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고도 진솔한 원시적 삶을 연상하는 투박한 누드

      1952-1954년,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 1869-1954)는 전통과 실험을 결합함으로써 자신의 최초의 연작이라고 할 수 있는 네 점의 <푸른 누드>를 탄생시켰다. 비록 인간 형태를 알아볼 수 있게끔 재현되어 있다 할지라도, <푸른 누드>는 추상으로 향하는 마티스 행보의 결정적 단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 “작품 속의 인체 형상은 극도로 단순해지고, 채색도 오로지 파란색으로 제한되어 간결미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티스는 ‘색채의 해방’을 슬로건으로 20세기 초에 일어난 야수파(fauvism)라 불리는 분방한 색채 표현의 거장으로 누구나 친숙함을 느끼는 이지적이고 편안한 그만의 독창적인 회화 세계로 사랑받는 화가이다. 피카소가 초기작품에서부터 무서운 천재성을 보였다면, 마티스는 착실히 실력을 쌓아 20세기의 창의적인 거장의 한사람으로 발전했고, 오늘날까지 젊은 화가들에게 대단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단지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만을 위한 것으로 고유색을 부정하는 주관적인 색채와 거친 붓놀림이 마티스 작품의 큰 특징이다. 따라서 그는 지금까지 색채의 거장으로 불린다.
<푸른 누드>는 색을 입혀 오려낸 구아슈 조각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당시 아프리카 조각을 모아뒀던 마티스의 컬렉션, 그리고 1930년의 타히티 방문은 그에게 이러한 기법의 영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마티스가 이러한 성과들을 종합해 독창적인 연작을 선보이는 데는 20여 년의 시간과 잠깐의 침체기가 필요했다. 마티스는 색을 입혀 오려낸 구아슈 조각을 배열하는 과정이 캔버스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한결 쉬운 작업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 과정을 ‘종이에 드로잉’으로 라는 말로 설명했다. 형상은 오려낸 조각들 사이의 공간 속에서 정의되고 있으며, 그 효과는 거의 부조의 느낌을 자아낸다. 물론 2차원이라는 데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푸른 누드>는 색채와 형태를 완벽하게 통합하고자 한 마티스의 오랜 여정의 절정이자 이러한 화풍의 종착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푸른 누드>의 이러한 독창성이 마티스의 계승자들에게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다. 비알라 같은 1960년대 프랑스 예술가와 로스코 같은 미국 추상화가들은 마티스가 닦은 토대를 기반으로 각자의 성과를 달성해 갔다.
마티스는 르누아르보다 28살의 나이가 어렸지만, 둘은 진정한 친구이자 예술의 동반자였다. 르누아르는 말년에 관절염으로 인해서 거동이 매우 불편하여 집 밖을 나가기가 어려웠으므로, 마티스는 거의 매일 르누아르의 집을 방문하였다. 르누아르는 관절염에 의해 손이 거의 마비되었으나 그림을 계속해서 그렸다. 어느 날 마티스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르누아르에게 “르누아르, 왜 그런 고통 속에서도 그림을 그립니까?” 하고 물었다.
르누아르는 “통증은 사라지지만 예술은 남는다(The Pain Passes but The Beauty Remains)”고 대답하며 그림을 그렸다. 마티스는 어느 정도의 고통을 통해서 영속하는 아름다움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마티스 또한 노년에 관절염으로 몸을 거동할 수 없게 되었다. 마티스는 르누아르와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색종이 그림‘ 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였다. 마티스는 손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자, 병상에 누워 종이 자르기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마티스는 붓 대신에 가위를, 튜브 대신에 색종이를 사용해 콜라주 기법으로 종이를 오려붙힌 다음 단색의 구아슈를 칠해 작품을 완성해, 회화 요소로서 평면적 성격을 부활시켰다. 마티스의 색종이 그림은 작품 세계의 완결이라고 표현될 만큼 평면적이고 자유로운 색채가 강조되었다.
마티스는 평생 색채의 신비를 탐구했다. 그렇게 색채의 바다를 헤엄친 뒤 나이가 들어 내린 결론은 “색은 단순할수록 우리의 감정에 더 강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깨달음을 얻고 그린 그림이 ‘푸른 누드’이다. 오로지 푸른색으로만 표현한 그림임에도 왠지 풍성해 보인다. 대상의 실제 색에 구애받지 않고 한 가지 색을 원 없이 사용하니 오히려 넉넉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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