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후에…'깜짝'

      “제가 그때 박사님 말씀을 들어야 했습니다.”
무려 3년 만에 다시 찾은 40대 후반의 J씨는 발음이 새고 어눌한 목소리로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그가 말문을 열자마자 발기부전 환자에게 발생하는 최악의 비극이 터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J씨는 바로 뇌졸중, 뇌혈관이 막혀 뇌경색을 겪은 것이다.
그런데 이는 사실 예견됐던 것이고, 3년 전 이미 경고했던 일이었다. 당시 J씨는 발기약이나 좀 써보겠다며 자신의 발기력 저하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또 주변에도 자신처럼 나이 탓이겠거니, 좀 피로해 그렇겠거니 하며 술자리에서 건네는 발기약으로 발기력을 보조하며 지내는 친구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발기력 등 성기능 저하는 당사자의 심신이 어딘가 나빠지고 있다는 조기 신호다. 생명체의 기본 기능이 생명유지와 번식인데, 꼭 번식 목적이 아니더라도 성기능 저하는 생명체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J씨는 그 신호를 무시하고, 근본 원인은 내버려둔 채 인공적으로 발기를 도와주는 발기약만 찾았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와의 단 한 번 진료는 J씨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였던 셈이다. 첫 진료에서 파악해본 바 그는 심각한 복부비만과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이 있었다. 운동은 전혀 하지 않으며 극심한 스트레스와 술·담배에 찌들어 살고 있었다. “병원에 다니며 원인을 찾아 고치는 것은 바쁘고 귀찮다”며 진료실을 나서는 J씨에게 고집스레 언급했다.
“성기로 가는 혈관이 가늘어 먼저 막히고 그 다음엔 심장혈관이나 뇌혈관이 막힐 수 있어요. 다른 건 몰라도 당장 유산소운동으로 뱃살부터 빼세요. 술·담배는 말할 것도 없고.”
“아, 유명한 박사님이 뭐 그리 뻔한 소리를 하세요? 뭐 큰일까지야. 술·담배 여태 이렇게 해도 아직 끄떡없습니다!”
우려를 호탕한 목소리로 무시하던 J씨가 3년 만에 초췌한 몰골에 거동마저 불편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는 뇌경색으로 좌반신 마비와 언어장애를 겪었다.
“몇 달 동안 병원에 누워 지내는데 그렇게 비참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걸어보려고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철봉을 붙잡고 버텼는데, 너무 힘들어서…. 온몸이 땀으로 젖어도 아무리 노력해도 옛날로 돌아가긴 어렵더군요. 그때 발기부전을 무시한 게, 원인조차 찾지 않고 관리를 안 한 게 너무 후회됩니다.”
요즘 우리 주변엔 복제약(제네릭)까지 쏟아져나와 발기약이 그야말로 넘쳐나는데 전문가로선 정말 걱정이 앞선다. 발기약으로 어떻게든 버틸 것이 아니라 발기부전이나 발기력 저하의 근본 원인을 다스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기부전의 악화는 물론이고 더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힘없이 진료실을 나서는 J씨를 보며, 세상의 수많은 발기부전 환자에게 J씨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J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에 가슴이 찡했다.
“평소 운동하는 걸 귀찮고 힘들다 여겼는데, 마비된 다리로 걸어보려고 애쓰는 재활운동은 훨씬 더 힘든 일이었습니다. 사지 멀쩡할 때 운동하는 게 훨씬 쉬운 건데, 왜 그땐 그걸 몰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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