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유명한 화가이다. 그는 93세로 사망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법과 양식을 추구하였다. 그처럼 다양한 화풍과 장르를 넘나든 화가도 드문데 이는 그의 천재성과 더불어 사랑의 열정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한다. 

 피카소는 그의 연인이 바뀔 때마다 작품에 새로운 모습이 등장하였고 그 표현 방식 또한 모두 달리 그려졌다. 그의 삶에 있어서 이 같은 사랑의 열정이야말로 바로 창조의 근원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카소는 일생을 통해 7명의 여인들과 동거하며 많은 이야기들을 남겼으며, 성적 욕망을 다룬 관능적인 작품들도 다수 남겨 파리에서 「피카소 에로틱」(Picasso Erotique)전이 열리기도 했다. 
 <꿈>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여인은 바로 피카소의 네 번째 연인 마리 테레즈이다. 피카소는 1927년 첫째 부인 올가에게서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에 이 여인을 만났는데, 당시 테레즈는 불과 17살이었다. 피카소는 올가와 결혼한 뒤 귀족층과 어울려 파티를 즐겼으며 40대 이후에는 그림들이 파격적 가격으로 팔려 나감으로 점차 거부가 되어 갔다. 
 그리하여 마리 테레즈를 만날 즈음에 그의 그림 값은 부르는 것이 값이 될 정도였다. 러시아 귀족 출신이었던 올가는 1921년 아들 파울로를 낳은 후, 유모, 요리사, 하녀, 운전사 등을 두어 점차 더 사치스런 생활을 했고, 피카소는 올가의 지나친 상류 사회 생활에의 집착으로 갑갑함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게다가 1924년부터 불기 시작한 초현실주의 문학 운동에 대한 피카소의 관심은 안정된 생활의 분열을 촉구하였다. 
 이러한 때에 피카소는 우연히 금발 머리의 젊고 아름다운 한 처녀, 마리 테레즈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녀는 그리스 고전 조각에서 볼 수 있는 똑바른 콧날과 푸른 회색 눈을 가진 아주 이상적 미인이었다. 테레즈는 피카소가 다가가서 자신을 소개했을 때, 당시 이미 유명한 화가였던 그를 알지 못할 정도로 미술에는 문외한이었으며 대화가 통하는 상대는 못되었던 듯 하다. 그러나 피카소는 그 아름다움에 반하여 6개월 동안 구애하였으며 결국 자신의 집 근처에 비밀리에 거처를 마련하여 그 후 몇 년간 열정적으로 이 여인을 소재로 한 작품을 그렸다. 
 어린 테레즈는 순종적이고 희생적이었다고 전하는데, 이러한 그녀의 특성을 드러내는 듯이 피카소는 독서를 하거나 잠든 테레즈의 모습을 즐겨 그렸다. 이 작품도 그 중 하나인데, 꿈을 꾸는 여인의 모습에서 평온함과 긴장의 이완을 느낄 수 있다. 벽의 장식에서 시작한 검정 선이 그녀의 얼굴 한가운데를 지나 색이 다른 두 개의 반달 얼굴로 분리한다. 그 긴 검정 선은 그녀의 붉은 입술에 와서 닿는다. 살짝 내밀어진 그녀의 붉은 입술과 나른한 그녀의 미소는 부드럽게 입맞춤하는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얼굴과 몸에서 푸른빛과 연분홍빛을 의도적으로 절반씩 사용한 것은 현실과 꿈이라는 두 세계를 표현하려고 한 의도가 아닐까 한다. 피카소가 그린 다른 여인들에 비해 마리 테레즈를 묘사한 작품들은 이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운 특징을 지니고 있어서 격정적이며 분석적인 다른 인물 표현과는 대조적이다. 

마리 테레즈는 10년 동안 피카소의 모델이었으며, 그의 작품에 영감을 주는 뮤즈였다. 하지만 마리는 피카소의 마지막 부인인 자클린 로크(Jacqueline Roque)의 반대로 끝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피카소의 뒤를 따른다는 유서를 남긴 채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비련의 여인이다. 

 피카소의 <꿈>은 카지노 재벌 스티브 윈이 소장하고 있다가 지난 2013년에 예술품 수집광이자 미국의 거물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티브 코언(57)에게 사상 2번째로 높은 가격인 1억5500만달러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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