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탄생>, 1486년께, 캔버스에 템페라, 184x285,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

 

 

       사랑의 여신 비너스는 세상에 아름다움을 가져온다. 비너스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많은 작품 중에는 산드로 보티첼리(1446~1510)의 ‘비너스의 탄생’이 가장 유명하다. 여인의 신비한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비너스는 시모네타 베스푸치라는 여인이다. 그녀는 ‘비너스의 탄생’뿐 아니라 보티첼리의 대표작 ‘봄’의 모델이기도 하다. 그녀는 15세기 피렌체를 대표하는 미인이자, 메디치 가문의 한 사람이었던 줄리아노의 정부였다. 보티첼리는 시모네타에게 첫눈에 홀딱 반했지만, 당시 메디치 가문의 재정적인 후원을 받고 있던 처지였기 때문에 혼자 짝사랑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방면에 재능이 많았던 그녀는 겨우 23살의 나이로 폐결핵에 걸려 갑작스레 요절하고 만다.
‘비너스의 탄생’은 메디치 가문의 주문을 받아 제작한 작품으로 1480년대 중반에 완성되었다. 16세기 초부터 ‘봄’과 함께 메디치 가문의 시골 별장을 장식했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 캔버스에 제작되었다. 나무에 그리는 패널화보다 제작비용이 적게 들어서 주로 별장을 장식하기 위한 개인적인 주문으로 제작된 것이다.
당시 캔버스에 주문한 그림들은 남들에게 과시하게 위한 작품이 아니라 평온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을 장식하기 위해 기분 전환할 수 있는 전원적인 주제로 표현된 그림들이었다. ‘비너스의 탄생’도 이와 같은 배경을 가지고 주문제작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걸작이라고 평가받는 이 작품은 비너스가 태어나는 순간의 신비로움을 그린 작품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통해 인물들을 우아하고 기품있게 묘사했다. 
비너스는 화면 중앙에 조개껍질 위에 서 있다. 고대 로마 신화를 보면 비너스는 바다의 물거품에서 탄생했는데 이 물거품은 하늘의 신 우라노스의 잔인한 행위에 대한 복수로 아들 크노소스가 잘라 바다에 버린 우라노스의 생식기 주위에서 만들어졌다.
작품 속에서 비너스는 희미하게 반짝이는 흰 피부로 인해 마치 대리석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검은색 선으로 인물의 윤곽선을 뚜렷하게 표현해 인물의 명료함을 강조했으며 비너스의 탄생을 알려주기 위해 고대 전설을 인용했다. 이 작품에서 비너스의 탄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조개껍질과 화면에 떠다니고 있는 장미꽃이다. 고대 전설에서 따르면 장미꽃이 비너스의 탄생과 함께 생겨났다고 한다.
화면 왼쪽에는 미풍 아우라에게 단단히 끌어안긴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날아오고 있다. 그 두 사람은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해변으로 불어 보내려 하고 있다. 화면 오른쪽에 있는 계절의 여신 호라 중 하나가 해변에서 비너스를 맞으며 그녀를 위해 옷을 펼쳐들고 있다. 호라의 옷을 장식하고 있는 꽃은 그녀가 봄의 여신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금빛을 띠고 있는데 금빛은 신성함을 상징한다. 손으로 가슴과 음부를 가리고 있는 비너스의 자세는 고대 조각을 연상케 한다. 이 작품은 고대 시인 호메로스의 비너스의 탄생에 대한 찬가에 감명받은 보티첼리가 여신의 탄생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탄생 후에 키티라 섬에 도착한 여신의 모습을 표현했다.
평생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시모네타만을 그리워하던 보티첼리는 죽기 전에 시모네타의 곁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1510년에 숨진 후에 시모네타가 묻힌 오니산티 성당 공동묘지에 영면하게 된다.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여인 시모네타를 가질 수 없었던 보티첼리는 결국 죽어서야 비로소 시모네타 옆에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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