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두 잔 정도 와인을 마시면 건망증이나 심장병을 예방하는 데 좋다고 알려진 와인. 일명 신의 물방울이라고 하는 와인은 술의 개념에서 벗어나 이제 건강을 위해 하루에 꼭 한두 잔을 마셔야 하는 건강 음료가 되었다. 포도주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바쿠스 신을 상징한다. 또 유럽과 북아프리카, 아시아에서 포도나무 숭배를 관장했던 바쿠스 신은 가을을 상징하는 신으로 술에 취해 춤추는 추종자들을 거느린 모습으로 자주 등장한다. 바쿠스 신은 인간의 모습과 가장 비슷한 신이기 때문에 서양화에서는 바쿠스 신을 풍성하게 차려놓은 음식 앞에서 술에 취해 어울려 있는 모습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카라바조(1571~1610)의 ‘젊은 바쿠스’는 전통적인 신의 모습보다는 인간의 모습과 가장 가깝게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젊은 신 바쿠스는 머리에 포도나무 가지로 만든 관을 쓴 채, 포도주 잔을 건네고 있다. 화면 왼쪽에는 포도주 병이 반쯤 비어 있고, 바쿠스 신의 앞에 놓인 탁자에는 사과, 포도, 석류 등이 담긴 과일 바구니가 놓여 있다. 사실적으로 묘사한 과일 바구니에 담겨 있는 썩은 과일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당시 사과에는 선악과를 상징하는 종교적 의미가 있었다. 사과를 썩은 과일로 묘사해 종교적 규칙을 무시한 이 작품은 당시 비판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는 반쯤 빈 포도주 병과 얼굴이 발그레한 신이 들고 있는 잔에 담긴 포도주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카라바조는 결실의 계절 가을을 상징하는 바쿠스 신을 전통적인 표현방법에서 벗어나 이 작품에서 획기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바쿠스 신을 술에 취해 불그스레한 얼굴과 손, 때가 낀 손톱 그리고 관능적인 입술과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 묘사했는데 신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술 취한 건강한 젊은 남자의 모습이다.
이 작품의 모델은 카라바조가 로마에서 함께 살던 화가 마리오 몬티니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카라바조의 이 작품은 청년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서 그의 초기작 중 하나다. 로마에서 살던 시기에 제작한 이 작품은 카라바조의 다른 작품과 달리 명암 대비가 강하지 않다.
로마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면서 살던 카라바조는 돈이 필요해 화상 발랑탱을 찾아간다. 카라바조의 재능을 아낀 발랑탱은 돈이 급한 카라바조에게 예수의 생애를 다룬 종교화를 의뢰한다. 하지만 그가 건네준 것은 ‘젊은 바쿠스’ 이 작품이었다. 관능적인 이 작품을 본 화상 발랑탱은 이 작품을 사지 않았다.
이 작품은 추기경 마리아 델 몬테가 페르디난도 메디치 1세에게 선물한 것으로 그 이후 사라졌다가 1916년 우피치 미술관 창고에서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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