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의미 깨닫게 하는 변화무쌍한 자연 ‘봄’

      봄은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최소한 얼어 죽을 일은 없고 주린 배만 채우면 연명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봄은 정신적으로 무엇인가에 항거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유의 상징이다. 마치 새벽에 비유하듯 자신의 뜻을 관철하고자 하는 희망이다. 신앙적으로 볼 때 봄은 구원을 상징하는 계절이다.

      프랑스의 농민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가 그린 <봄>은 프레데릭 하트만이 주문한 ‘사계’를 주제로 그린 네점의 연작 중 하나이다. 프랑스 동부 알자스 지방에서 온, 목화 공장을 운영하던 이 사업가는 바르비종의 유명한 화가인 테오도르 루소의 후원자였다. 그러나 루소가 하트만으로부터 작업비를 받고 작품을 제작하다가 완성하지 못한 채로 1867년에 사망하자, 그는 이 미완성 작품들을 밀레에게 마무리해줄 것을 부탁, 1873년 5월18일이 되어서야 유화로 완성될 수 있었다.
밀레가 바르비종에 있는 정원에서 즐겨 관찰했던 전경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그린 이 풍경화는 엷은 녹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해 매우 화사하고 영롱한 색채로 전원의 봄 풍경을 표현했다.  꽃이 만발한 사과나무들이 심어진 과수원의 안쪽으로 나있는 흙길이 보이고, 왼쪽에는 채소밭이, 원경에는 숲이 우거진 작은 언덕이 보인다. 화면 우측에는 아주 밝은 빛을, 그리고 좌측에는 쌍무지개를 배치했다. 무지개가 걸려있는 납빛의 하늘을 통해 방금 소나기가 내렸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잠깐의 소나기 덕분에 작품 속의 자연 풍경 전반에 생기가 넘쳐 흐르고 있으며, 분할된 붓터치를 이용해 다양하게 표현된 녹색의 톤들이 이 생동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생동감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퍼부은 소나기가 지나간 후에 꽃이 만개한 나무들과 숲의 녹음이 빛을 발하여 새롭게 뿜어내는 투명한 신선함이라고 할 수 있다. 밀레는 이 작품을 통해 유난히도 변화무쌍한 유럽의 봄 날씨를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물기를 흠뻑 머금은 땅의 흙들은 마치 앞으로 다가올 여름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듯하다.
작품 속의 길을 알록달록하게 장식한 꽃들의 묘사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자연을 성실하게 관찰하는 것을 즐겼던 밀레는 자연이 보여주는 어둠, 갑자기 나타나는 빛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일종의 ‘낭만주의적 시선’으로 표현했다. 또 놀랍도록 신선한 색채를 통해 찰나의 순간을 화폭 안에 다고자 했다.
밀레는 땅을 사랑하고 농부를 사랑한 화가다. 농사일은 오로지 자연의 자비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늘 친절한 것만은 아니지만, 농부들은 그래도 끝까지 자연을 믿고 의지한다. 그렇게 해서 아름다운 땅의 결실을 세상에 내놓게 되고, 그 덕분에 만물이 생명을 이어가게 된다. 그러나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이처럼 먹을 것과 삶의 터전을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무엇보다 자연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준다. 궂은 날씨도, 드센 바람도, 거친 들판도 결국 아름다움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역할을 한다. 변화를 통해 아름다움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자연은 하나의 기적과도 같다. 그 기적의 상징으로 오늘도 무지개가 뜬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의 마음속에도 무지개는 반드시 뜨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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