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에서는 지역일꾼을 뽑는 6.4 지방 선거가 모두 끝났다.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을 벌인 6.4 지방선거 개표 결과는 여야 누구에게도 일방적인 승리를 주지 않았다. 전체 결과를 종합하면 ‘비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공학적 평가가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야 모두 패배한 선거다. 여당과 야당이 ‘잘하기’ 경쟁이 아니라 ‘덜 잘못하기’,‘상대방 실수 이용하기’ 경쟁에 매달린 결과다.
시·도 광역단체장이 여 8, 야 9로 정리되고, 기초단체장은 여당이, 교육감은 친야당이 앞서는 등 외형으로는 균형에 가깝다. 그러나 이는 분명 현정권에 대한 경고장이다. 경기지사, 인천시장,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고작 1% 안팎의 리드로 이겼다. 민심이 박 대통령을 외면하기까지 그 임계 수위가 1% 내외에 다다른 것이다.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의 야당 돌풍, 공무원들이 많고 박 대통령이 사수했다는 세종시에서의 참패 등은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2012년 총선·대선처럼 6.4 지방선거도 야당 승리를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선거를 두 달 앞두고 터진 세월호 참사 때문이었다. 그러나 투표함을 열어보니 새정치연합은 최대 승부처 수도권의 인천시장, 경기지사를 여당에 내줬다. 시·도의회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에선 호남과 대전, 세종시를 제외한 12곳에서 졌다. 시장·군수·구청장 당선자도 2010년 92명에서 80명으로 줄었다. 텃밭인 전라남북의 시장·군수 36곳 중 15곳을 무소속에게 내줬다. 그나마 서울 시장·구청장·시의회 선거를 모두 이기고 충청·강원 광역단체장을 차지한 덕분에 완전 패배를 면했을 뿐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선거에서 통진당과 연대하기를 거부하면서 국민 상식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선거에 이기기 위해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을 합쳐 새정치연합을 급조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새 정치’는 말뿐이었다. 현실성 없는 기초선거 불공천을 놓고 오락가락하더니 공천 지분 다툼 끝에 탈당 사태까지 벌어졌다. 세월호 참사 후에도‘정부 심판’만 외쳤을 뿐 국가의 안전 시스템을 개혁할 대책은 하나도 내놓지 못했다. 야당이 국민 이익은 안중에 없고 여당에 반대하는 투쟁에만 몰두한다면 다음 선거또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이런 성적표를 받아 든 새정치연합 안에서 “이길 수 있는 선거를 놓쳤다” “사실상 진 선거”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야당은 앞서 ‘정권 재창출’보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높았던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도 졌다. 이처럼 국민이 현 정권에 불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세 차례의 선거에서 야당에게 확실한 힘을 실어주지 못한 이유는 지금의 야당을 대안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번 선거 중 서울시장과 교육감 선거에 유난히 관심이 갔다. 무엇보다 후보들의 자녀들로 인해 승패가 갈린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은 박원순 후보와 정몽준 후보간의 박빙 경합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정몽준 후보 아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려간 대통령에게 소리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하는“미개 국민”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에 정몽준 후보는 아들을 대신하여 사과했다. 그러나 이런 사과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한 표심을 걷잡을 수 없이 떨어져 나갔다. 결국 결과는 박원순 후보의 압승이었다.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선거 초반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고승덕 씨는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딸인 캔디고의 페이스북 글로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혼 후 고 후보가 자녀들에게 일체의 연락과 지원을 끊었으며, 서울시 교육감으로서의 자실이 없다 는 내용이었다. 그 기회를 틈타 선거 이틀 전에는 경쟁자인 조희연 후보의 아들이 아버지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주장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결국 고 후보와 정 후보는 자식 때문에 울고, 조 후보는 자식 때문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세 후보의 당락을 지켜보면서 부모가 자식을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부모 자식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과연 내 자식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물론 고승덕 정몽준 후보가 꼭 자녀들 때문에 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앞서 세월호 참사의 대응 미숙으로 인해 정부와 현 정권, 기득권층이 유권자들의 가슴에 찬물을 끼얹은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바뀌어야 한다. 여권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의 인사, 국정 운영 스타일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독선의 ‘나홀로 리더십’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유능한 야권 인사까지 삼고초려하고, 정치적 반대 세력과도 과감히 소통해야 한다.
야당 또한 이제 국정을 책임지는 모습으로 변신해야 한다. 비판은 하더라도 협조할 것은 하는 야당상을 정립해야 한다. 민심을 거스르고 종북 성향을 보인 진보정당이 전멸한 것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여야는 이제 국회로 돌아가 국정조사를 통해 세월호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국가 개조를 위한 입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변화의 결과는 2년 뒤 2016년 총선 성적표로 나타날 것이다. 두 정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패자의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국가 재도약이라는 목표를 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재외동포의 한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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