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3월, “대한 독립 만세”의 외침이 울려퍼지며 나라의 주권을 회복하기 원하는 한국인의 독립운동이 일본의 총칼에 의해 진압된 후 시인 이상화는 그 당시 현실 앞에 무너진 한국인들의 마음을 한 편의 시로 표현합니다.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중략)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셈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2008년 아리조나의 나바호 보호 구역을 돌아보며 우리의 선조들이 했던 이 가슴 아픈 질문이 생각났습니다. 1863년 7월 20일 미국의 군대에 항복한 나바호 민족은 다음 해 봄 그들의 땅에서 뉴멕시코에 미국군이 임시로 만든 수용소로 강제 이주를 당합니다. 8000명 이상의 나바호 사람들이 300마일 이상되는 그 험한 길을 걸으면서 많은 이들이 죽었다고 합니다. “Long Walk”이라고 불리는 이 역사적 사건은 나바호 사람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1868년 6월 18일, 나바호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 땅으로 돌아와 미국 정부가 허락한 보호구역 안에서 살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습니다. 그 후 150년의 시간이 지나 이제는 콜로라도, 유타, 아리조나, 뉴멕시코의 일부를 포함한 나바호 보호구역 안에서 어느 정도의 자치권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바호는 여전히 빼앗긴 그들의 땅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국에게 빼앗긴 그들의 주권을 회복할 가능성은 없어보이고, 나바호 민족의 정체성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문화의 용광로 속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인디언”이라는 역사적 편견 속에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구분되어버린  나바호의 젊은이들은 보호 구역 밖에서 겪게되는 사회 구조 속에서 마치 일제 시대에 일본인으로 살기를 강요당했던 한국인들처럼 미국인으로 살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타협해야 하는 현실을 경험하게 됩니다. 많은 젊은이들은 정체성의 혼돈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좌절로 마약, 술, 도박의 유혹에 무너지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행했던 잔혹한 학살의 과거사가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많은 나바호 사람들이 여전히 백인들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가 더 이상 지금은 남이 땅이 되버린 “빼앗긴 들”을 다시 회복할 수 없다는 좌절이 그들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체념합니다. “빼앗긴 들에 봄이 오겠는가!”
미국의 많은 민족 중 한국인만큼 나바호의 아픔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민족이 있을까요? 한국인만큼 나바호의 절망에 공감할 수 있는 민족이 있을까요? 한국인만큼 나바호에게 소망을 줄 수 있는 민족이 있을까요? 을사조약 체결 후 절망 속에 신음하던 한국에 마펫이라는 이름의 한 선교사가 있었습니다. 그에게 예수를 소개받은 젊은 청년, 길선주는 후에 목사가 되어 평양 대부흥을 일으키는 주역이 됩니다. 1919년 3월 1일, 한국 교회의 아버지로 인정받던 길선주 목사는 3.1 운동을 이끈 민족 대표 33인 중 한 명으로 민족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다 투옥되어 2년의 옥살이를 하게 됩니다. 길선주 목사의 후임으로 부임한 주기철 목사는 일제의 신사참배에 반대하여 많은 핍박을 받게 됩니다. 한 선교사가 전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3.1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길선주 목사를 통해, 신사참배 반대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주기철 목사를 통해 그리고 그 뒤를 이은 많은 기독교인들을 통해 빼앗긴 들과 같았던 한국에도 봄이 올 수 있다는 소망을 주었습니다.
바로 이 소망이 나바호에도 필요하기에 콜로라도의 다섯 교회가 연합하여 “Love Navajo 2014”(Mission Together 선교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6월 23일-29일까지 나바호에 찾아갑니다. 그들의 땅에 봄이 찾아오기 위해서는 그들의 영혼에 먼저 봄이 회복되어야 하기에, 그들과 함께 울고 그들과 함께 웃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전하고, 예수님의 사랑으로 그들의 아픔이 치유되고, 예수님의 공의로 그들의 마음에 소망이 회복되는 그 첫 걸음을 그들과 함께 시작할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 조직된 “Mission Together”는 한국의 봄을 기다리던 이들과 함께했던 신앙인들과 같이 나바호의 봄을 기다리는 이들과 함께하기를 원하는 덴버의 교회와 신앙인들의 모임입니다. 나바호의 이웃이 되어주는 덴버의 한인들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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