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회가 7월 한달간 잠시 문을 닫았다. 이 무더운 여름, 가뜩이나 좁은 노인회관에 에어콘 시설도 신통치 않아 노인들에게 불편을 줄까 염려돼 내린 결정이다. 한인 커뮤니티 행사 때마다 으레 노인회관을 찾을 정도로 노인회관은 한인 커뮤니티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지만, 노인회관을 갈 때마다 좁은 장소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행사가 있을 때뿐만이 아니다. 매일 고정적으로 30여명이 노인회관을 방문하고, 매주 토요일 점심때는 50명은 족히 모인다. 이렇게 생활한지도 벌써 6년이 다 되어 간다. 노인회는 재미 대한 노인회 콜로라도 지부로서 고국방문 행사, 떡국잔치, 삼일절과 광복절 행사, 가을 야유회 외에도 한인사회 경조사에도 일일이 다니면서 함께 기뻐해주고, 슬픔은 함께 나누면서 한인사회에 버팀목 같은 존재로 자리를 굳혔다. 이러한 적극적인 활동 때문에 노인회의 회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사실 노인회는 한인회와 함께 사용해왔던 한인회관이 어처구니없이 매각되면서 이곳 저곳을 전전하며 고생했다. 그러다 현재의 노인회관을 구입하는데 성공했지만, 원래 일반주택인데다가 늘어난 회원들, 행사때마다 방문하는 지역인사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넓은 회관의 필요성이 늘 역설되어 오고 있다.

      덴버광역한인회관도 최근 문을 닫았다. 빌딩 채무로 인해 불가피하게 기존의 회관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덴버광역한인회는 최효진 회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문화교실을 통해 라인댄스, 기타교실, 노래교실 등을 운영해왔고, 도서관까지 개설해 한인사회에 필요한 한인회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었던 터라 회관의 폐쇄는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기존의 회관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자 광역한인회는 문화강좌를 위한 새로운 장소를 급히 물색해야 했고, 도서관 운영을 위해 열심히 모았던 도서들을 둘 때가 없어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가동빌딩 내에 사무실을 하나를 얻어 일단 도서관이라도 설치하기로 했고, 문화강좌 중 라인댄스만 포커스 문화센터를 빌려 잠정적으로 수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여하튼 당분간 덴버광역한인회관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콜로라도주 한인회 또한 회관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윤한규 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태권 도장을 명목상 한인회관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년 회장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회장이 취임하면 공식적으로 콜로라도주 한인회 역시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될 게 뻔하다. 콜로라도주 한인회도 최근 몇 년동안 각종 기념일 행사와 민원 서비스를 나름 열심히 해오면서 타운 내 한인회관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깨닫고 있다.
이처럼 콜로라도주 한인 노인회, 콜로라도주 한인회, 덴버광역한인회 등 한인 커뮤니티의 대표 단체들이 제대로 된 회관이 없어서 전전긍긍을 하고 있다. 이러한 처량한 신세는 10여년전 한인회관이 매각되면서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고민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우리 동포사회에는 이미 넓고 좋은 ‘노우회관’이 있다. 아주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탓에 노우회관이라는 이름이 잊혀져 가고 있을 뿐이다. 노우회관은 지난 1993년 오로라시의 펀드를 받아 마련된 엄연한 한인사회의 공공재산이다. 총면적이 5,000스퀘어피트가 넘을 정도로 크고, 단독건물로서 주차장이 넓고 대강당에는 200여명, 작은 강당에는 수 십명이 족히 입실할 수 있으며 조그마한 사무실 또한 4~5개 정도는 들일 수 있다. 또, 주방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회관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이다.

      그런데 노우회는 오래 전부터 제대로 구성된 집행부도 없이 회장 한 명이 노우회관을 지켰고, 그 회장이 사망한지 1년이 다 되었지만, 이사 겸 이사장 겸 전회원인 1명이 노우회관의 열쇠를 쥐고 내놓을 생각을 않고 있다. 물론 회원이 한명이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일 있을 때마다 급작스럽게 날조된 회원명부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이처럼 회원도 없고, 한인사회를 위한 어떠한 행보도 허락하지 않는 ‘공동재산 노우회’는 오랫동안 여론에 눈감고 귀를 막고 지냈다. 노우회관 이용에 대해 물어보면 “이곳 저곳 손볼 곳이 많아서 지금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한다. 회관이 이 정도가 될 때까지 관리도 않고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관리도 못하는 회관을 도대체, 왜 끼고 있는 것일까. 동포사회에서 꼭 필요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사람이 개인 소유물처럼 다루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오히려 한인 공동재산을 망가뜨린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몇몇 개인의 욕심으로 한인사회의 큰 재산인 한인회관을 팔아먹은 작태를 지켜보았다. 전미주 한인사회를 통틀어 한인회관이나 노인회관이 있는 곳은 몇 안 된다. 이렇게 귀한 회관을 우리가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인회관 매각과 같은 과오를 또다시 지켜봐야 한단 말인가.
일단 지난해부터 불거졌던 콜로라도주 한인회와 덴버광역한인회의 통합이 선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통합된 한인회와 노인회가 이 노우회관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우선 급한 대로 노인회와 한인회가 운영하는 도서관이라도 개방되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많은 독지가들로부터 회관 수리에 관한 도움도 자연스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인사회에 회관의 필요성이 절실한 지금, 그 동안 잊고 있었던 노우회관이 제 역할을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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