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인사회를 관찰하다 보면 투철한 신고정신을 가진 이들이 더러 있다. 이 투철한 신고정신은 간첩신고 할 때나 사용했던 슬로건이 아니었나 싶은데, 이 곳 콜로라도의 작은 한인 커뮤니티에도 이런 투철한 신고정신을 발휘하는 이들이 있다. 그래서 슬프다. 아무리 우리가 미국에 산다고 해도 조금 불편하다는 이유로 신고를 한다는 건 아직까지 우리의 정서에는 와 닿지 않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자기가 불리한 때는 같은 민족끼리의 정을 더 따질 인물들이다.
얼마전 한 지인이 가족을 남겨두고 홀로 미국을 떠났다. 여행비자로 들어와 사업을 시작해 번창 가도를 달렸지만 신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불법체류자로 생활하고 있었다. 그는 범법자도 아니었고, 착실하게 가족을 챙기고, 성실하게 비즈니스를 운영해가며, 신실하게 종교생활도 했다. 그런데 가까운 사람들만 알고 있었던 그의 체류신분에 태클이 걸렸다. 그의 지인 중 한 사람이 그를 불법체류자라고 이민국에 신고를 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한번의 추방 명령을 받았고, 한번의 음주운전 기록이 발목을 잡아 결국 미국을 떠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가족과 생이별을 하면서, 그와 그의 가족이 꿈꿨던 아메리칸 드림은 날아가버렸다. 개인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신고로 인해 이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이산가족이 되어버렸다. 많은 한인 가정들이 이민생활을 하면서 가장 가슴 아프고,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신분을 해결하는 문제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이민사회에서 체류신분을 가지고 협박을 하거나 신고를 하는 짓은 자신의 바닥을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합법적인 신분을 가졌다고 해서 자신들이 이 사회의 대단한 기득권자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고사리나 고추를 따는 철이 되면 한인 타운내 가정집이나 가게 뒤편에서 이를 말리는 장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볕 좋은 날을 잡아서 잘 말려서 보관해두면 오래 먹을 수 있고 겨울내내 식량을 비축한 것 같아 든든하다. 또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콜로라도에 사는 재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해 한국 사람 가게에서 고추를 말린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되었다. 비위생적으로 음식재료를 관리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고추를 말린 곳은 식당이 아니어서 대중에게 나가는 식재료도 아니었고, 오히려 집안 식구끼리 먹는 것이어서 더욱 깨끗하게 말리는 중이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눈에 고추나 고사리를 바닥에 말리는 풍경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으니 미국인이 신고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주 보건부에 이들을 신고한 사람은 같은 몰에서, 아주 친하게 밥도 같이 먹고 수다도 함께 떨어왔던 한인 아줌마였다. 신고를 당한 아줌마는 이를 알고난 후 밀려오는 배신감을 이루 설명할 수 없었다. 이후 두 사람은 철천지 원수가 되었다. 그 아줌마는 미국식으로 집안에서는 신발을 신고 다니지만 밥은 한국식으로 김치찌개를 먹는 사람이었다. 함께 이민생활을 하는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에 딴지를 거는 그 아줌마의 행동은 같은 한인으로써 눈쌀이 찌푸려지기에 충분하다.
몇주 전부터 맛나김밥이 문을 닫았다. 이 곳에 있는 유일한 분식점이라서 인기가 많았다. 지금도 하루에 몇 명은 김밥집을 찾아왔다가 그냥 돌아간다. 이렇게 장사가 잘 되던 식당이 문을 닫은 가장 큰 이유는 누군가의 투철한 신고 정신 때문이었다. 보건국의 인스펙션에 걸렸고, 결국 문을 닫고 주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공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규정에 맞는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우선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공사를 생각하고 있었고, 나름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었던 중에 주변의 신고로 인해 갑자기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을 보면서 참으로 이 사회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밥집해서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불만스러워서 4번이나 보건국에 전화를 걸어 신고를 했을까. 보건국에서 나온 직원의 말에 따르면 김밥집과 같은 빌딩에 있는 세입자가 4차례나 신고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신고 용의자는 김밥집에서 한솥밥을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겉으로는 친한 척하면서 뒤로 호박씨를 까고 있었던 용의자는 곧 밝혀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한 가정의 생계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함께 더불어 조금씩 양보하면서 살아가면 됐을 일은, 자신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생각에 쥐새끼처럼 숨어서 일을 꾸미고 남의 뒤통수를 치는 모양새는 결코 칭찬받을 수 없다. 그것도 한인끼리 말이다. 
지난달 가동빌딩내에 있는 한의원에서 침을 두번 맞고 약을 받아간 50대 아줌마가 부작용이 일어난 일이 있었다. 다리가 퉁퉁 붓고 마비증상까지 동반됐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다시 한의원을 찾아가 상태를 얘기했고, 약도 소용없다며 약 값의 반이라도 돌려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먼저 사과하고 인간적인 합의를 청해야할 한의원은 오히려 피해자가 일하는 직장 상사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당신 직원이 비즈니스를 방해한다 며 적반하장식의 대응을 계속했다. 이러한 제보를 받은 신문사는 이 한의원을 찾아갔다. 혼자서 전화기를 가지고 놀고 있던 원장에게“어떻게 된 일이지 알고 싶다”며 공손하게 물었다. 그러자 갑가지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기자를 신고했다. ‘환자와 함께 있는데 비즈니스를 방해한다, 소리를 지른다, 협박한다’는 등의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결국 경찰이 신고를 받고 왔지만, 기자의 설명을 듣고 아무런 제재 없이 그냥 돌아갔다. 아주 자연스럽게 경찰에 신고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사람의 투철한 신고정신은 이번 일에만 사용되었을 것 같지 않다. 
지금까지 나열된 신고자들의 평소 특성은 이렇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이 좁은 한인사회에서… 쯧쯧…”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걱정의 형식을 빌고는 있지만 사실상 욕하면서 비리를 캐고 있다. 자신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다른 이의 티를 욕하는 모양새다. 사람들은 상대에게 뭔가 지적하여 알려주기를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남의 흉허물을 찾아내기 위해 독수리같이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살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그 흉이 어김없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로 되돌아 온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신고 이전에 본인의 행동부터 잘 살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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