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추진해온 이민개혁의 입법화는 금년에도 절망적이다. 열쇠를 쥔 연방하원의장(공화당)이 이미 ‘불가’를 선언한데다 연방의회 현 회기의 사실상의 입법가능 기간이 여름 휴회 전인 7월 31일까지,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9월부터는 선거에 집중할 것이고 그 이후 연말까지의 레임덕 기간엔 주요법안 처리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것이 오바마 당선과 민주당 압승의 2008년 대선 이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민개혁의 초라한 현주소다.
하원의 직무유기로 인해 상원에서 통과시킨 이민개혁안이 묻혀 버릴 처지에 이르자, 보다 못한 미국의 대표적 억만장자 3인방이 나섰다. 바로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 회장 셸던 애덜슨,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 이들은 의회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지난 11일 뉴욕 타임스에 공동기고문을 실었다. 애델슨은 공화당, 버핏과 게이츠는 민주당의 큰 손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정치성향은 정반대이다. 비록 철학과 신념은 다르지만 정치적 이해 따지기에 급급한 하원을 향해 “이민개혁안을 통과시키라”며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이들 셋은 “의원들은 이미 한참 전에 끝났어야 할 이민개혁 법안 처리가 완전히 희망을 잃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대학들은 때로는 장학금 등 교육비까지 지원해 가며 의욕에 넘치는 똑똑한 외국 인재를 교육시키지만, 미국 정부는 이들을 졸업 후 본국으로 추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미국에 남아 컴퓨터 공학이나 기술처럼 인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한다면 레드 카펫을 깔고 환영해 줘야 하지 않을까. 이민 동기나 입국 방법은 다양해도 미국인의 선조들 역시 한때는 미국 땅에서 이민자였다. 1990년 의회가 마련한 EB-5 ‘투자 이민 프로그램’의 목표는 이민 후에 상당한 구매력을 유지할 이민자들을 유치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악용한 사기 범죄 행위를 막기 위한 개혁도 필요하지만, 프로그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미국에 투자할 용의가 있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그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어야 마땅하다. 이들에게 기한이 제한적인 ‘임시’ 시민권이라도 부여해도 된다. 이민자 정책 문제에 대해 의회가 계속 손을 놓고 있다면 이는 직무유기다. 상?하원 의원들은 국익 증진이 아니라 단순히 반대파를 저지하는데 자존심을 걸고 있다. 지금의 교착상태 때문에 국민과 기업, 우리 셋에게도 좌절감을 안기고 있다. 의회가 잘 짜인 이민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이는 분명 기업 분위기를 고양시키고 경제 활성화를 촉진할 것이다. 535명의 상?하원 의원들은 의원이기 이전에 국민이다. 지금은 상?하원 의원들이 자신들을 고용한 3억1800만 명의 국민에게 진 빚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며 포괄적 이민개혁법 통과를 지지했다.

      공화당의 잔 베이너 하원의장은 지난달 "올해 이민개혁법안의 표결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공화당이 이민제도를 개선할 소중한 기회를 무책임하게 낭비해 버린 사실을 공표했다. 이제 마지막 희망은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이다. 이미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개혁 추진을 위해 의회의 입안이 필요없는 행정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공화당이 반대하는 이민개혁법안이 올해 안에 의회를 통과할 수 없다는 최종판단에 따라 더 이상 레임덕 악화요인인 이민개혁 미진을 좌시하지 않고 의회 동의가 필요없는 행정명령으로 신속해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아마도 8월말 발표되어 중간선거 전인 9월 이후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명령은 취업비자 적체 해소 등도 포함되겠지만 핵심은 기존 서류미비자에 대한 추방유예다. 드림법안 해당자들을 구제한 2012년의 청소년 추방유예명령(DACA)를 확대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1,100만 명 서류미비자 중 누구를, 몇 명이나 유예대상에 포함시킬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도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오바마는 이미 직업훈련 프로그램 개혁, 새로운 퇴직연금 제도, 연방 정부 신규계약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학자금 상환부담 경감 등에 잇따라 서명하면서 직권 남용과 월권행위를 했다며 공화당과 날선 대립을 하고 있다. 또 최근 밀입국 아동들이 밀려드는 국경위기로 서류미비자 구제를 지지하던 여론은 하락세로 돌아섰고 공화당에선 국경사태 대응 위한 백악관의 긴급 예산 요청안에 DACA 폐기를 포함시키자는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다. 자칫 행정명령에도 빨간 불이 켜질까 우려스럽다.

       히스패닉계는 미국에서 더이상의 소수민족이 아니다. 이들 중 많은 수가 불법체류자로 살고 있지만 그들의 삶은 한인 불체자들보다 당당해 보인다. 혹 잘못되면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불체자 운전면허증 발급도 사실상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혜택이다. 이들의 노동력과 소비력이 미국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이 히스패닉계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안달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가 고용해서 일 시키는 히스패닉들도 자신들의 권익을 찾기 위해  들고 일어나 시위를 벌인다. 그러나 우리는 잘 되면 나도 얹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수수방관만 해왔다. 불체자 뿐아니라 합법적으로 체류해온 거주자들에 대한 영주권 부여에 대해서도 논의되어야 마땅하다. 지금은 투자비자 등을 소지한 합법 체류자들도 영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불체자들이 모두에게 공정한 방향으로 합법적인 체류를 할 수 있도록 좀더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해서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힘을 실어주어야 할 때다. 상원, 하원 의원에게 전화를 해 호소를 하든, 편지를 쓰든, 청원 서명을 받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비록 이민 생활의 시작은 불안했지만 끝을 잘 맺으면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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