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쥐와 서울 쥐 얘기 아시죠?”
뜬금없는 질문에 J씨는 의아해한다.
“예? 갑자기 쥐 얘긴 왜 하세요?”
J씨는 남편의 조루 문제로 진료실을 함께 방문한 아내다. 그녀는 다른 아내들에 비해 남편의 성기능 문제에 대한 불만과 비난이 유난히 직설적인 편이었다.
“저도 좀 제대로 느끼고 싶어요. 그런데 남편이 당최 워낙 짧게 끝나니….”
남편 자존심은 아랑곳 않고 불평하기 바쁜 J씨 옆에 고개 숙인 남편이 측은해 보일 정도였다.
“혼자만 달아올라 애무도 없이 삽입해선 1분도 안 돼서 끝내고. 감질나게 할 거면 아예 하질 말든가. 차라리 남편이 지루면 좋겠어요. 사정이 안 돼서 오래한다는 병 있잖아요.”
“그럼, 꽤나 불편하실 텐데요?”
의미심장한 답변에 J씨는 이해가 안 된다는 눈치다. 필자가 같은 남자 입장에서 남편만 옹호한다고 여기는 듯했다. 진료실에서 J씨 사례처럼 조루 아내가 지루 아내를 부러워하거나 반대로 지루 아내가 조루 아내를 부러워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보통 삽입 성행위 시 3분 이내에 사정을 하면 조루라고 본다. 이와 반대로 20분 이상 지속해도 사정이 잘 안 된다면 사정지연, 즉 지루다. 많은 이들이 성행위 시간이 길면 무조건 좋을 거라 오해하지만 실제 정상인의 삽입 성행위 평균 시간은 5∼7분이다. 전희까지 합쳐 시간이 조금 더 긴 것이지 본격적인 삽입 성행위 시간은 그 정도가 일반적이다. 밤새워 했다는 얘기는 무협지 장풍 같은 과장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오래 성행위를 하면 쾌감보다 불편감만 심해진다. 뭘 잘 모르는 J씨는 남편이 지루라도 되길 바라지만 이는 어리석은 바람이다.
지루환자의 아내들이 겪는 불편과 고통은 조루환자 아내들보다 훨씬 더 심하다. 성행위란 것이 적당한 시간에 서로 만족감을 느끼고 마무리되어야 좋은데, 20분 넘게 진땀을 뻘뻘 흘리면서 사정을 시키겠다고 고군분투하는 지루 남편을 둔 아내들은 고통스럽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삽입 성행위가 15분 이상 경과되면 흥분이 오히려 줄고 분비 기능도 떨어져 아프고 힘들다. 더구나 지루의 아내들은 자연임신이 쉽지 않아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J씨 남편은 학계에서 조루의 주 치료법으로 인정하는 약물치료와 행동요법의 병합치료에 잘 반응해 성행위 시간이 충분히 길어졌다. 심지어 필자는 J씨의 욕심대로 성행위 시간이 극단적으로 길면 어떤 느낌인지 경험하게 해주었다. J씨는 그제야 왜 ‘서울 쥐와 시골 쥐’ 얘기를 꺼냈는지 깨닫는 눈치다.
“박사님, 너무 짧은 것도 문제지만 너무 긴 것도 그리 좋은 것만이 아니더라고요.”
치료의 말미에 배시시 웃는 J씨. 모든 일은 극단적인 경우보다 적당한 것이 최고다. 지금 상황이 힘들다 보니 남의 떡이 커 보일 수 있지만 막상 겪고 보면 그리 좋지만은 않다. 더구나 조루든 지루든 치료가 가능한 문제다. 무엇보다 이런 문제를 내버려둔 채 부부 사이가 멀어지는 것이 가장 큰 비극이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