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을 묶은 후 뭔가 달라졌습니다.”
정관수술 후 불편이나 성반응의 저하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가끔 있다.
실제로 정관수술 후 부작용에 대한 논문들이 다수 발표됐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선 정관수술의 효과만 강조될 뿐 부작용은 제대로 언급되지 않는다. 일반인은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도 제대로 모른다.
정관수술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수술 후 통증이다. 수술하면 누구나 아플 수 있고, 부위가 아물면 괜찮을 것이라고 의료진이 설명하겠지만 틀린 얘기다. PVPS(Post Vasectomy Pain Syndrome)라고 불리는 ‘정관수술 후 통증 증후군’은 음낭이나 하복부로 퍼지는 통증 양상을 띤다. 수술 직후에 생기기도 하지만 수년 후 불현 듯 나타나서 만성화되기도 한다. 발생빈도도 상당히 높다. 지금까지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정관수술 후 통증의 발생 빈도는 15~33%에 달한다. 성기 주변부의 통증이 있으면 성행위할 때 불편함·불쾌감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정관수술을 결심할 때 조금 더 신중해야 함을 경고하는 연구논문이 최근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나왔다. 정관수술이 악성 전립선암의 발생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정관수술을 한 남성의 전립선암 발생률이 정관수술을 하지 않은 남성 대비 10%가량 높게 나타났다. 특히 진행형이나 악성 전립선암의 환자에서 정관수술의 비율이 각각 20%, 19%나 더 높았다. 정관수술을 받은 나이가 젊을수록 악성 전립선암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이번 하버드대학의 연구가 더 주목을 받는 것은 5만 명에 가까운 남성을 최대 24년 가까이 추적·관찰한 대규모 조사 결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립선암을 일으키는 다른 요인들을 배제한 채 정관수술과 악성 전립선암의 상관관계만을 따졌기에 신뢰도가 매우 높은 연구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정관수술의 부작용으론 통증·전립선암 외에 감염·성욕 저하·성적 불만족 등의 거론된다. 다소 생소한 얘기겠지만 정관수술이 진행형 실어증(失語症) 등 치매 유발을 촉진시킨다는 연구들도 나왔다.
정관수술은 단순히 정자의 통로를 막는 것인데 정자가 안 나올 뿐 뭐가 문제이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학술적인 통계와 생명체 본래의 생리를 무시해선 절대 안 된다. 무엇이든 자연적인 섭리를 바꾸는 인공적인 방식에선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여러모로 신중하게 고민한 뒤 정관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

      그렇다고 “정관수술이 위험하니 무조건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연적인 피임법이 더 낫다는 말이다. 굳이 정관수술을 선택하더라도 연구논문에서도 밝혀졌듯 너무 젊은 나이엔 하지 말고 가능한 한 뒤로 미룰 것을 권한다. 너무 이른 정관수술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피임법 중에서 직접 몸 안의 호르몬 체계를 교란하는 경구 피임약이 성욕·여성의 분비·성교통·불감증 등 성(性) 기능에 악영향을 준다는 논문이 상당 수인 것도 같은 이유다.
이제 우리나라도 시술이나 약 사용에 있어 그 효과만 강조할 게 아니라 부작용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 그래야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과 올바른 피임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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