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오로라 시청에서는 오로라시가 주최하는 글로벌 축제가 열렸다. 140여개 국가 출신의 다양한 민족들이 어울려 살고 있는 오로라시의 특징을 살려, 이들 이민자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행사였다. 널찍한 오로라 시 청사 앞 잔디밭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수십개 국가 출신의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대표 음식과 전통 무용을 들고 나와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한인들의 참여는 예상대로 저조했다. 오프닝 무대로 나선 쥬빌리 어린이 합창단과 한국 술을 홍보한 아시안 베버리지 주류업체 외에 한인과 관련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축제에 참가할 수 있는 공연팀은 엄격한 비디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었다. 그러나 한인 어린이 및 청소년으로 구성된 쥬빌리 합창단은 스티브 호건 오로라 시장의 특별 추천으로 오디션 없이 당당히 오프닝 무대를 꾸몄다. 한복을 입고 장구와 소고 춤을 추며, 부채춤에서부터 아리랑까지 한국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데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지지하고 격려해야 하는 한인들의 모습은 실망스럽게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오로라 시장이 오디션 없이 오프닝 무대에 서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로 합창단의 실력은 인정받았지만, 어찌 우리만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이트 맥주와 자몽 맛을 첨가한 캔막걸리 아이싱, 보해 복분자, 매취순, 백세주 등 한국의 인기있는 술들을 다량 선보인 아시안 베버리지 부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시음회장을 들러 한잔씩을 하고 돌아갈 정도로 이번 행사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정작 우리 것에 우리는 없고 이방인만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최근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후보자들의 한인사회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주류 정계 후보자들은 콜로라도의 한인사회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마이크 코프만 하원의원이 아버지의 한국전 참전 인연으로 인해 한인사회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한인 행사 때마다 대리인을 보내 인사만 하고 가는 겉치레 참석이 아니라 행사가 마칠 때까지 신실하게 자리를 지켜주는 최초의 정치인으로 한인사회 내 인지도를 높혔다.
이처럼 그의 한인사회의 행보가 잦아지면서 경쟁 후보도 한인사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포커스 신문과의 인터뷰도 여러 차례 가졌다. 하원의원 후보들이 한인사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자 상원의원 후보들도 한인사회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본지 기자가 적극적으로 주류 사회 행사에 참석하며 한인 커뮤니티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하자, 크고 작은 행사 알림과 초대장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초대에 응해 참석하는 횟수가 잦아지다 보니 최근 몇 달 사이에 상하원 후보들과 시장 등과 같은 정치인들, 이들 행사에 등장하는 소위 거물급 재계인사들과 법조계 공무원 등과도 제법 안면을 트고 지낼 정도가 됐다. 덩달아 한인사회에 대한 이들의 관심도 커진 느낌이다.

        사실 이번 오로라시 글로벌 축제에서도 한인사회에 대한 배려가 드러났다. 오프닝 행사로 쥬빌리 합창단이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무대 중앙에 걸린 배너의 맨 오른쪽에 태극기가 그려져 눈길을 끌었다. 또, 행사장에 설치된 국기 게양대에도 태극기가 당당히 걸려있었다. 가장 잘 보이고 높은 곳에 자리한 태극기를 올려다 보면서, 또 국기 퍼레이드 행사에 등장한 태극기를 바라 보면서 가슴 벅차했던 이들은 공연에 참가했던 아이들과 그 외 몇 명뿐 인 듯하다.
멕시코, 베트남, 필리핀, 에티오피아, 그리스, 아프리카 등의 전통 음식들이 즐비하고, 일본, 베트남, 엘 살바도르, 필리핀, 중국, 몽고, 나이지리아 등 각국의 특징을 대변하는 공연이 빼곡했으며, 자신들의 특색 있는 비즈니스를 홍보하는 부스들이 가득했지만 정작 우리만 빠진 느낌이다. 어쩜 이렇게도 한인들은 미국 속의 우리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일까. 모두가 한인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들이 관심이 없다. 손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어 보지만, 한인사회가 되려 외면하면서 이방인임을 고집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영화 <명량>이 콜로라도에서 개봉했다. 명량을 보러 영화관을 찾은 수백명의 한인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도 뭉치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시안 커뮤니티 단체들도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한인 사회의 참여를 종용하고 있다. 정재계 인사들이 주관하는 후원 행사에서도 한인 사회의 참석 및 한인 커뮤니티 단체와의 지속적인 연락을 원하고 있다. 이렇게 이들 정치인들에게 있어 한인사회의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확실하다.

        이처럼 한인사회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 참가자든 구경꾼이든 참여 좀 하자. 지난 주말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오로라 시청 앞 글로벌 축제에 가서 점심을 먹거나, 저녁에 친구들과 함께 시청 앞에 마련된 맥주 정원에서 맥주 한 잔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느 곳에서든 머리 수가 결정적이다. 한국어, 한국문화, 한국음식, 한국의 모든 것을 알리는데 한인들이 앞장 섰다면 이번에 덴버 국제학교의 한국어과 폐지도 쉽게 결정되지 않았을 것이며, 한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역사 또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한인사회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에게, 이제는 한인들과 함께라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고 싶다. 더 이상 겉도는 이방인이 아니라 이 사회에 적극 참여하는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동시에 한국인이라는 뿌리에도 자부심을 간직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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