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사회가 각박한 이유는 한국을 떠나 뿌리 없는 나무로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만 있고 자신을 지탱해주는 근원이 없기에 더불어 사는 방법에 서툰지도 모르겠다. 이런 사회에 살다 보니 각박하다 못해 정나미가 떨어질 때가 많다.
신문사를 운영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난다. 집 나간 아들을 비밀리에 찾을 방법은 없느냐, 다섯 개의 한의원 중에서 어느 한의원이 가장 잘하느냐, 믿을 수 있는 자동차 딜러와 부동산 브로커를 추천해달라, 집에 프린터가 없어서 그런데 지도를 프린트해 줄 수 있느냐, 괜찮은 총각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 등 사소한 개인적 요청까지 해오는 경우도 많다. 작은 커뮤니티의 특징이다. 반면 전화로 욕설을 퍼붓거나 협박 편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고, 면전에서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이처럼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상대에게는 언론사로서의 무게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신경쓰지 않고 무시해 버리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그런데 상식 밖의 사람을 만나면 ‘무시만 해도 될까’라는 갈등이 생긴다.

      얼마 전 적합한 라이센스 없이 영업을 하며 환자들을 진료해 온 오로라의 한 한의원을 취재한 적이 있다. 이 곳에서 진료를 받다가 다리가 부어 며칠 동안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었고, 돌려준다던 약값도 받지 못했다는 피해자의 증언을 토대로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이 한의원의 주인 여자는 악의적으로 필자와 피해자를 계속해서 괴롭혔다. 적반하장식으로 피해자의 직장에 전화를 해서 해고를 요구했으며, 뚜렷한 명분없이 필자를 경찰에 신고했다. 물론 출동한 경찰조차도 이 여자가 신고한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몇일 후“당신 가족 모두의 합법적인 신분을 밝혀라, 영주권을 신문에 공개해라, 이민국에 신고를 했으니 당장 도망가라”는 등의 황당한 메시지를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보내왔다. 또, 몇 주 후 “김현주가 학력 위조를 해서 한인사회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엉뚱스런 메시지를 이리저리 보내며, 필자를 깎아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이 여자는 포커스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는 중이라는 나름 협박성 문자를 필자의 측근을 통해 여러 차례 알려왔다. 
사실 필자는 신문학 석사학위 소지자라는 조건을 충족해 영주권을 받았기 때문에 학력을 위조했다는 그녀의 막말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아마도 필자가 불법체류자라는 둥, 학력을 위조했다는 둥 생각없이 계속해서 말을 내뱉다 보니 그것이 사실인냥 믿고 싶어졌고, 급기야 혼자만의 진실로 포장되어 버린 듯 하다. 도대체 체류신분 따위가 왜 이슈가 되는 것일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여자의 심경이 이해되기도 했다. 한의원이 잘못을 했다지만, 따지고 보면 신문에 두들겨 맞았으니 앙심을 품을 만도 하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얼마 전 이 한의원 여자가 다른 주간 신문사 대표와 공모해 포커스와 건물주를 상대로 소송을 하자고 부추긴 사실이 들통났다. 이 여자는 원래 저런 여자려니 하며 무시한다 치더라도, 옆에서 장단을 맞추며 하수인 노릇을 자청한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종업계인 주간지 대표였다는 사실은 솔직히 충격이었다. 필자의 앞에서는 착한 척, 불쌍한 척 하고 다니던 동종업계 사람이 필자와 사이가 나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을 몰래 찾아가 ‘포커스와 주변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한의원 여자를 도와달라’며 소송을 부추긴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사이가 나쁠 것이라고 예상했던 바로 그 사람이 문제의 신문사 대표를 만나고 난 후“어떻게 저럴 수가 있냐, 신문사 하는 사람이 사회 분란을 조장하고, 소송을 종용하러 올 수 있느냐”며 되려 분노 섞인 목소리로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는 점이다. 
소송을 부추긴 이 사람은 사람의 관계라는 게 지금 당장 좋진 않아도, 절대 배신하지 않는 관계들이 있다는 사실은 몰랐던 모양이다. 그리고 협잡꾼의 실력으로 절대 이간질될 수 없는 관계가 훨씬 많다는 사실도 놓친 모양이다. 참으로 간괴하고도 멍청한 한 수였다. 잘못된 의료행위를 밝혀 한인사회의 피해를 줄이는데 앞장서는 것이 언론의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대 신문사를 괴롭히는데 눈이 먼 것이다. 물론 이 사실을 뒷받침할 증인들과 문자 메시지와 같은 증거자료는 확실히 보관 중이다.

      고소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명예훼손의 근거도 대지 못하면서 돈 자랑 하듯이 고소부터 덜컥 해놓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재판을 연기하거나, 상대를 혼내주려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했다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배심원에게 질타를 받은 경우도 더러 봤다. 호시탐탐 다른 사람의 약점을 노리고 괴롭히는 일에만 집중하는 사람이야말로 한인사회내 공공의 적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한인사회의 역사를 살펴보면 각종 소송으로 얼룩져있다. 당연히 진행되어야 할 소송도 있었지만, 충분히 대화로 해결할 수 있었던 소송들이 더 많았다. 당사자들이야 어쩔 수 없는 감정에 치우쳐 소송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이를 부추기는 사람들이다. 바로 고소인의 친구 역할을 맡은 이들 말이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당사자도 아니면서 괜히 싸움을 부추겨 남의 싸움구경을 즐긴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볼 때면 우리 한인 사회에도 의적 홍길동 같은 인물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수퍼맨, 배트맨, 스파이더 맨,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라도 좋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불의와 비겁함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들을 응징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참 좋겠다.
누구나 약간의 험담이나 비하 정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서로의 관계를 악용해 뒷구멍으로 소송을 부추기는 사람은 ‘비겁한 인간’의 대명사로 낙인찍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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