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명량>이 덴버에 온다. 한국에서는 이미 천만을 넘어 1,200만 관객을 돌파해 2014년 박스 오피스 1위에 당당히 등극한 영화다. 미국에서도 흥행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LA에서는 개봉 후 주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관객이 동원되었다.
이처럼 한국,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를 콜로라도에서도 상영을 한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올해 초<변호인>에 이어 <명량>까지 한국의 유명 영화들이 연이어 덴버를 찾아 준 덕분에 덴버에서도 문화생활이 점점 확대되는 듯해서 기쁘다.
두어달 쯤 LA에 있는 영화 배급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한인들이 주로 가는 영화관의 정보를 물어봤다. 몇 군데를 가르쳐 주고 시간이 흘렀는데, <명량>이라는 영화를 덴버에서 상영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처음에 ‘명량’이라는 생소한 영화제목을 들었을 때, 미국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영화라 위험부담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앞섰다.
 
        더구나 콜로라도 한인들의 참여율은 무엇을 해도 저조하다. 연예인 초청공연을 해도, 청소년이나 어린이 행사를 해도, 노래자랑을 해도, 골프대회를 해도, 특산물 판매 행사를 해도, 어버이날 행사를 해도 참가율은 늘 만족스럽지 않았다. 특히 타주에서 덴버로 오는 행사가 있을 때는 더욱 마음을 졸인다. 올 봄에 왔던 모피전문업체는 덴버의 시장성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고, 진주 보석 업체는 콜로라도 주부들의 까다로운 패션성향에 난색을 표했으며, 한 특산물 판매장은 너무 썰렁해 그 자리에 있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타주의 유명 학원 또한 콜로라도의 저조한 관심도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처럼 교민 동원의 실패가 생활화되어 있는 가운데, 영화상영을 하겠다니 걱정이 앞서는 건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명량>은 날마다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주말 평균 100만 관객을 동원하고 예매율도 80%를 육박하며 지치지 않는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불과 2주전까지 <명량>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것이 미안할 정도로 <명량>의 바람은 거세다. 이런 <명량>이 덴버에 왔다.
<명량>은 일단 일본을 통쾌하게 이기는 기분 좋은 영화다. 세계 해전사에도 몇 안 되는 위대한 전쟁으로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더구나 일본의 입장에서 아주 처참하게 패배한 것이니 우리에겐 더욱 통쾌하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라는 장군의 말에는 비장함이 뭍어있다. 이 장군은 이러한 비장함으로 1597년 임진왜란 6년에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워 승리했다. 
영화 <명량>은 믿기조차 힘든 역사적인 전쟁인 바로 이 ‘명량대첩’을 그린 전쟁액션 대작이다.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대규모 해상 전투와 스펙터클한 액션을 스크린에 그대로 담아냈다. 한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인 최민식과 류승룡을 비롯해, 조진웅, 진구 이정현, 권율, 김태훈, 오타니 료헤이, 고경표 노민우 등이 가세했고 ‘최종병기 활’‘극락도 살인사건’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사실 영어를 웬만큼 한다고 해도, 미국에서 영화를 보러 가면 편하지가 않다. 그래도 못 알아듣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주위에선 영어를 몰라서 영화관 가는 것을 포기해 버린 이들도 많다. 가족들과 함께 극장 갔다가 모두 웃고 있는데 혼자 웃지 못하는 비애를 느끼고 난 뒤에는 발걸음을 끊었다. 언어의 장벽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때론 웃어야 할 대목이 별로 웃기지 않아 문화적 차이를 느낀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역시 한국말만한 게 없다. 미국 와서 공감대를 느껴본 영화를 본 적이 그리 많지 않다. 아이들과 함께 몇 번 영화관을 찾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현란하고 멋진 컴퓨터 그래픽 화면에 감탄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 개봉되는 <명량>은 한인이라면 누구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스태프들과 제작진, 당대 최고의 배우가 선택한 2014년 최고의 흥행작이 아닌가.
<명량>은 광복절인 8월15일 금요일부터 덴버를 비롯해 풀러튼, 샌디에고, 샌프란시스코, 뉴욕, 뉴저지, 보스턴, 버지니아, 시카고, 애틀란타, 하와이, 시애틀 등 전국 30개 극장에서 개봉된다. 이런 거물급 영화를 덴버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정말 기분 좋게, 즐겁게 보러 갈 만한 영화다. 일단 한국사람이라면 꼭 봐야 하는 영화임은 틀림없다. 주변의 인맥까지 동원해서라도 <명량>이 콜로라도 영화 흥행 기록에 이름을 올렸으면 한다.

        영화배급사측은 상영 기간은 영화가 첫 주말에 얼마나 흥행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개봉 첫 주에 많이 가서 봐야만이 계속 연장이 된다는 뜻이다. 배급사 측은 가능하면 8월21일 전까지 봐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역사를 모르고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보여주자. <명량>을 통해 아이들에게 맥아더나 나폴레옹 보다 훨씬 훌륭한 장군이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에도 있었음을 알려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분명 자신들의 뿌리가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울 것이다. 대한민국을 미국 친구들에게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명량>은 미국에 사는 우리들에게 잊혀져가고 있는 한국인의 자부심을 벅찬 감동으로 전해줄 것이라 믿는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