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했던 적 있으세요?”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할 사람은 아마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그만큼 우울증은 성별, 나이, 돈 혹은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찾아올 수 있으며, 때로는 수개월, 심지어는 수년간 지속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그저 ‘흔한 심리적 감기’정도로 여기는 데 있다. 가족이나 친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교인들도 때론 그것을 부인하려 드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 중에 아주 적은 수의 사람만이 도움을 청할 뿐이다. 이것은 아마도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우울증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 병이 아니고 오히려 숨기려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상담 전문가만이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가? 대답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심각한 경우라면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위해 훈련받은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도움은 여러 가지 수준에서 제공될 수 있고 또 제공되어야만 한다. 보통은 우울증의 정상적인 표현인 슬픔, 비애, 의기소침 등은 흔히 사랑하는 가족, 친구, 목회자 혹은 교인들의 이해에서 오는 보살핌에 의해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 지난 번 칼럼에서는 우울증을  <주요 우울 장애>와 <기분부전 장애>로 나누어 설명하였는데, 이번에는 정상적 우울증과 임상적(병적) 우울증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정상적 우울증이 어디에서 끝나고, 임상적 우울증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에 대한 경계를 규정하는 게 쉽지 않은데, 주로 우울증의 기간이나 증상의 심각성이 결정적 요인이 된다. 대부분의 우울증은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실존 문제와 관련있다는 점에서 정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우울증은 보통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그것에 눌려 압도당하지도, 지속적인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물론 이러한 판단에는 주관적인 부분이 많다. 또한 정상적인 우울증은 보통 스스로 치유되며, 어떤 전문적인 개입도 필요하지 않다. 대개 단기간의 기분 전환 등으로 치유되기도 하며, 낙담이나 슬픔, 불행감이 들더라도 최소 2주 안에 누그러든다.
하지만 임상적 우울증은 아주 심각하고 치명적인 슬픔을 겪었을 때 또는 어떤 사건을 통해 엄청나게 큰 감정적인 상처를 받은 경우에서 나타나는데, 대개 이런 경우 당사자는 자신이나 자신이 하는 일을 조절할 능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혼자 회복하기 쉽지 않으며,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임상적 우울증은 슬픔과 좌절, 낙담의 기간이나 깊이 그리고 일상생활에 받는 지장 정도가 정상적 우울증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기분의 변화가 지속되는 기간과 그 강도가 얼마나 심한가 하는 문제이며, 특정한 사건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기분이 나빠 우울했는데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거나 기분 전환을 위하여 여행, 산책 또는 운동을 한 후 우울한 기분이 사라졌다면 정상적 우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것으로도 우울감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임상적 우울로 갈 가능성이 많은데, 보통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임상적 우울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우울한 기분뿐 아니라 인지적, 행동적 및 신체적(생리적) 변화가 동반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우울한 기분이 더 심해져서 자신감의 상실이나 매사에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수시로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자신의 일에 의욕을 잃고, 게으름과 불면증, 식욕감퇴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임상적 우울로 볼 수 있다. 셋째, 기분변화로 인해 일상생활에 적응하는데 얼마나 지장이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학생이 학업에 집중하지 못해 성적이 계속 떨어지거나, 직장에서 평소와 달리 일처리에 집중하지 못하며 사람들을 회피하고 혼자있는 시간이 많아지거나, 주부들의 경우 가정에서 가족들을 피하거나 돌보지 않고 ‘나 좀 혼자 있게 내버려 달라’고 소리치면서 혼자만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면 이제 막 임상적 우울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우울증에 걸리는가? 대답은 모든 사람이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노인이든 젊은 이든, 외모나 두뇌하고는 전혀 상관없이 우울증은 우리 모두를 괴롭힌다. 우울증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우울증을 일으키는 원인이나 치료에 대해서는 많은 이론들이 있지만, 어떤 단일 이론 하나로 모든 우울증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우리가 잘 아는 위대한 지도자인 에이브러햄 링컨이나 윈스턴 처칠도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다. 저명한 문학작가 중에도 우울증을 앓았다가 극복한 이들이 많다. 성경 인물 중 욥이나 엘리야도 우울증으로 고생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우울증 또한 초기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이 깊어지기 전에, 아니 너무 늦기 전에 주위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에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사랑과 배려하는 마음으로 일관성있게 대하고, 할 수 없는 부분은 상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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