 가기 싫을 것 같다.

      그러나 큰 애와 이번 학년을 보내면서 필자는 당황스러웠다. 필자가 학교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 건의사항을 전달해야 하며, 어떤 대답을 아이들에게 해줘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혹시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하며 고민도 많이 했다. 결론은 부모가 학교 체제에 대해 알아야 내 아이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릴 수가 있다는 것이다. 부모의 생각이 학교 시스템에 부합되는 것인지, 학교가 어떤 부모의 역할을 원하고 있는지, 문제가 있는 교사로부터 아이들의 권리를 어떻게 찾아줄 수 있을지는 부모가 먼저 알아야 한다.
그래서 본지가 이번에 기획한 체리 크릭 학군 교육감 초청 교육세미나는 이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질의응답시간에는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모든 것들을 물어보고 답변을 구할 수 있다. 심지어 교사를 위해서 얼마 정도까지의 선물을 사야 하는지 등 소소한 질문도 할 수 있다. 또한 한인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알리는 절호의 기회도 될 것이다. 어렵게 마련된 자리인 만큼 체리 크릭 학군의 학부모 뿐 아니라 많은 학부모들이 참석해, 미국 학교 생활의 가이드 라인을 들어보길 바란다. 필요하면 통역도 제공된다. 인종과 언어의 장벽으로 대화를 지레 포기하는 학부모가 아니라 할 말은 하고 사는 당당한 학부모가 되었으면 한다. 콜로라도 한인사회 최초로 열리는 현직 교육감 초청 교육세미나는 오는 5월1일 목요일 1시 포커스 문화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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