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에 가뭄이 극심하다고 합니다. 1870년 대 말,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130여 년 만에 가장 극심한 가뭄이라고 합니다. 물을 줄 수가 없어서 누렇게 메말라 버린 잔디에 녹색 페인트를 칠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체리 농장에서는 물을 줄 수가 없어서 수십만 그루의 체리나무를 포크레인을 동원하여 뿌리채 뽑아 버리고 있습니다. 물이 도둑질의 대상이 되어 물을 지키기 위해서 수도 꼭지에 자물쇠를 채우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습니다. 시장 보러 가기가 겁날 지경이라고들 말합니다. 캘리포니아 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중미는 더 심각합니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 중미 4개국은 전 국토가 가뭄에 타 들어 가고 있습니다. 당장 먹거리가 염려되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과 유엔식량 농업기구에서는 이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수십 만 명이 굶주림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가상 다큐멘터리 “농부가 사라졌다”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했습니다. 2020년 어느 날, 한반도의 농부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농부가 사라지고 나니 그들이 짓던 농작물이 다 시들어가고 메말라 버렸습니다. 불과 2개월이 지나지 않아 모든 먹거리가 사라지고 사람들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정부에서 비축하고 있는 식량이 단 2개월 도 지나지 않아 바닥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먹을 곡물이 없다 보니까 가축들도 살 수 없게 되었고, 사람들도 채소와 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호화로운 집과 좋은 차가 있어도 먹을 것이 없는 굶주림 앞에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인공으로 만든 계란과 곤충의 애벌레를 먹거리로 삶아도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가상 드라마라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핵 문제로 일본 근해에서 잡히는 물고기들을 먹을 수 없게 된 것을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갈 것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영혼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문제와 환경문제 역시 구원에 이르러야 할 신앙의 문제이기에, 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목회를 하기 전에 환경과 밀접한 일을 했었기 때문에 목회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면서도 언젠가는 농사꾼이 되어 땅과 더불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머뭇거리고 있을 때가 아님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행동이 따르지 못하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 하듯이,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마음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1, 2차 산업을 무시하고 서비스 업에만 온통 신경이 가 있는 세상은 언젠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도시문명은 바벨탑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연  환경문제는 단순히 외부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삶의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가까이 하고, 아끼지 못해서 오는 심각성을 모르고 있습니다. 더 이상 자연이 메마르지 않게 돌보아야 합니다. 물 한 방울이라도 아껴 쓰고, 생활쓰레기 하나라도 덜 만들어내고,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음식을 남기지 말고, 일회용 컵이나 식기 사용을 줄이며, 손과 발을 움직여 온 몸으로 자연을 회복시켜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연환경을 돌보지 않고서 파헤치고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도시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사람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죽음으로 내 모는 꼴이 됩니다.

      내 집 뜰의 푸른 잔디가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 주택이나 아파트 단지에 단지 감상하는 용도로 심고 가꾸는 잔디를 푸르게 가꾸기 위해 그 위에 뿌려지는 물이 매일 길거리까지 적시고도 남을 지경입니다. 그러나 가뭄이 심해져 물이 귀하게 되면 잔디에 물 주는 것까지 규제를 받게 됩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뜰이라 해도 가뭄에 메마르고 타 들어가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이 참에 제안을 하나 해 볼까 합니다. 지금의 뜰에 잔디를 1/2만큼이라도 파 내어 채소와 과일을 심고 잔디에 주는 물로 채소를 가꾸어 먹는 일은 어떻습니까? 집 뜰에다 과일나무와 채소를 심어 보십시오. 봄, 여름, 가을에 내 손으로 가꾼 채소들과 과일로 식탁을 풍요롭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더 높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화분에 심어 놓은 토마토와 교회 뒤뜰에 심어놓은 호박, 그리고 몇 년 전에 심어 놓은 사과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과일이 한껏 귀해 보이는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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