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는 만인의 작가이다. 살아서 아무런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죽은 후에 그 진가가 알려져서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영혼이 담긴 작품을 남긴 작가로 알려졌고,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감동을 받게 된다. 그 전율은 인간의 영혼을 담고 있는 작품의 힘 때문일 것이다.
 고흐는 누구보다 불행한 사람이었다. 평생 가난에 시달렸고, 평생 연애에 성공한 적도 없으며, 평생 병마에 시달렸다. 추남이었고, 지저분했고, 생활력도 없었다. 또 그의 집안의 정신병력은 결국은 그를 자살로 이끌었다. 그의 위대함은 그런 환경에서도 자기가 하는 일에 영혼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을 알아주는 일반인은 거의 없었다. 살아서 유화 단 1점만을 팔았을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서 탄생한 최고의 명화 중 하나인 해바라기는 어떻게 세상 빛을 보게 되었을까. 
 고흐가 죽기 3년 전인 1988년. 고흐는 프랑스 파리에서 남부 아를(Arles)라는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따뜻하고 햇볕이 좋은 그곳에서 그는 고갱과 함께 작업하기를 기대하며 작은 집을 빌려 노란 색으로 페인트를 칠한 후 해바라기를 그린 그림으로 장식하였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갱과 함께 쓸 작업실을 장식할 목적으로 해바라기를 그린다고 하였다. 프랑스 남부의 8월에 고흐는 생의 의지를 가지고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었다.
 
     고흐는 이 작품을 통해 시각적 풍부함과 형태를 잃지 않고 해바라기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색은 크롬 옐로우(chrome yellow), 옐로우 오커(yellow ochre), 말라카이트 그린(malachite green) 등 세가지 외에는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았다.
 반 고흐는 그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1889년에 기록한 것처럼 '그가 처음으로 해바라기를 주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헨리 팡탱라투르가 제비꽃을 그렸고 어니스트 쿠스트가 접시꽃을 그렸지만 해바라기를 특화한 것은 고흐가 처음이었다. 해바라기를 해석한 그의 방식 또한 완전히 새로웠다. 정물화는 항상 완전히 만개한 꽃을 보여주지만 그는 지기 시작하는 해바라기를 그려서 씨앗과 시들어가는 모습을 묘사했다. 반 고흐는 낡고 일상적인 사물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사실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는 젊은 여성보다 나이 든 부인을, 높은 구두보다 진흙이 묻은 신발을 좋아했고 무너져가는 초가집을 사랑했다. 해바라기도 이와 같은 맥락에 속해 있다. 시든 꽃잎이 아래로 쳐진 것은 반 고흐가 지칭한 대로 '약간 저문 삶이 지나간 것 같은' 매력이다.

     <해바라기>는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는 작품은 아니다. 고흐는 이 작품을 통해 더 높은 목표를 추구했다. 작품 속에서 그는 '음악처럼 무언가 편안한 것을 말하고' 싶었고 이를 색채의 '실질적인 빛과 공명'으로 전달하려고 했다. 이 점을 <해바라기>에 적용하면서 고흐는 편안한 '음악'처럼 완벽한 색상을 만들었고 이 때문에 지금도 그의 작품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 비록 색상은 약간 어두워졌지만 빛나고 다양하게 그늘진 노란색이 우리를 매혹한다. 또한 이 작품에는 즐거움이 녹아 있다. 함께 작업하기로 약속했던 고갱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던 반 고흐의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그려진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면 그가 '즐거움과 행복, 희망과 사랑의 필요'에 마침내 만족한 것처럼 보인다.
배경벽과 화병조차 노란색인 이 그림은 고갱이 초록색 눈동자라고 묘사한 해바라기의 중심만 제외하고는 거의 노란색 일색이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른 것이긴 하지만, 고흐가 생의 희망을 가지고 그린 이 해바라기조차 그의 운명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 열네 송이가 담긴 화병은 희망과 정열의 노란색을 띠고 있지만 화병에 담긴 해바라기들은 고흐 그 자신처럼 병들어가면서도 생의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다.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처럼 고갱은 고흐를 떠나려했고, 고갱과 다투고 난 뒤 자신의 귀를 자르면서부터 고흐의 정신병적 발작은 시작되었다. 그는 정신병원에 있을 때에도 그림을 그렸고, 고통스러울 때에도 그림을 그렸다. 제 정신으로는 살 수 없었던 사람. 그 사람이 빈센트 반 고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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